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이드] 마약, 20대·여성·고학력 노렸다

조주연 기자

piseek@tbs.seoul.kr

2023-01-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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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류 사용자 3명 중 1명은 20대

일상에 파고든 '마약'

"과거에는 일부 조폭이나 범죄자들의 극심한 일탈 행위에서 이제는 누구나 그냥 쉽게 흔히 접할 수 있는 어떤 일상의 위험, 이 정도로 많이 보편화되고…."

지난 10년 동안 마약은 더 젊어지고, 더 다양해지고, 더 쉬워졌습니다.

2009년 마약류 사용자의 2%에 불과했던 20대가 2022년 30%를 넘어섰고,

여성의 비율은 세 배 넘게 늘었습니다.

"모든 영역의 중독에서 나이, 성별 구별이 다 없어지고 있거든요. 사회적 변화가 영향을 준다고 봐야죠."

특히 호기심과 충동이 강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을 띄는 젊은 세대의 마약 중독은 심각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마약류 사용자의 70% 이상이 10, 20대에 마약을 시작합니다.

반면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시기는 평균적으로 30대 후반, 40대 초반이죠.

이해국 교수 /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10대, 20대 때 (마약을) 시작해서 30대, 40대 때 치료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뇌가 10년 이상의 마약 노출에 의해서 마약이 없으면 어떤 일상생활의 작은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기쁨을 느낄 수 없는 망가져 버린 상태에서 치료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치료도 어렵고 재발도 많을 수밖에 없는 거죠."

▶ '보편적 인구집단'에서 마약 사용 중?

마약류 사용자의 사회, 경제적 집단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 이상 학력의 비율이 높아졌고, 사용자 간 수입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2009년, 월 평균 수입이 100만 원 미만이거나 300만 원 이상인 마약류 사용자의 비율은 각각 26%, 17%였지만

2022년, 이 비율은 각각 55.6%, 23.4%로 늘어났죠.

▶ 마약은 '구하기' 쉽다

마약 청정국이던 우리나라에서 '마약 사용이 보편적인 인구집단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마약과 일상을 분리하던 장벽들은 끊임없이 낮아져 왔습니다.

먼저 구하기가 너무 쉽죠.

각종 SNS에서 마약류를 뜻하는 은어는 암암리에 퍼져있고, 의료기관에서 처방받는 진통제를 마약 대체제로 악용하는 사례도 자주 확인됩니다.

지난 2021년 오피오이드계의 진통제인 펜타닐을 학교에서 투여한 고등학생 40여 명이 무더기로 검거된 적도 있습니다.

이해국 교수 / 가톨릭대학교 의정부 성모병원
"(펜타닐은) 진통을 없애는 수준을 넘어서 그냥 그 자체로 마약에 가깝죠. 그래서 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쓰도록 되어 있는데 근골격계 환자라든지 기타 통증 환자에게도 쉽게 처방이 되기 시작하다 보니까…. 미국에서 펜타닐이 헤로인의 대체제로 이용되었듯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을 사용하고 싶은, 마약을 사용했던 사람이 '이건 뭐 의사한테 처방받는 거니까. 법적인 처벌의 안전망도 쉽게 뚫을 수 있고' 이렇게 입소문이 나게 되면서…."

▶ 마약은 '시작이' 쉽다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보니, 마약이 범죄라는 인식이 옅어지고, 하면 안 된다는 판단도 흐릿해집니다.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유명 연예인의 마약 투약 사건또한 마약에 대한 호기심과 긍정적인 태도를 불러일으키죠.

김선춘 독성학과장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요즘 10대나 20대 초반은 마약을 한 게 자랑이 돼요. '나 이거 해봤다' 그러면서 되게 관대해요. 더군다나 이제 유럽이나 태국 같은 나라가 대마를 합법화했다고 하니까 ‘대마가 무슨 마약이야’ 이런 식의 생각들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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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사용자 3명 중 1명은 자신의 약물 중독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호기심에 몇 차례 해봤을 뿐 중독자는 아니다, 조절이 가능하다, 해봤는데 그리 나쁜 줄은 모르겠다, 외국에서는 합법이니까.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문제는 하나로 귀결됩니다.

마약을 시작하기도, 또 마약에 중독되기도 쉬운 환경이 된 대한민국.

마약, 어느새 바로 우리 옆에 와 있습니다. 당신도, 가족도, 이웃도 언제든 마약 중독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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