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바깥에 있는 별 주위를 도는 외계 행성.
1992년 처음 발견된 외계 행성을 시작으로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5,000개가 넘는 외계 행성을 찾아냈습니다.
수천 개가 넘는 행성 중에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도 있지 않을까요.
생명체가 살고 있는 곳은 없을까요.
지구의 날, 또 다른 지구를 찾기 위한 인류의 여정을 되돌아봅니다.
▶ 외계 행성 발견의 시작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
태양이라는 큰 별, 항성을 중심으로 지구를 포함해 수성부터 해왕성까지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고 있죠.
넓은 우주에 태양계와 같은 곳은 없을까, 지구와 비슷한 행성은 없을까.
그 호기심이 시작이었습니다.
이명현 / SETI 연구소 한국 책임자
"오래전부터 하늘에 별이 떠 있기 때문에 그 주위에 태양계에 있는 행성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측해서 (행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기가 없었죠. 그러다 1992년, 펄사라고 하는 굉장히 특이한 천체 주변에서 드디어 외계 행성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태양계 바깥에 있는 별들 사이에도 행성이 있을 것이라는 게 실증되었죠."
▶ '빛의 요리사' 천문학자의 외계 행성 찾는 법
별, 다시 말해 항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만 행성은 빛을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별을 관측하듯 외계 행성을 직접 관측해 찍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대표적으로 HR8799라는 별을 돌고 있던 세 개의 외계 행성을 직접 찍는 데 7년이 넘게 걸렸죠.
지금까지 외계 행성을 찾는 데 가장 많이 쓰인 방법은 별의 밝기를 이용한 횡단법입니다.
최준영 교육연구실장 / 부산과학관
"행성이 우리 시선과 정확하게 일치가 됐을 때 별 주위를 이렇게 앞을 지나가고 뒤를 지나가면 행성은 어둡기 때문에 별빛을 가리게 됩니다. 그럼, 별빛의 양이 아주 일시적으로나마 줄게 되겠죠. 그리고, 뒤로 돌아갔을 때는 별빛의 양이 그대로 가고. 즉 별빛의 양이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는 것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게 됩니다."
2009년부터 2018년 임무를 마칠 때까지 2,600개가 넘는 외계 행성을 찾아낸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바로 이 횡단법을 이용했습니다.
우리가 공전하는 외계 행성을 지구에서 바라볼 때 행성이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는 시선 속도를 이용한 방법도 있습니다.
최준영 교육연구실장 / 부산과학관
"행성은 별 주위에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즉,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별빛이 흔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원리를 이용해서 별빛이 움직이는 그 양을 측정해서 행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고요."
외계 행성을 발견하기 위해 별의 중력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최준영 교육연구실장 / 부산과학관
"별이 있고 뒤에 멀리 있는 광원이 있을 때 우리 시선 방향에서 이 별에 의해 주변의 중력이 어그러지게 됩니다. 그러면 시선 방향에서 이렇게 일치했을 때 갑자기 뒤에서 오는 별빛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 아주 일시적인 중력 렌즈 현상을 띠게 되는데요. 만약 중심에 있는 별 주변에 행성이 있을 경우 이 대칭점에 왜곡이 일어나서 깨지게 됩니다. 그러면 행성이 있다는 것을 그 왜곡을 통해 우리가 알아낼 수 있죠."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30년간 찾아낸 외계 행성은 모두 5,011개.
공식 외계 행성으로 등록되기 위해 기다리는 후보 외계 행성은 훨씬 많습니다.
이명현 / SETI 연구소 한국 책임자
"얼마 전 미국 나사에서 확인된 외계 행성이 5,000개가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확인됐다는 것은 그 행성의 질량, 궤도 요소, 공전 주기 같은 것들이 확인됐고 나사가 공인했다는 이야기고요. 8,000개에서 1만여 개에 이르는 후보들이 확인과 공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제2의 지구를 찾아서
수천 개의 외계 행성 중에 제2의 지구는 존재할까요?
우선 제2의 지구가 되기 위해선 갖춰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최준영 교육연구실장 / 부산과학관
"태양계에 있는 행성이 8개가 있는데 과연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은 어떤 행성일까. 그게 바로 지구형 행성이라는 거죠. 지구형 행성이 4개가 있는데 수성, 금성, 화성에서는 아직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즉, 지구에서만 생명체가 있었던 거죠. 지구에 왜 생명체가 있는지 생각해 보면 지구에는 대기가 있고 물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지구형 행성을 발견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물의 유무입니다."
별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거나 멀어서도 안 됩니다.
별의 온도가 매우 높아서 가까우면 지나치게 뜨겁고, 멀면 지나치게 춥죠.
