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억원대 아파트 싹쓸이" 수도권 끝자락 덮친 갭투자 매수세 [시티톡]

이강훈 기자

ygh83@tbs.seoul.kr

2021-09-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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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PUq3VjyV-o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의 집값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그 여파가 이제는 수도권 가장 끝자락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달 새 수도권 외곽에서, 특히 취득세가 저렴한 공시지가 1억 원 미만 아파트로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요. 

현지에선 갑작스런 시장 활기를 반기는 목소리도 있지만, 무주택자나 전월세 임차인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이강훈 기자의 시티톡입니다.


【 기자 】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의 주은청설아파트.

이 아파트는 매년 100~200건의 매매 건수를 기록했는데, 올해 갑자기 매수세가 몰리더니 이달(9월) 중순을 기준으로 누적 460건을 넘겼습니다.

연말에는 족히 600건에 육박할 수 있는 상승 기세인데요.

평소 거래 건수가 비슷했던 인근의 주은풍림아파트도 올해 누적 매매 건수 450건을 넘기며 같은 상황을 보였습니다.

이 두 아파트의 매매 건수는 올해 경기도 내 모든 아파트 가운데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는데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를 활용한 갭투자 매매 건수로는 최근 1년간 전국의 모든 아파트 중 2위와 4위를 기록하며 올해 전국에서 가장 주목 받은 아파트로 떠올랐습니다.

주은청설아파트 전용면적 49㎡(21평)의 가격은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10년째 9천만 원~1억 2천만 원 사이였는데 올봄 갑자기 치솟아 지난달 말(8월 27일) 1억8천50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주은풍림아파트는 같은 평수(전용 49㎡, 21평) 시세가 7천~9천만 원 수준을 기록하다 이달(9월 1일) 초 1억8천만 원에 거래되며 순식간에 1억 원 가까이 올랐습니다.

두 단지의 최근 6개월 새 시세 변동률은 각각 73%, 93%에 달했습니다.

수십 년 경력의 현지 공인중개사도 이런 상황은 처음 본다고 하는데요.

【 인터뷰 】 이창홍 공인중개사 / 안성시 공도읍 주은풍림부동산

(이 지역에서 부동산 운영을 몇 년 정도 하셨나요?)
"이 자리에서 20년 했습니다."

(20년 동안 지금 같은 상황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처음이라고 봐야죠."

(기자)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가장 매수 희망자들이 제일 많이 찾아왔던 때가 언제인가요?
"6월부터 7, 8월까지입니다. 그 때가 물건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조용했던 동네를 갑작스레 '매수 불장'으로 만든 이들은 대부분 수도권과 지방에서 몰려든 갭투자 수요.

특히 각종 세금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매물에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 인터뷰 】 이창홍 공인중개사 / 안성시 공도읍 주은풍림부동산

(매수 수요 중 갭투자는 몇 퍼센트 정도 되나요?)
"갭투자를 하신 분들은 80% 정도 됩니다. 보통 30대에서 40대가 제일 많습니다.

(매수하려는 분들은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매물을 찾는 수요가 대부분인가요?)
"예. 이 아파트를 선호한 이유가 우선 저평가됐다, 그 다음 취득세율이 1%다, 공시가격이 1억 원 미만이기 때문에…."

【 기자 】

현장에선 공시가격 1억 원 선을 맞추기 위해 20평대의 인기가 두드러졌고, 갭투자의 경우 실제 투자금은 1천만 원에서 수천만 원 수준으로 부담이 적어 한 번에 3~4채를 사들인 매수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사고자 하는 아파트를 눈으로 직접 확인도 하지 않고 매수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 됐는데요.

안성시에서도 특히 이 지역의 아파트에 투자가 집중된 것은 최근 2년 새 집값이 1.5배나 뛴 평택시와 한 생활권에 있으면서, 경부고속도로 등 서울로의 교통 여건이 양호한 점, 그런데 아파트 값은 예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 등이 투자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러한 매수 수요는 안성시 곳곳으로 퍼져,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올해 안성시 평균 아파트 값이 1월부터 7월까지 6개월 만에 24% 뛰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안성시에 인접한 이천시와 여주시 등 수도권 동남부 외곽지역에서 이어졌는데요.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이천시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올해 1월 297건에서 7월 477건으로 60% 뛰었고, 평균 아파트 값은 17.5% 올랐습니다.

