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랑] 진화학자, 갑자기 창업을 했다고요??!!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2-08-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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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공학도가 진화학자가 된 이유

백창은> 교수님께서 진화학자이신데 학부 때는 또 기계 공학을 전공하셨어요. 어쩌다 진화학을 연구하시게 된 거예요?

장대익> 기계 공학을 되게 잘했으면 진화학을 안 했겠죠. 진짜예요. 저는 원래 마징가 제트를 만드는 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어요. 그래서 과학고를 갔고 카이스트를 갔는데 대학을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들어가는 바람에 사춘기를 대학에서 맞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인생 모든 고민을 다 하잖아요. 한 학기 늦게 졸업하면서 다른 수업을 듣게 됐어요.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수업. 과학 철학 수업, 과학기술학 수업 이런 수업을 듣게 됐어요. 보통 그런 게 인생을 바꾸잖아요. 그런 인문학적 접근이라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서울대학교 과학사 과학 철학 과정을 들어오게 된 거죠. 대학원에 들어왔는데 2년을 잘했어요. 정말 완전히 물을 만난 거예요. 열심히 공부하고. 하루에 14시간 공부한 것 같아요.

백창은> 14시간이요? 거의 자고 먹고 하는 시간 빼고 공부만 하신 거네요.

장대익> 왜냐하면 제가 잘할 수 있고 재미있는 게 발견됐으니까 열심히 하게 됐죠. 그러다가 석사 졸업할 때쯤에 인생에 큰 고민을 겪게 됐어요. 도대체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부터 왔고 어디를 향해 가는가. 저는 원래 기독교인이었는데 종교가 그런 걸 대답을 해주잖아요. 그런데 제가 과학 철학이라는 걸 하다 보니까 의심이 되는 거죠. 그러다가 석사 논문을 쓰고 어떤 과학에 대한 철학을 할까 하고 있는데 최재천 교수님이 미시간 대학에서 교수를 하시다가 서울대로 오신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학부 수업을 듣게 됐는데. 입을 딱 벌리고 다물 수 없는 수업이 있잖아요. 그 분야 자체가 너무 흥미로운 거죠. 왜냐하면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 동물로서, 또 동물을 넘어서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까 그게 너무 흥미로웠던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선생님, 제가 진화생물학을 정말로 공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그랬더니 벌떡 일어나시더니 연구실 앞에 실험실이 있었는데 실험실에 딱 들어가서 ‘장 선생한테 오늘부터 자리 하나 주세요’ 이렇게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백창은> 아니 그 말만 듣고 바로?

장대익> 그래서 제가 이분 너무 감동적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다음부터 공부를 그쪽에 가서 하게 됐죠. 나중에는 휴먼 팀이라고 해서 영장류하고 진화심리학을 하는 팀을 제가 맡게 됐죠.

백창은> 그래서 지금 교수님께서 계시는 연구실 이름도 인간 본성 및 기술 진화 연구실. 사실 이 말만 봤을 때는 기술? 진화? 잘 와닿지 않거든요.

장대익> 그러니까 그다음부터 제가 인간 본성을 공부해야겠다. 인간의 행동과 인간 마음의 작동을 알려면 심리학만 해서는 안 되고 왜냐하면 인간이 사실은 뿌리가 있는 거잖아요. 기원이 있는 거잖아요. 거슬러 내려가면 결국 침팬지랑 만나게 되고 더 내려가면 한두 개에서 시작된 생명의 기원이잖아요. 그래서 우리를 제대로 알려면 우리만 연구해서는 안 되고 우리와 사촌들을 연구해야겠구나. 우리의 조상은 연구할 수 없으니까. 다 돌아가셨으니까. 그래서 사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니까 살아있는 사촌들은 침팬지 이런 애들이죠. 결국 저의 질문의 핵심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은 왜 이렇게 행동하고 왜 이런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가 하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관한 연구. 이게 저의 중심인데. 요즘 블록체인, NFT, AI 이런 것들이 다 기술인데. 새로운 기술을 우리가 대할 때 왜 이런 건 싫어하고 좋아하고 이런 건 두려워하고. 이런 건 결국에는 인간 마음의 작동이란 말이죠. 인간 본성과 연결돼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 연구실은 인간 본성도 연구하지만, 기술이 어떻게 가는지. 앞으로 어떤 것이 또 잘 될 것인지. 기술에 대해서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 이런 것들을 인간 본성과 연결하는 연구를 해보자.