별과의 거리가 적절해서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골디락스 존이라고 합니다.
골디락스 존에 있는, 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이명현 / SETI 연구소 한국 책임자
"태양계에서 제일 가까운 별이 있는데요. 켄타우로스 자리 알파별입니다. 알파 시스템이라고 태양 같은 별이 세 개가 있고요. 그곳에 프록시마b라는 행성이 발견됐는데 지구랑 크기는 비슷한 것 같아요."
최준영 교육연구실장 / 부산과학관
"티가든의 별이라고 하는 별입니다. 양자리 쪽에 있는 별인데요.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있지만, 이 행성 역시 지구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지구와 가장 유사하다고 알고 있는데 이 행성도 우리가 외계 생명체가 그곳에 존재할 거고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준영 교육연구실장 / 부산과학관
"트라피스트-1이라는 행성인데 이 행성은 지구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또 여기에는 물이 있을 거라고 과학자들은 믿고 있는 상태이고요."
존재가 확인된 외계 행성들.
제2의 지구인지 확실하게 알기 위해 직접 가보면 좋을 텐데, 지구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외계 행성 중 하나인 프록시마b가 4광년 거리에 있습니다.
4광년이면 자동차로는 4,700만 년, 보이저 우주 탐사선을 타고 가도 7만 5,000년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습니다.
이명현 / SETI 연구소 한국 책임자
"스타샷 프로젝트가 2016년에 시작됐는데요. 커다랗고 얇은 우주 돛대를 만들고 송신 장치, 수신 장치, 카메라 장치가 되어 있는 휴대폰 같은 칩을 달아서 (아주 작고 가벼운 우주선) 수천 개를 (우주로) 보냅니다.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빛에다가 지구에서 레이저까지 쏜다고 가정하면 그 빛을 반사시키면서 (광속의 20% 수준까지) 가속이 돼서 나가는데요. 실제로 계산하고 실험한 것에 따르면 프록시마b까지 한 20년에서 25년 정도면 가겠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지만 한 50~60년 후에는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초소형 우주선이 프록시마b까지 무사히 도달하면 그곳을 관측해 수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보내줄 수 있습니다.
지난해(2021년) 12월 우주로 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최준영 교육연구실장 / 부산과학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가 바로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하는 일입니다. 우리 근거리에서 발견된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하면 그 행성에 물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만약 우리 인간과 같은 지성 문명체가 존재해서 그 문명으로 인해 발생된 대기라든가 물질을 발견한다면 거의 확실하게, 생명체가 지구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외계 행성에도 존재한다는 첫 번째 발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지구의 날, 외계 행성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태양계 밖의 외계 행성을 처음으로 발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셸 마요르는 현재 기술로는 외계 행성에 갈 수 없으니 지구나 잘 보존하라고 말했습니다.
외계 행성을 발견한 천문학자도 이렇게 말하는데 우리가 지구의 날, 왜 외계 행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최준영 교육연구실장 / 부산과학관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빛의 속도로 가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일이 필요하고 어떻게 보면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꿈을 갖고 있는 거죠. 우리만 있으면 소중함을 모르거든요.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다른 외계 행성들이 이 우주에 이렇게 많이 있다고 하면 우리가 훨씬 더 중요하고 훨씬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명현 / SETI 연구소 한국 책임자
"외계 행성을 찾는다는 것은 행성계가 어떻게 형성되는가, 행성계가 형성되는 행성 원리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태양계가 어떻게 생성되었는가의 원리를 안다는 것은 결국 기원에 대한 문제이고요. 그 기원에 대한 문제는 우주의 기원, 생명의 기원으로 이어지거든요."
인류의 모든 문명이 한 번쯤은 던졌던 질문.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외계 행성을 하나씩 찾아낼 때마다 우리는 이 질문의 답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수많은 행성 가운데 우리가 이 곳, 지구에 있다는 것의 의미를 한 번 더 되새겨 봅니다.
이명현 / SETI 연구소 한국 책임자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로 살아가는 한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고 우리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잖아요. 지적 생명체로 우주 속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우리는 지구를 보존하고 지구를 아끼고. 지구에서 더불어 잘 살아가야 되는 궁리를 할, 어떤 의미에서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TBS 백창은입니다.
(bce@tbs.seoul.kr)
취재·구성 백창은
영상 취재 차지원 류지현
영상 편집 이경선
CG 박은혜
뉴스그래픽 김지현
장소 제공 부산과학관 노원천문우주과학관
#외계_행성 #외계_행성_생명체 #외계_우주 #외계_행성_탐사 #제2의_지구 #지구의날 #부산과학관 #노원천문우주과학관 #인싸이드 #인싸이언스 #TBS #백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