이천시에선 10년 넘게 현대전자사원아파트와 안흥주공아파트의 매수 거래량이 가장 많았는데요.
최근 대월면의 사동현대6차아파트 등 비교적 거래 건수가 적었던 아파트들에 때아닌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사동현대6차아파트의 매수 건수는 지난해 1년간 모두 27건으로 이천시 전체 아파트 중 40위를 기록했는데, 올해 7월부터 최근까지 불과 두 달여 간 모두 38건을 기록하며 전체 3위로 껑충 뛰었습니다.

사동현대6차아파트의 최근 매매 시세는 전용면적 60㎡ 기준 1억7천700만 원으로 3개월 새 23% 상승했는데요.

부동산 관련 인터넷카페 등 온라인 공간에선 올 봄부터 이천지역의 아파트 투자 대상을 묻고 답하는 글이 본격적으로 올라왔고, 여기엔 사동현대6차 아파트도 수 차례 등장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이 3주택 보유자임을 밝히면서 수도권의 공시지가 1억 미만 아파트를 찾는다고 하자 댓글에서 이 아파트가 두 차례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에선 이 아파트를 비롯해 이천의 대표적 일자리지구인 SK하이닉스에 인접하면서 각종 철도 호재가 있는 경강선 부발역 인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 추천이 활발히 이뤄졌습니다.

부발역은 올해 말 충주를 잇는 중부내륙선 철도(KTX-이음)가 개통하고 앞으로 평택, 안성 등을 잇는 전철 건설 계획도 나와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박정환 공인중개사 / 이천시 부발읍 현대부동산
"연고지와 상관없이 어떤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쪽 지역이 핫하더라, 이쪽에 호재가 있다더라 등을 듣고서 들어왔던 손님들이 꽤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 않았었나 생각합니다."

(어디서 찾아왔을까요?)
"전국적이에요. 어떤 분은 대구나 부산에서 왔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대전에서 왔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충청도에서 오신 분들도 있고요."

(이 지역에서 갑자기 매매 건수와 시세가 오른 이유가 뭔가요?)
"아마도 제일 큰 이유는 공시가 1억 원 미만의 주택이에요. 몇 채를 구입해도 취득세가 기본세율 밖에 안 되니 갭투자 손님들이 이를 노리고 많이 들어온 것으로 보여요."

(최근 몇 개월 사이 매수 수요 중 외지에서 온 갭투자 수요는 비율이 얼마나 됐을까요?)
"절반은 넘지 않았을까 싶어요."

【 기자 】

안성과 이천에서 나타난 저가 아파트 매수 행렬은 올해 여주, 양평, 포천 등 다른 수도권 외곽 도시에서도 연쇄적으로 나타났는데요.

올 상반기 비규제지역이었던 경기도 7개 도시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2~3배 급등했습니다.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의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르자 수도권 가장 끝으로 매수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인데요.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앱 '아실'에 따르면 최근 1달 사이 경기도 31개 시군 중 포천과 가평의 아파트 매물이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이 지역의 활발한 매수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또한 강원 원주와 충남 천안, 아산 등 수도권에 인접한 지방 도시에서도 갭투자 매매 거래가 활발해 수도권 풍선효과가 일부 지방 도시로 확대된 양상도 읽히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 아파트 거래량 자체는 많지 않더라도 각 지역에서 최고가 경신이 계속되면서 집값 강세 현상이 이어질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장재현 /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아직 최고치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더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봐요. 아직 서울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 양상이 계속 도미노로 퍼져나간다고 볼 때 대선에서 나오는 지역 이슈와 지역 현안들이 어느 정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아직까지 대선 전까지는 가격이 계속 상승장으로 이어가지 않겠나 보고 있습니다."

【 기자 】

우려되는 건 수도권 끝자락까지 덮친 집값 폭등에 전월세 시세도 따라 오르면서 현지 실거주 임차인들이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안게 된 건데요.

한편으론 집값 폭등에 이른바 '무주택 리스크'를 피하겠다며 수도권 외곽의 저가 아파트라도 매수에 나선 이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리가 오르고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한 상황에서도 수도권 아파트 매수 심리(매매수급지수)는 2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는데요.

사실상 '집 사지 말라'는 정부의 시그널이 오히려 매수 심리를 압박하고 있는 극도의 시장 불안 속에
올 가을 이사철 집값 향방은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시티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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