장대익> 예를 들어 <Her> 같은 영화 보면 스칼렛 요한슨이 분한 목소리가 나오는 사만다라는 일종의 OS가 나오잖아요. 그 친구가 다른 인간 여성보다 훨씬 더 그 남자 주인공의 감정을 알아주잖아요. 그 순간 흔들리는 거예요. 그 순간 더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거죠. 다른 여성들보다. 그런 일이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저는 그게 위험할 거라고 보는 거예요. 위협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잘하는 부분, 우리가 잘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인공지능이 계속 능가하게 되면 우리는 어느 순간 우리의 본질이 뭐지?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이고.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 다시 말해서 인간이 실수를 잘하는 게 인간의 굉장히 중요한 본성처럼 부각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그런 부분이 있어야지만 우리가 살아갈 수 있거든요. 자존감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모든 부분에서 내가 내세울 게 하나도 없다고 했을 때는 자존감이 그냥 바닥을 치는 것이거든요. 그런 걸 생각해보면 우리가 AI를 개발할 때 어떤 방향으로 개발해야 하는가. 우리가 잘한 부분을 경쟁하게 시킬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잘 못 하는 부분들, 우리가 인간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부분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우리의 조력자로 AI를, 로봇을 개발할 것인가. 저는 후자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지 않다면 굉장히 큰 혼란에 빠질 겁니다. 그래서 심리학이나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가 기술의 측면과 연결이 돼야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개발을 할 수 있는 거죠.

백창은> 결국 기계 공학도 잘해야 하고 진화생물학도 잘해야 갈 수 있는 연구실인가요?

장대익> 맞아요. 인생 진짜 모르는 게 저는 침팬지가 제 인생에 이렇게 중요한 존재가 될지는 꿈에도 몰랐어요. 학부 때, 대학원 때도 꿈에도 생각을 못 했고요. 더 재밌는 거는 마징가 제트 만드는 게 제 꿈이라고 했잖아요. 결국 인공지능 아니겠어요? 로봇이 다시 제 인생의 지적인 화두가 될지는 몰랐어요.

▶ 인간이 침팬지랑 다른 점은?

백창은> 그러면 인류가 지금까지 어떻게 진화해 왔냐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지금의 인류를 있게 한 인류의 가장 핵심적인 능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장대익> 인간의 어떤 독특함이 있어요.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하는. 그게 뭐냐면 우리는 문명을 만들었고 문명 안에 살고 있고 문명을 누리며 살고 있고. 그리고 다시 문명이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줘요. 그러니까 문명을 떼놓고는, 문화를 떼놓고는 우리 인간을 얘기할 수 없는 거죠. 도대체 그러면 우리가 문명을 만들게 된 엔진이 뭘까 생각해보니까 저는 두 가지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는 문명은 개체의 성과는 아니잖아요. 개인의 성과는 아니잖아요. 제가 뭘 했다고 해서 그걸 문명이라고 하지 않아요. 문명은 집단이 이루어낸 성취이고 집단이 갖고 있고, 또 집단의 성취가 다른 집단에 전달되고 더 축적되는 집단의 다이내믹스거든요. 그러려면 뭐가 필요하냐면 동료로부터 배우고 다른 집단으로부터 배우는 소셜 러닝이라고 하죠. 사회적 학습력이 핵심입니다. 침팬지도 모방을 하지만 우리의 모방력은 압도적이에요. 예를 들면 우리는 목표뿐만 아니라 절차에도 굉장히 민감합니다. 이렇게 해서 이걸 해야지 뭐가 되는 순간에 이걸 건너뛰지 않아요. 이걸 뛰어넘어서 가지 않아요. 이걸 뛰어넘어서 간다는 것은 영리해 보이지만 사실 복잡한 지식과 기술의 총체는 내가 알든 알지 못하든 간에 뭔가를 계속 따라 해야 하거든요. 아주 자세하게, 정확하게 해야지만 뭔가가 만들어지거든요.

