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이드] "2050년 천만 명 사망" 슈퍼박테리아의 역습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2-08-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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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

약을 반복해서 복용할 때, 약의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항생제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 인터뷰 】엄중식 교수 /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1928년에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처음 발견해서 개발한 이후로 100여 년 동안 계속해서 항생제가 개발되고 특히 점점 더 많은 세균을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는 형태의 광범위 항생제가 개발되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세균들이 그 항생제에 노출이 되고, 살아남는 균주가 계속 발생하면서 이 균주들이 결국 항생제의 효과를 감소시키거나 항생제의 효과를 차단하는 형태로 본인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기제를 갖게 되거든요."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세균, 특히 두 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세균을 항생제 다제 내성균이라고 합니다.

슈퍼박테리아라고도 하죠.

다제 내성균에 감염되면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의 종류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상태가 악화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면역계가 취약한 노약자나 중환자가 위험합니다.

【 인터뷰 】추은주 교수 /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적절한 항생제 치료 없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모든 병의 마지막 합병증은 세균성 감염이고 세균성 감염이 왔을 때 항생제 감수성(효과가 있는) 균과 내성균에 대한 사망률은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영국은 이미 전 세계에서 매년 70만 명이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항생제 내성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없으면 2050년부터는 매년 천만 명이 내성균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더 심각합니다.

2019년 기준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OECD 29개국 중 3번째로 높고, 처방되는 항생제 가운데 26%는 부적정 처방으로 집계됐습니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내성균이 생기는 속도는 새로운, 효과적인 항생제를 개발하는 속도를 이미 앞질렀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제약 회사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 인터뷰 】김홍빈 교수 /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최소한 5년에서 10년 이상은 기본으로 항생제 개발에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고. 또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항생제를 오남용하면 항생제 내성이 금방 생기면서 개발한 만큼의 이익을 환수할 수 없다는 경제적인 측면이 있겠죠."

우리나라에서는 최후의 항생제라고 불리는 카바페넴에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카바페넴 관련 내성균 가운데 대표적인 균,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 CRE에 감염된 사람은 지난해 2만 3,000여 명으로 전년보다 28.7% 급증했습니다.

【 인터뷰 】엄중식 교수 /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여러 항생제가 안 들으면 마지막으로 카바페넴 계열의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카바페넴 계열에 내성이 있으면 그다음에 쓸 약이 거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여러 가지 항생제를 병합해서 같이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항생제의 독성이나 부작용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써도 사망률이 높아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CRE에 의한 혈류 감염, 피를 통해서 균주가 몸을 돌아다니는 상황이 되면 사망률이 높게는 60~70%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CRE를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개발됐지만 국내에는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하루 약값만 수십만 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김홍빈 교수 /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미 개발된 지 40~50년 된, 부작용이 적지 않은 약제를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요.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항생제를 쓰고 싶은데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안타까운 결과를 빚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무기력하게 느껴지고 화도 나고 아쉽고 그렇습니다."

정부가 보험 급여 체계를 적극적으로 재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인터뷰 】추은주 교수 /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지금 쓰고 있는 항생제는 옛날 항생제라서 급여에서 보험 수가가 비교적 낮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약이 들어올 때는 현재 사용 중인 약과 새로운 약이 어느 정도 비용 효과가 있는가 비교해서 들어오게 되고요. 그렇게 비교하면 최근에 나온 약들은 개발 비용 때문에 꽤 고가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쓰던 약과 경제성 평가를 했을 때는 이 약이 들어오는 게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와서 치료 성적은 좋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보험 급여에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새로운 항생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항생제도 언젠가는 내성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죠.

근본적으로 항생제 내성을 줄여야 합니다.

정부는 5년 단위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인데, 대책을 뒷받침할 예산과 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 인터뷰 】 추은주 교수 /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가장 중요한 방법이 항생제 스튜어드십(사용 관리)입니다. 감염내과 의사라든지 약사라든지 항생제를 관리하는 간호사라든지 그런 인력들이 필요한데 이런 인력이 단순한 병원의 수익 구조만으로는 사실 굉장히 어렵습니다. 수가가 없기 때문에."

【 인터뷰 】김홍빈 교수 /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과거의 고전적인 방법으로 균을 확인하고 그 균이 어떤 항생제에 잘 듣는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는 며칠이 걸리는데요. 빠르면 하루 이내에, 아니면 최소한 기존의 검사법에 비해 하루 이틀을 단축해서 결과를 알 수 있는 신속 진단법이 도입돼 있거든요. 그런데 새로운 항생제와 마찬가지로 그런 신속 진단법도 국내에서는 충분히 각 의료기관에서 활용할 수 없다는 그런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서. 검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가 되는 구조거든요."

시민들의 접근성이 가장 높은 동네 병·의원에서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 인터뷰 】엄중식 교수 /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항생제가 필요 없는 전형적인 상기도 감염에 대해서 항생제 처방률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여전히 감기 환자 10명 중에 서너 명한테는 항생제가 처방되고 있습니다. 이것도 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게 항생제 내성균을 줄이는 첫 번째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조용한 팬데믹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월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2019년에만 전 세계에서 약 127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사망했습니다.

슈퍼박테리아.

에이즈, 에볼라보다도 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지도 모릅니다.

취재·구성 백창은
영상 취재 류지현 김용균
영상 편집 이아름
뉴스그래픽 홍해영
CG 김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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