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자율주행차 사고나면 누구 책임? '명확한 기준' 마련 시급

정유림 기자

rim12@tbs.seoul.kr

2022-10-0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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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가 주행하다가 만약 사고를 유발하면 책임은 운전자와 차량 제조사 중 어디에 있을까요. 정답을 미리 말씀드리자면, 현행법으로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지기 어렵습니다.

통용되는 자율주행 기능의 단계는 0~5단계까지로 구분되고(미국 자동차공학회 분류), 2단계까지는 조향 또는 가·감속 지원시스템에 의해 운전자를 지원하는 수준입니다. 3단계부터는 일정 조건으로, 또는 모든 조건과 환경에서 시스템이 운전 조작의 모든 측면을 제어하게 됩니다.

지정된 조건 하에서 시스템이 주행 상황을 통제하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는 걸 감안하면, 법과 보험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선, 관련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020년 4월 개정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자율주행자동차 사고 발생 시 우선 기존의 운행자 책임을 유지하되, 자율주행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의 경우 보험회사 등이 피해자에게 보험금 등을 지급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에게 그 금액을 구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9조의 2).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자율주행자동차의 제작사 등에게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의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제39조의 17), 자율주행자동차사고위원회를 두어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원인 규명과 정보 제공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39조의 14).

이에 의하면 자율주행 기능의 결함이 인정된 경우 제조사 등(완성차 업체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사,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보 관리자 등도 포함될 수 있음)이 최종적인 민사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다만 현행 제도는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전제로 하고 있어, 기술 발전에 따라 레벨 4, 5 단계의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될 경우 기존의 운행자 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규정들에 대한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형사 책임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아직 미비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자율주행차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 소재는 법원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개별적인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보험사들은 자율주행 시장 확대를 예견하고, 관련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DLG, AXA 등 많은 글로벌 보험사가 자율주행 관련 보험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죠. 다만, 아직 누적된 사고건수 등 부족한 정보로 인해 과실 비율 산정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따라 자율주행차 사고 유관 법령·제도적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는 "보험사가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여전히 1차적 책임을 지고 있지만, 제조사의 책임은 아직까지 상당히 약하다"며 "좀더 엄격하게 제조사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법과 제도의 '구멍'을 우려하는 지적이 제기되자 각국에서는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독일은 레벨4 자율주행의 상용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주체를 '기술감독관'으로 정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2024년까지 완전자율주행에 부합하는 제도를 선제적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레벨4 차량 시스템(결함 시 대응 등), 주행 안전성(충돌 시 안전 확보 등) 등의 자동차 안전 기준(제작 기준)을 마련하고, 기준 마련 이전에도 별도의 성능 인정 제도를 운용해 자율차의 제한 없는 운행을 지원합니다.

특히 보험 제도 개선을 통해 운행자, 제작사, 인프라 운영자 간 사고 책임을 명확히 하고, 운행 제도 개선으로 운전대 조작이 필요 없는 상황에 맞춰 운전자 개념을 재정립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밖에 자율주행차가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사실, 오늘날 도로 사고의 약 80%는 인간의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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