백창은>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그런 게 있는 거죠.

장대익> 두 번째는 뭐냐면. 개인도 훌륭하고 집단도 서로 전수를 잘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근데 만약 전수한 다음에 그거를 다른 집단 혹은 타자에 대한 어떤 억압의 수단으로 쓰게 되면. 혹은 그걸 인정하지 않고 파괴하게 되면 문명은 만들어지는 족족 망하겠죠. 그래서 뭐가 필요하냐면 사회적 지능이 필요합니다. 공감력, 협력하는 힘, 배려심. 이런 게 없이 문명은 전수되고 축적되고 전파되기 힘들어요.

백창은> 그러면 지금 두 가지 말씀을 해 주셨는데 먼저 첫 번째 사회적 학습에 대해서 먼저 얘기를 해보자면 과연 이미 교수님께서는 우리 인류가 여러 차례 학습 혁명을 겪어 왔다고 말씀을 해주셨잖아요. 그걸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장대익> 침팬지도 개인 개체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학습을 하거든요. 당연히 그렇겠죠. 그래서 혼자 배워요. 잘 안 되면 계속해서 뭔가를 배워요. 예를 들면 흰개미 집에서 흰개미 낚시질을 한다고 하죠. 나뭇가지를 찔러 놓고 흰개미가 타면 훑어 먹거든요. 우리 같으면 어린애가 (그걸) 한다고 하면 가르쳐주고 금방 배울 거 아니에요. 그런데 침팬지들은 배우는 시간이 굉장히 깁니다. 왜냐하면 혼자 배우기 때문에. 그냥 자기 주도 학습이에요.

백창은> 실패하면서 배우는 건가요?

장대익> 근데 그게 어쩌면 자기 주도력이 더 큰 거 아니야? 물론 그래요. 하지만 약간 멍청한 거죠. 능동적으로 가르쳐주는 선생이 없어요. 그리고 그걸 배우는 학생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 같으면 하루아침에 끝날 학습을 걔네는 한 5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비효율적인 거죠. 그게 첫 번째 혁명입니다. 다시 말해서 학습이 집단 학습으로 들어간다. 그게 첫 번째 학습 혁명이에요. 두 번째는 뭐냐면 누가 하는 걸 보고 배워요. 그리고 누군가가 가르쳐줘요. 말로 하겠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문자가 생긴 거죠. 글로 남기는 거죠.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그거를 모방하고 따라 하는데 훨씬 더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그리고 축적이 되죠. 세 번째는 뭐냐하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했잖아요. 인터넷은 웹에 접속만 하면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전 세계 어디서든지 뭔가를 할 수 있죠. 그러니까 그동안 학습이라는 것은 다 만나서, 대면해서 하는 거였는데 인터넷이 발명되면서 모이지 않아도, 만나지 않아도, 직접 물리적으로 만나지 않아도 뭔가를 학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거죠. 지금은 그러면 3차 학습이냐. 저는 4차 학습 혁명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왔다고 생각해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VR, AR, 메타버스의 세계. AI 기술이 들어가서 학습을 맞춤형으로 할 수 있고 어떤 공간이든 상관없이 가상의 공간에서도 들어가서 할 수 있는 것.

▶ 진화학자, 창업을 하다

백창은> 그래서 4차 학습 혁명을 맞아서 창업을 하셨어요.

