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ON 세계] '베를린 소녀상'…일본의 압박이 국제적 관심 불러일으켜

정혜련 기자

hchung02@tbs.seoul.kr

2020-10-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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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일본의 압박으로 철거 위기에 처했던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 명령이 보류됐습니다.

현지 시민들이 집회와 청원운동에 나서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본의 무리한 압박이 도리어 과거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오늘의 <ON 세계> 소식에서 정혜련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기자 】
철거 명령이 내려졌던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일단 강제철거 위기는 넘겼습니다.

앞서 철거 명령을 내린 미테구청장.

현지 시민단체와 베를린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철거 반대 집회 현장에 직접 나왔는데요.

시간을 두고 절충안을 마련하자고 밝힌 겁니다.

【인서트】슈테판 폰 다쎌 / 베를린 미테 구청장
"저희가 어떤 사유로 소녀상 설치를 허가했는지 어떤 이유들이 베를린 미테지역 평화에 해를 끼치는지 다시 한번 철저히 검토해 보겠습니다."

애초에 미테구청의 철거명령은 부당했습니다.

미테구청은 소녀상의 '비문 내용'이 한일 문제이며, 독일과 일본과의 관계에 부담을 초래했다고 철거 명령 근거를 댔는데요.

비문이 문제라면, 수정과 교체 요구가 우선이겠죠.

하지만 단번에 철거라는 결정을 내린 겁니다.

기한도 일주일.

얼마나 강압적이고, 다급했는지 보여주는데요.

그렇다면,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모습 보실까요?

3백여 명의 인파가 "베를린, 용기를 내. 소녀상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해"라는 구호를 외치며
소녀상 앞에서부터 미테구청까지 행진합니다.

집회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열었지만 독일 시민들의 참여도 높았다고 하는데요.

【인서트】펄라 라팍 / 독일 시위자
"이 동상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 동상은 전 세계 모든 전쟁 성범죄의 여성 희생자들의 평화를 위해 그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우리는 이 여성들을 위해 싸웁니다."

【인서트】피터 체르막 / 독일 시위자
"일본 정부의 위반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전쟁 성범죄에 관한 것입니다. 미테구가 일본 정부의 압력에 굴복해 내일 동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
국가 관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정식 허가를 받아 설치한 작품에 대해 내려지는 철거 명령.

문화예술적 관점에서는 표현과 예술에 대한 억압이 될 수도 있는데요.

베를린조형예술가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민주주의 국가들이 예술의 자유를 위협하는 데 우려를 표한다며, 공공장소의 예술작품은 다른 나라의 압력에 의해 철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독일 정치권에서도 철거 반대 입장을 표했는데요.

미테구청장이 소속된 녹색당, 그리고 좌파당과 사회민주당 등 미테구 의원 과반수 이상이
구청장에게 철거 재검토 의견을 전달했죠.

미테구청장에게 철거명령 철회 공개편지를 보내기도 했던 슈뢰더 전 총리의 부인,
김소연 독일 NRW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압박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 인터뷰 】김소연 (슈뢰더 전 총리 부인) / 독일 NRW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14일 인터뷰)
"절차를 보니까 일본 정부가 또는 외교부 쪽에서 독일 외교부 쪽에다가 일단 상당한 압력을 넣은 것 같습니다. 일본 외교 스타일을 볼 때 이 건에 대해 하이코 마스 외교장관과 논의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공개하는 것 자체가 외교 관례에 있어서는 아주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압박입니다."

소녀상 철거가 보류되자 일본 언론도 일제히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요.

일본의 누리꾼들, 이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입니다.

일부는 "한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사실과는 다른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고요.

"독일과 교류도 소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으로 촉발된 토론과 논쟁.

이번 사건으로 오히려 국제사회에 소녀상의 의미를 알리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 인터뷰 】김소연 (슈뢰더 전 총리 부인) / 독일 NRW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
"독일에서 이런 식으로 한번 허가가 난 것을 행정 명령으로 철회하라, 굉장히 드문 일이거든요. 그만큼 독일 시민사회에도 놀라움을 줬던 것 같고요. 또 이것이 계기가 돼서 어떻게 보면 독일분들이 소녀상의 의미를 더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사진.

미테구청이 철거 명령 근거로 들었던 비문의 일부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일본군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수많은 소녀들과 여성들을 끌고 가 성노예를 강요했다. 이 평화의 상은 소위 '위안부'의 고통을 기억한다."

평화의 소녀상.
우리가 잊지 않고 지켜야 할, 우리의 역사임을 다시 한 번 되새깁니다.

지금까지 <ON 세계> 정혜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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