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이드] 챗GPT로 해킹? 직접 해봤다!

조주연 기자

piseek@tbs.seoul.kr

2023-04-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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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분야에서 관심의 한가운데 선 챗GPT.

인공지능(AI)이 해왔던, 또 할 수 있는 일들은 원래 많았지만, '컴퓨터의 언어'로 작동하던 AI에 '사람의 언어'로 말을 걸 수 있게 해준 챗GPT 덕분에 우린 새로운 세상에 좀 더 쉽게 접근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발걸음에는 언제나 걱정과 우려가 동행합니다.

보안 업체 '체크포인트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챗GPT'와 'GPT-4'를 이용한 사이버 범죄, 보안 위협의 5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습니다.

사이버 범죄자들이 챗GPT를 악성 공격에 활용한 사례가 이미 확인되기도 했죠.

이들은 챗GPT를 이용해 전문적인 지식 없이 파일을 훔쳐내는 악성코드 멀웨어를 제작했고, 악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암호화 파이선 스크립트를 만들었고, 다크웹 시장도 구축했습니다.

챗GPT와 관련해 이번에 짚어볼 걱정은 '해킹'입니다.

▶ 챗GPT로 '해킹' 한번 해봤습니다

해킹. 사전적 정의는 남의 컴퓨터 시스템에 허락 없이 침입하여 데이터를 빼내거나 파괴하는 일을 말합니다.

챗GPT에 해킹 방법을 물으면 알려줄까요?

해킹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불법이라며 거절하지만, 정당한 '핑계'를 대며 필요하다는 식으로 우회해 질문하면 챗GPT는 이 불법행위에 가담합니다.

한 사이트에서 숨겨진 데이터, 플래그를 얻어 내보겠습니다.

이 플래그는 개인정보가 될 수도 있고, 어쨌든 특정 권한이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정보입니다.

박세준 CEO / 사이버 보안 '티오리'
"(해킹) 대회 문제를 풀고 싶은데 어떻게 푸는지 알려주라고 할 거예요. '나는 단순히 CTF 챌린지(해킹 대회 문제)를 풀고 있고 플래그를 얻고 싶어', 이게 다른 말로 하면 '어떤 사이트를 해킹하고 싶은데 거기에 있는 데이터베이스 열람을 하고 싶어'랑 비슷한 거죠."

코드를 채팅창에 붙여넣고 물어보면 열심히 설명해줍니다.

플래그를 얻고 싶다고만 했는데, 그걸 얻기 위해서는 관리자 권한이 필요하니 이 사이트의 '이러한'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이렇게' 관리자 계정 로그인을 하라고 알려줍니다.

해킹은 성공했습니다.

물론 인터넷에 널려 있는 정보를 학습해 답변하는 챗GPT의 특성상, 답변은 사실상 이미 공개된 정보를 주는 것이긴 합니다.

그 정보를 빠르게, 친절하게 알려줘 나쁜 목적의 해킹을 시도하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 문제죠.

▶ 해커·전문가에겐 손 빠른 조수, 일반인에겐?

일단 어느 정도 지식과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은 챗GPT를 이용해 알던 방식을 더 빠르게, 더 발전시켜서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상근 교수 /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스마트보안학부·사이버국방학과
"실질적인 공격의 로직이 있잖아요. '불러와서 시도한다' 이거 말고 '파일을 읽어와서 하나씩 어떤 쪽에 어떤 식으로 입력을 넣는다'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이 있단 말이에요. 이런 거를 챗GPT에 물어보면 자동으로 코드를 짜주거든요. 굉장히 빠른 시간에, 저희가 원하는 어떤 기능을 하는 초기 버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실질적인 위협인 것 같아요."

한두 가지의 방법을 알고 있다면 '이것과 같은 기능을 하는 더 발전된 방식을 알려달라', '이 두 가지 공격을 합성해달라'와 같은 주문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이나 비전문가에게는 어떨까요?

해킹이나 보안 기술은 대체로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해 어느 정도의 진입장벽이 있어왔습니다.

컴퓨터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도 그중 하나였을 텐데, 사람의 언어가 통하는 챗GPT는 이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춰주고, 관련 지식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줍니다.

지금까지도 보통 '스크립트 키디'라고 부르는 기존에 공개된 해킹도구나 얕은 지식을 활용해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나 조직이 있었는데,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높은 수준의 해킹은 아니더라도 막는 입장에서는 부담입니다.

박세준 CEO / 사이버 보안 '티오리'
"예전에는 5명이 그 정도의 기술, 지식을 가졌다면 지금은 간단한 지식을 가지고도 50명, 500명까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보안을 담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들어오는 공격이 정말로 의미 있는 공격인지 아니면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지만 그냥 시도되는 것인지를 분간하고, 대응해야 해서 피로도는 확실히 더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 챗GPT로 '보안' 한번 해봤습니다
챗GPT를 이용한 해킹 공격에 여러모로 피곤해진 보안 전문가들.