장대익> 그렇죠. 줌을 쓰게 된 지가. 줌 비난하는 거 아닙니다. 줌 사랑해요. 줌을 쓴 지 한 2년 반 됐잖아요. 하다 보니까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거예요. 줌은 분명히 회의용 플랫폼인데 왜 우리 수업 때 이걸 쓰고 있지? 수업은 차시가 있고 첫째 주, 둘째 주, 셋째 주가 있고 학습의 공동체가 마련돼야 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도구여야 하는데 왜 우리는 회의용 플랫폼을 가지고 수업을 하고 있는가. 아주 진지하게 반성하게 됐어요. 또 교육과 관련해서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이 왜 우리가 20대에만 교육의 예산을 이렇게 많이 쓰고 있지? 제 주변에 보면 제가 50대인데 50대예요. 슬프네. 갑자기. 50대 주변 친구들 보면 지식의 난민들 같아요. 돈 있는 친구들은 최고위 과정 같은 데 가면 네트워킹도 하고 배우죠. 그렇지 않은, 여유가 없는 친구들은 무료 강좌 같은 거 쫓아다니고. 조금 더 진지한 친구들은 느지막하게 대학원을 가고. 아주 소수죠. 그런데 그게 무슨 얘기냐면 뭔가 더 배우고 싶고 그냥 단지 호기심만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도, 경력을 옮기기 위해서도 뭔가 새롭게 배워야 해요. 지금 블록체인 배워야 하잖아요. AI 배워야 하잖아요. 그런데 어디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지 못하고 그냥 유튜브만 있는 거예요. 유튜브에 모든 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약간의 부조화가 일어나고 있다. 정말 가슴 아픈 얘기지만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소멸하고 있다. 되게 심각한 고민이에요. 학생 선발 정원을 줄이지 않는 이상 계속될 거예요. 그러면 그 대학은 어떻게 될 것이냐. 대학의 미래는 뭐냐. 서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전쟁을 펼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학생을 생각해보자는 거죠. 정말 중요한 학생들. 40대 이상이 그 학교의 주인이 된다면 그 학교는 다시 살아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들도 재교육을 받게 되는 거죠. 그것에 걸맞은, 그리고 이 4차 학습 혁명에 걸맞은 새로운 학습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트랜스버스를 창업하게 된 거고 지금 저희가 에보 클래스라고 하는, evolution of class.

백창은> 이름 교수님이 지으셨어요? 작문 센스가 장난 아니신데요.

장대익> 저는 카피라이터가 됐어야 했을 것 같아요. 농담이고. 작명소를 지어야 할 것 같은데.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데. 어쨌든 에보클래스라는 걸 만들어서 새로운 플랫폼을 실험하고 있어요. 서울대학교에서도 창업하는 교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요. 여전히 문제는 있어요. 예를 들어, 대학 교수가 창업을 하면 비즈니스를 잘해야 하잖아요. 비즈니스를 잘하려면 학교 일에 신경을 쓰기 어려운 거고. 그래서 제도가 유연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 창업해서 열심히 하는 교수님들은 고민하게 돼요. 내가 이 스타트업을 더 열심히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대학에 남아야 하나 이런 고민.

백창은>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장대익> 네. 그래서 정책 하시는 분들도 이런 고민을 많이 해결해 주셨으면 좋겠고. 그리고 지금 대학의 분위기를 보면 명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이런 얘기가 있어요. 예전에는 대기업 가고 고시 보고 이런 것들을 생각했는데 요즘은 가장 똑똑하고 진취적인 친구들이 창업을 먼저 생각해요. 그만큼 시대가 변했어요. 서울대에서 이런 시대는 없었거든요. 창업이 모든 대학생한테 지금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내가 내 아이디어를 가지고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걸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데가 거의 없죠. 그래서 그런 게 앞으로 우리가 대학과 스타트업의 관계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넓은 공감의 힘

백창은> 인류 진화와 관련해서 아까 두 번째로 말씀하셨던 부분. 사회적 지능. 이렇게 인류가 사회적으로 협력하고 배려하는 그런 본성에는 어떻게 보면 공감의 능력도 작용하는 걸까요?

