사회

[민심듣귀-코로나그림자] "서서히 말라가요"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1-01-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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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한 1년, 여러분의 1년은 어땠습니까?

대부분 몸도, 마음도 지쳤다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지난 1년간 급증하는 확진자 수만큼이나 우려스러웠던 건 코로나블루, 마음이 아프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민심듣귀] 오늘은 벼랑 끝에 선 한 엄마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엄마 김미소 씨(가명)

요즘 술에 의지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 인터뷰 】김미소(가명)
"저도 모르게 입을 닫는 상태, 아이 혼자 키우면서 누구한테 자세하게 얘기할 상황도 안되고 우울증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아요. 힘들거나 하면 저녁에 술 한잔 마시고 자고…. (코로나 이후에 그런 날이 많아졌나요?) 네, 술 안 먹을 때는 신경안정제, 수면제도 가끔 복용하면서…자려고 해도 눈은 감고 있는데 계속 생각들이 떠오르고…."

코로나로 두 달째 일을 쉬게 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웠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습니다.

【 인터뷰 】김미소(가명)
"월세 내는 것도, 신용카드도 연체됐고…(다른 일을 찾아보진 않으셨어요?) 일을 해야 하는데 손목이 좀 안 좋아요. 치료 시기를 놓쳐서 수술하라는 권유도 받고…."

경제적으로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엄마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몇 년 전 알게 된 아이의 아픔입니다.

【 인터뷰 】김미소(가명)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담임 선생님이 심리 검사를 권유하시더라고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병명을 받았고 소아 우울증도 같이 온 거예요."

제대로 된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코로나에, 또 경제적인 문제로 손을 놓고 있는 상황.

코로나 이후 아이는 마음의 문을 더 단단히 닫았습니다.

【 인터뷰 】김미소(가명)
"'밥 먹어라' 하면 밥 먹고 본인은 핸드폰하거나 게임하고 저는 집안일 하고 거의 뭐 '밥 먹어', '씻어' 대화가 이거밖에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아이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죠. 눈에 비춰지는 것도 없고…."

그런 아이를 보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엄마는 무너질 때가 많습니다.

【 인터뷰 】김미소(가명)
"저도 모르게 아이한테 먼저 공격적으로 나가고 짜증 내고 뒤돌아서면 후회하고…."

10년 넘게 쌓여만 있는 이 가족의 아픔
이제 그 아픔의 무게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돼 버렸습니다.

【 인터뷰 】김미소(가명)
"갑자기 쏟아진 기분 어디서부터 뭘 건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주변 친구들한테도 코로나가 사람 죽이는 것 같다고…겉으로 피가 나는 것도 아니고 안 보이는 곳에서 조용한 가운데 서서히 말라가는 거잖아요. 그냥."

코로나 1년,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몸도, 마음도 갈 곳 잃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생활치료센터 심리지원단 김현입니다. 답답하시거나 힘드시지는 않을까 걱정돼서 전화 드렸습니다. 어제 잠은 잘 주무셨어요?"

【 인터뷰 】김현 /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전문요원
"(코로나 환자의 경우)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있냐…나 때문에 내 아이가 감염되진 않았나…나 때문에 내 가족들이 힘들게 고생을 하고 있다…죄책감, 미안함…."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본인 때문에 자가격리한 지인을 보며 움츠러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

【 인터뷰 】김현 /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전문요원
"(주변 사람들이) 나=코로나바이러스로 보게 될까 봐 너무 많이 걱정하시고…."

감염되진 않았어도
누구에게나 불쑥 코로나 우울은 찾아옵니다.

【 인터뷰 】이해우 /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
"시간만 지나면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그래도 버틸 수 있었는데 오래되다 보니…내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섰다고 깨닫게 되는 순간 많이 힘들어하시고…."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언제쯤 취업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잠 못 이루고

실업, 폐업… 경제적인 어려움은 모든 희망을 꺾어버리기도 합니다.

【 인터뷰 】이해우 /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
"온라인상에서 우울증, 불안증 같은 것을 자가검진해 볼 수 있습니다. 체크도 해보시고 1577-0199(정신건강상담전화)나 여러 구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관련 기관에 상담을 받아보시고…그리고 뻔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요. 심리적인 고립이 되지 않도록…."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의 긴 터널
내 마음은 안녕한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에필로그>
엄마가 아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않고 실패에 두려워하지 말고 다른 가족들처럼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엄마가 마음으로써 항상 응원하고 많이 많이 사랑해."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민심듣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im@tbs.seoul.kr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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