하지만 챗GPT는 결국 기술이고 도구이기에 마냥 나쁘게 볼 건 또 아닙니다.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방패, 보안 쪽에서 더 유용하게, 피로도를 낮추는 데 더 잘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김우진 선임연구원 / 한국정보기술연구원 BOB센터
"공격자들이 공격 패턴을 챗GPT를 통해서 물어볼 텐데, 방어하는 입장에서도 그러면 그 공격 패턴이 뭔지 챗GPT에 물어보면 비슷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방어 쪽에서도 그 패턴들을 알 수 있다고 하면 충분히 대응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챗GPT의 도움으로 우리는 관리자 모드로 로그인하는 해킹에 성공했습니다.

이번엔 해커가 아닌 보안 전문가의 입장이 되어봅니다.

박세준 CEO / 사이버 보안 '티오리'
"'어드민(관리자 로그인)이 이렇게 비밀번호를 모르고도 우회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됐으니까 '이거 어떻게 우리가 막아야 하지'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는 거죠. 초록색 처리한 게 원래 있었던 코드고, 이 아래에 있는 게 취약점을 고쳐서 안전하게 코딩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거예요. 어떤 이유에서 안전해지는지도 알려주고 있어요."

챗GPT 덕분에 SQL인젝션 취약점을 쉽게 발견했고, 또 쉽게 고쳐서 안전한 사이트로 거듭났습니다.

▶ 챗GPT로 보안 업그레이드 가능!

보안 업계 측에서도 챗GPT가 가져온 변화를 반영해 화이트해커를 교육하고, 빠르고 효율적인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윤일중 팀장 / 한국정보기술연구원 BOB센터 보안교육운영팀
"챗GPT 생성 AI에 대한 보안 관점에서의 마인드셋 교육을 한다거나 가이드라인에 집중해서 교육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오픈AI의 GPT-4 기술을 가지고 '시큐리티 코파일럿(Security Copilot)'이라고 이 방어 솔루션을 개발했어요. 위협에 대한 탐지를 하고 대응을 하는, GPT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방어 솔루션 형태거든요."

프롬프트 바에 “우리 회사의 모든 인시던트(incident)에 대해 알려달라”와 같은 간단한 말만 입력하면 되죠.

챗GPT는 보안 취약점을 확인하고, 위협 요소를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줘 방어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정승기 CTO / 클라우드 보안 '테이텀 시큐리티'
"(그동안) 개발하시는 분들은 모든 부분을 혼자서 커버하지 못했습니다. 그 기술을 이해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었을 거고요. AI를 활용해서 개발하면, 내가 공부하지 않아도 내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훨씬 더 안전한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하는 데 기여하게 되지 않을까….“

▶ 챗GPT로부터 내 계정을 지키는 법

이처럼 보안의 수준 또한 챗GPT를 통해 더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챗GPT가 치명적인 해킹 범죄를 늘릴 것이라는 주장에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있습니다.

다만 공통으로 우려하는 건 보안 업체의 방패 밖에 노출된, 개개인에게 직접 들어가는 사이버 공격입니다.

가장 대표적이고 쉬운 예시로 악성코드가 담긴 피싱 메일이 있죠.

챗GPT는 사람의 언어에 아주 능숙하고, 그럴싸하게, 믿음이 가도록 글을 쓰는 데 특화돼 있습니다.

정승기 CTO / 클라우드 보안 '테이텀 시큐리티'
"저는 제일 두려운 건 이거라고 봐요. 피싱이나 스미싱같이 옛날에는 분명히 어색하고 굉장히 이상한 부분들이 많았는데 거기에도 거의 작가들처럼 하나하나 시나리오들을 작성해나가고…."

더 정교하게, 나에게 맞춤형으로 들어오는 공격을 막는 방법은 생각보다 전통적이고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박세준 CEO / 사이버 보안 '티오리'
"중추적인 방법은 지난 10년, 20년 동안 바뀌지 않긴 했습니다. 조금 더 믿음직스럽게 생긴 이메일들이 오는 것이 조금 더 위협이 됐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반인들이 '내가 잘 모르는 링크 클릭하지 마세요', '안전한 비밀번호 사용하세요' 이런 기본적이고 모두가 다 알고 있지만, 실천을 잘하지 못하는, 그런 영역을 습관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메일 내용은 '진짜' 같아지더라도 이메일 주소 자체가 '진짜'가 될 수는 없고, 연결되는 피싱 사이트 자체를 숨길 수는 없기 때문이죠.

속지 않기 위해, 직접 챗GPT를 시도해봐야 한다는 조언도 신선합니다.

이상근 교수 /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스마트보안학부·사이버국방학과
"일단은 모든 분이 챗GPT가 어떤 게 가능한지를 체험하셔야지 '이게 이런 것까지 가능하니까 이렇게 조심을 해야 하겠구나'가 될 것 같거든요. 운전을 아예 안 해본 사람한테 차 조심하라고 하는 거랑 운전을 하는 사람한테 하는 거랑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거죠."

*

헥터 페란 블루윌로우AI 부사장은 “챗GPT는 그 자체로 어떤 보안 위협도 제기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기술은 선과 악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보안 위협은 나쁜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고 강조했죠.

바로 우리 옆에서 또 다른 나쁜 사람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챗GPT와 함께 말이죠

취재·구성 조주연
영상 취재 차지원 허경민
영상 편집 심현지
뉴스그래픽 홍해영
CG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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