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리서치] 문어 뇌에 인간의 유전자가 있었다!

김하은 기자

hani@tbs.seoul.kr

2022-08-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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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사진=뉴시스>]  

푸짐한 해물탕에도 들어가고, 숙회로 초장에도 찍어 먹는 문어.

그런데, 무척추동물 문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문어는 인간이나 침팬지처럼 도구를 사용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야생 문어는 사람이 먹고 바다에 버린 코코넛 껍데기 반쪽 두 개를 엇갈리게 포개서 가지고 다닙니다.

필요할 때마다 코코넛 껍데기를 집처럼 숨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죠.

문어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문어를 연구하던 한 실험실의 일화에 따르면, 문어는 자신이 싫어하는 스태프가 지나갈 때 엄청난 물줄기를 그의 목덜미에 뿌려댔다고 합니다.

이렇게 지능이 뛰어난 문어.

하지만, 도대체 문어가 어떻게 이렇게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지는 과학계의 미스터리였습니다.

포유류 가운데 개와 비슷한 수준인 5억 5,000만 개 정도의 신경 세포가 많다는 것 정도만 확인됐죠.

그런데, 문어 지능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에 돌파구가 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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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와 독일 등 8개국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기술로 문어 두 종류의 뇌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두 문어의 뇌에서 인간도 가지고 있는 특정 유전자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전이인자입니다.
전이인자는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 있어서 ‘점핑 유전자’라고도 불리죠.

인간 전체 유전자 가운데 45%가 점핑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점핑 유전자는 우리 몸속의 특정 유전자를 껐다 켰다 하는 조절 기능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특히 LINE이라는 점핑 유전자는 뇌에서 학습과 기억 능력에 관여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문어의 뇌에서 인간과 똑같은 LINE 점핑 유전자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게 발견된 거죠.

약 5~6억 년 전에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독립적으로 진화해온 인간과 문어의 뇌가 기능적으로 유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입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 그라지아노 피오리토는 "지능의 진화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바닷속에 사는 외계인과 같은 존재였던 문어의 비밀을 해결하는 과정은 우리 인간 지능의 실체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인싸 리서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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