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ON 세계] 노예제 산물 '선거인단제' 개선 시도…개헌 안 되니 주별 협약으로

안미연 기자

meeyeon.ahn@seoul.go.kr

2020-11-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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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가 민의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ON 세계>로 보는 미 대선, 각 주별로 협약을 통해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 전해드리고요. 먼저 어제에 이어 노예제의 산물인 선거인단제도 이야기부터 전해드립니다.

안미연, 정혜련 기자입니다.

【 기자 】
▶ 안미연 기자 :
그렇다면 노예제도를 폐지한 이후엔 어떻게 됐을까요? 미국 내 흑인들도 참정권을 갖게 되었는데요.

▷ 정혜련 기자 :
하지만 인종차별적 성향의 백인 유권자 지배하에 놓여있던 남부의 각 주는 계속해서 흑인들이 투표할 수 없도록 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투표를 하려는 흑인들에게 투표세(Poll Tax)를 매기기도 했고요. 또 정치·사회 현안에 관한 최소한의 기본 지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며 문맹 시험(Literacy Test)을 치르게 하는 등 흑인의 참정권을 막으려는 시도는 계속됐죠.

▶ 안미연 기자 :
이후 참정권 확대 운동이 계속되면서 1960년대 이후에서야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이 폭넓은 투표권을 보장 받을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투표 성향은 낮고 특히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들에서는 투표를 제한하는 다양한 제도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 정혜련 기자 :
저희가 앞서 다뤘던 조지아주도 여기에 해당이 되는데, 그동안 투표권을 행사해 오지 않은 수 많은 흑인, 유색인들이 투표하도록 독려하고 그들이 행사한 표가 무효표가 되지 않도록 교육시키는데 큰 일조를 한 이가 바로 스테이시 에이브럼스였죠.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투표권 확대를 지지하며 자신들의 표밭을 늘리는 노력해온 반면, 공화당은 투표사기와 가짜 유권자가 널리 퍼져있다고 주장하며 투표권을 제한하려고 노력을 해왔죠.

▶ 안미연 기자 :
이렇게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는 인종 차별주의에서 출발된 노예 제도의 유산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이 제도를 실제 개정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여 년 동안 선거인단 제도를 개혁하거나 폐지하기 위해 의회에 상정돼 논의가 이뤄진 적이 7백 번 정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의회가 처음으로 선거인단 제도를 유권자 총투표로 바꾸려고 시도했던 건 1816년, 하지만 노예제도를 찬성한 남부 주의 상원의원들이 막아섰습니다.

1969년에는 하원에서 선거인단 제도 폐지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지만 상원에서 끝내 무산되기도 했죠.

▷ 정혜련 기자 :
선거인단으로 이득을 보는 대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었을지는 몰라도 여전히 특정 유권자들이
선거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백인이 많고 유색인종 분포가 적은 곳들은 주로 공화당을, 상대적으로 인종이 다양한 곳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은데요.

이런 이유로 최근 두 번의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총 유권자 수에서 지고도 당선이 될 수 있었던 것이죠.

결국, 현재의 선거인단 제도로 피해를 보고 있는 쪽은 민주당이다보니 총 유권자 투표로 변경하자는 쪽도 민주당 지자들이 더 많은데요.

【 인서트 】 엘리자베스 워런 / 상원의원(메사추세츠주)
"선거인단 제도를 없애고 모든 표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합시다."

▶ 안미연 기자 :
경합주들은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바뀌어 갈 테지만 끝내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선거인단 제도가 특정 후보에게 권력을 더 실어준다는 사실이죠.

백인 우월주의의 산물이 된 선거인단 제도는 모든 사람의 동등한 권리를 막고 특정 사람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주고 있습니다.

타계한 저명한 역사가이자 미국 민중사의 저자
하워드 진(Howard Zinn)은 '힘 있는 정치집단이 결과를 조작하기 쉽기 때문'에 미국이 선거인단 제도를 고집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 정혜련 기자 :
오래된 제도를 고친다는 건 물론 쉽지 않은 일이죠.
각 당은 물론이고 각 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미국은 50개 주로 이뤄진 연방국가이다보니
인구가 적은 주를 소외시킬 수도 없고 각 주의 대표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역사성과 '연방제 국가'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이유로 선거인단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는데요.

선거인단을 통한 대통령 선출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부분으로, 선거인단을 폐지하기 위해선 개헌이 필요한데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개헌선을 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 안미연 기자 :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선거인단 제도를 개선해보려고 각 주가 협약을 맺기도 했는데요.
* National Popular Vote Interstate Compact

주 선거인단을 주 유권자 득표에서 이긴 후보에게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이긴 후보에게 몰아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유권자의 의지를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 정혜련 기자 :
하지만 전제가 필요합니다.

이 협약은 참여를 약속한 주의 선거인단 총합이
270명이 되기 전에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데요.

현재 확보한 15개 주와 워싱턴DC의 선거인단 총합인 196명에서 74명을 더 확보하기 전까지는 현행 선거인단 제도가 유지되는 겁니다.

▶ 안미연 기자 :
미국 하버드대와 호주 시드니대의 공동 연구팀인 '선거진실프로젝트'(the Electoral Integrity Project)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선거의 질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복잡하고 불합리하지만, 역사적·지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되기도 하는 선거인단 제도.

미국인들에겐 계륵같은 존재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ON 세계>로 보는 미 대선 Why, 안미연, 정혜련이었습니다.

#미대선 #선거인단 #승자독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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