장대익> 그렇죠. 공감은 침팬지도 다른 개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의향을 갖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알아요. 그런데 우리가 잘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다른 집단이 혹은 다른 주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또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잘 추론할 수 있어요. 인지적인 힘이에요. 그걸 인지적 공감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예를 들어 슬픈 장면이 있거나 사진을 보거나 그런 상황에 있으면 그냥 슬퍼지거든요. 이건 정서적인 거예요. 자동으로 작동하는 건데 모든 포유류가 그걸 갖고 있어요. 인간만 갖고 있는 건 뭐냐면 역지사지라고 하는 말 있잖아요. 역지사지 능력이에요. 우리가 지금 힘들지 않지만, 예를 들어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거죠. ‘그들은 그 상황에서 정말 고통스러울 텐데‘라고 추론하는 거죠. ’나도 그 상황이라면 굉장히 힘들 텐데’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게 바로 역지사지. 인지적 공감은 인간의 아주 독특한 특성입니다. 이게 있어야 집단을 훨씬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거죠. 우리가 직관적으로만 산다. 우리가 감정적으로만 산다고 하면 우리 공동체는, 우리의 반경은 굉장히 좁아져요. 예를 들어 강아지도 인간은 아니지만 권리를 갖고 있는. 다시 말해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로서 우리랑 똑같지는 않지만, 그들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공감의 반경을 점점 넓히는 과정이 인류 역사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지구상에 있는 생명체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공감의 반경을 점점 더 넓혀왔고 그것은 우리 생각의 힘이지 우리 감정의 힘은 아니에요.

백창은> 그 공감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감정적인 것만 생각하는데 그런 걸 넘어서 계속 생각하고 사고하는.

장대익> 절대 감정에 집착하거나 의존하면 반경이 넓혀질 수 없습니다. 우린 누구나 자기가 편한 사람이 좋아요. 부족 본능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걸 넘어서야 더 큰 집단을 만들 수 있고 더 큰 목표를 향해 갈 수 있고.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대익> 우리 사회에 큰 갈등이 있잖아요. 수많은 갈등이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갈등의 본질이 공감이 부족해서일까? 공감의 깊이가 좀 낮아서일까?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고 너무 우리 편에만 공감하는 거예요. 너무 우리 집단에만. 내가 MZ 세대의 젊은 남성이라면 그 젊은 남성에만 공감하는 거죠. 우리가 가진 문제에만 깊이 공감하는 거죠. 너무 깊이 공감하니까 다른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다른 부분이 안 좋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공감을 우리 집단에 너무 깊이 하는 순간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가 늘어나고 그게 저는 우리 사회 갈등의 핵심적인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공감을 깊이 하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공감의 반경이 얼마나 넓은지. 그래서 저는 깊은 공감이 아니라 넓은 공감으로 가야 우리 사회가 더 좋은 사회가 된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된다고 생각해요.

백창은> 10년 뒤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 한마디가 있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세요?

장대익> 저는 10년 주기설이 있어요. 10년 정도 열심히 하고 다음을 준비할 것 같은데. 10년 동안 열심히 했네. 짐 싸자. 다른 거 또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또 다른 진화가 필요한 거 아니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는 거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 거고. 또 다른 10년을 위해서, 다음 단계로 갈까? 얘기할 것 같아요.

장대익> 진화는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진화는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거든요. 물론 인간은 환경이 변화하면 그 환경에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생명체들이 모두 그렇진 않아요. 우리 인간의 특이한 점은 인간은 환경을 만들죠. 만든 환경에 또 적응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인간의 차이고요. 늘 뭔가 새로운 변신을 하려고 노력하는. 그게 사실 생명의 역사였어요. 그래서 진화는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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