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이드] 마약 중독, 그거 진짜 치료됩니까?

조주연 기자

piseek@tbs.seoul.kr

2022-12-3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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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마약에 중독되는가

우리는 쉽게 중독됩니다.

“뭐를 선택하느냐의 문제죠. 술을 선택하느냐 필로폰을 선택하느냐. 대마를 선택하느냐. 도박 중에도 뭐 경마를 하느냐, 어떤 게임을 하느냐. 이건 선택의 문제지 중독은 다 똑같은 개념입니다.”

하지만 ‘마약’ 중독은 다르죠.

“담배는 중독이 됐다고 하더라도 그게 없을 때 무슨 환각이나 이런 걸 나타내진 않거든요. 근데 마약류나 향정신성 의약품은 약물에 취해 있을 때도 그렇고 또 심하게 억제됐을 때도 정상적인 사고나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어요. 커피나 니코틴 중독과는 아주 차원이 다른 중독이다….”

우리는 왜 ‘마약’에 중독될까요?

마약에 중독되면, 행복에 무뎌집니다.

김선춘 독성학과장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마약은 대부분 쾌락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체적으로는 심장 박동을 증가시키고 에너지 대사를 촉진해서 힘이 있는 것 같은 상태가 되거든요. 근데 이제 그 약효가 끝나고 나면 신경전달 물질이 그걸 하느라 소비되니까 축 처지고 기분이 안 좋아지고 이런 상태가 됩니다. 그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뇌가 마약을 자꾸 요구하게 돼요.”

불행에는 예민해집니다.

김선춘 독성학과장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각은 원래 일정 수준이 되면 아픔을 느껴야 하고, 그냥 이렇게 스치면 ‘그냥 무언가 닿았다’ 이런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일정 수준 마약에 중독되면 뇌가 그냥 스치는 느낌도 통각으로 느껴요. 되게 고통스럽고 그 약을 또 찾게 되고….”

▶ 마약 중독은 '완치'되지 않는다

마약을 끊으면 두통, 오한 등 ‘금단 현상’이라고 불리는 고통이 찾아오죠.

하지만 짧게는 1, 2주, 길게는 두 달 정도의 ‘해독’ 과정을 거치면 이런 신체적인 고통은 해소됩니다.

그러면 왜 약을 끊는 ‘단약’은 쉽지만, 그 상태의 유지는 어렵다는 말이 있는 걸까요?

기억 때문입니다.

마약을 하면서 느꼈던 쾌락이 뇌에 각인된 겁니다.

전웅철 본부장 / 서울시마약퇴치운동본부
“약물을 한번 접했던 사람은 그 약물에 대한 아주 강한 호기심 내지는 끌림, 이런 게 자꾸 뇌에서 작동해요. 한 번 중독되면 뇌에 각인이 되어서 단약을 하고, 회복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옛날에 약을 했던 사람들하고 같이 어울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시 약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년 이상 단약에 성공하는 사람은 3명 중 1명에 불과합니다.

재발이 많기 때문에 ‘완치’라는 개념이 없고, 마약 중독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병’으로 여겨집니다.

마약 중독 치료의 핵심은 기억이지만, 마약을 했던 기억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갈망을 단순히 참는 것도 한계가 있죠.

마약을 하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을 넘어 마약을 하지 않는 것의 장점을 느끼도록 가치관, 생활 전반을 바꿔야 가능합니다.

조성남 원장 / 국립법무병원
"일반인처럼 아무리 좋더라도 불법이고 안 해야 한다는 가치관으로 변하게 되면 (마약) 생각이 나더라도 손을 안 댈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건전한 가치관을 가져가도록 치료해 주는 게 진짜 치료다…. 또 약을 남용하면 할수록 남들이 일할 때 자고 있고요. 남들이 잘 때 깨어 있고 생활이 불규칙해져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치료라는 것은 정직하게 살고 책임감 있고 규칙적이고 규범적인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거고, 자기가 그런 생활을 하도록 자기를 관리하는 병이죠.“

▶ 선배 '회복자'가 마약 치료 이끈다

마약 중독은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 ‘병’이기에 집중적인 치료를 위한 병원, 사회 적응을 위한 재활센터,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모임 등이 같이 이뤄져야 제대로 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주목되는 건 이미 한 번 중독을 겪고, 그 굴레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난 ‘회복자’의 선한 영향력입니다.

조성남 원장 / 국립법무병원
”중독에서 회복된 사람들을 전문가로 만들 수 있거든요. 이런 사람들이 일정한 교육을 받아서 강사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되면 환자를 치료하는 치료자로 나설 수가 있죠. 외국은 중독 치료 시설에서 1차 상담하는 직원의 80%가 이런 회복된 중독자들이에요. 회복자들이 상담하고 치료하니까 환자들한테 희망이 되고 또 환자들의 중독 상태를 너무 잘 아니까 상담도 잘 되고….

이미 그 고통을 알고, 이겨낸 경험도 있는 이들이기에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도, 공감의 정도도, 해줄 수 있는 조언도 다릅니다.

최진묵 센터장 / 인천 다르크(마약류중독재활센터)
“약물 중독자들이 보통 그래요. 병원에서 치료가 되는 거냐고 그러면 안 된다고 얘기를 해요. 저도 과거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병원의 치료 방식이 틀린 게 아니고요. 어떤 상담사의 상담 스킬이 모자랐던 게 아니고요. 내가 그 치료를 받는 태도가 틀렸던 거예요. 조금 늦게 되는 사람은 있지. 안 되는 사람은 없는데 안 되는 사람으로 봤던 거죠. 우리가 여태까지."

임상현 이사장 / 경기도 다르크(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
“‘내가 마약을 왜 사용했는가’라고 하는 것까지 우리가 들어가 봐야 하거든요. 처음부터 마약을 끊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잘못돼 있는 문제들, 그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함으로써 자기의 존재 가치를 중요하게 여길 수 있고, 또 가족의 관계가 회복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고….

마약 중독에서 먼저 벗어난 ‘선배’로서, 중독자들을 위한 입소 시설을 만들고, 함께 생활합니다.

이러한 공동체는 준비, 훈련, 보호, 회복, 치료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장한수 선교전도사 / 중독회복 자조모임 & 공동생활
"우리끼리만 우리의 심정을 알거든요. 우리끼리 옛날 얘기도 하고. (편견 때문에) 사회에서 부딪히면서 (회복을) 하기가 참 어려워요. 그래서 일단은 우리끼리 연습해서, 회복돼서 이제 (마약을) 안 할 수 있구나 할 때 사회로 복귀하는….“

임상현 이사장 / 경기도 다르크(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
”먼저 회복된 자들, 먼저 다르크(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에 온 사람들이 약을 하지 말자, 끊어야 된다, 하나의 모범적인 본보기의 역할을 해주고, 후임, 나중에 온 사람들은 그 선임자를 보고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거죠.“

▶ 회복이 전염되는 사회를 꿈꾸며

마약 중독, 최선은 처음에 선을 넘지 않는 것입니다. 일단 한번 선을 넘으면, 중독으로 이어지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일은 정말로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마약 중독에 낙인을 찍을 필요는 없습니다.

중독이 전염되듯이, 회복도 전염됩니다. 제대로 선 한 명의 회복자가 마약 중독자를 구제할 수 있습니다.

편견과 배제의 사회가 바뀌어야 마약 중독도 막고, 또 마약 중독자를 회복시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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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구성 조주연
영상 취재 손승익 전인제
영상 편집 심현지
뉴스그래픽 김지현
CG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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