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ON 세계] 한국 등 소수 부유국만 '백신 공평 분배' 협력

안미연 기자

meeyeon.ahn@tbs.seoul.kr

2021-05-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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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백신 접종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지만 저소득 국가들은 백신을 확보에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완전히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두가 안전해지는 것'일 텐데요.

보다 공평한 백신 분배를 위한 전세계 공조가 잘 안되고 있는 겁니다.

[ON 세계] 안미연 기자입니다.

【 기자 】
▶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와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가 추가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저소득국가의 백신 접종률을 30%까지 끌어올리려면 20억 달러, 우리 돈 약 2조2천억 원이 더 필요하다며, 다음 달 2일까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백신 부족 상황을 지금 타개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 불리는 인도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지난 3월 백신 수출을 중단했고, 오는 가을쯤이나 수출을 재개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 세계 100여개국에 공급할 백신의 절반 이상을 인도의 세럼연구소에서 공급받는 코백스 역시 백신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유엔은 또 다시 국제사회의 공조를 촉구했습니다.

【 INT 】안토니우 구테흐스 / 유엔 사무총장
"아프리카 대륙에는 아직까지도 백신이 전달되지 않은 곳이 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백신은 적정 가격에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G20 국가들과 함께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예방접종 계획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심화하는 백신 양극화에 코백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를 두고 선진국들의 자국 우선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유국들이 자국 인구의 최소 10% 접종 분량을 코백스를 통해 구입하고자 했던 당초 계획과 반대로 개별 기업과의 구매 계약을 통해 백신을 선점하면서 코백스가 여러 백신 공급원 중 하나로 전락해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만 해도 공동의 노력으로 백신을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고자 했던 선진국들의 의지는 자선 운동으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는데요.

영국과 캐나다, 한국, 뉴질랜드 등 소수의 부유국만이 당초 취지에 따라 코백스를 통한 백신 구매에 동참했을 뿐 다른 대다수의 선진국들은 백신을 직접 구매해 일부를 기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부유국들이 자국의 백신 확보를 위해 개별 계약을 체결하면 할수록 코백스는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요.

코백스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지금쯤 전 세계의 의료 종사자들과 고령층이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을 형성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 INT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 WHO 사무총장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이뤄진 백신 투여량만으로도, 백신이 공평하게 분배되었다면 전 세계 모든 보건의료 분야 종사자들과 노년층이 접종할 수 있었을 분량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쯤 훨씬 나은 상황이 되어 있었겠죠."

▶ 빠른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졌던 영국에서 인도발 변이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지금까지 변이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6천9백여 명.

1주일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영국 모든 지역, 모든 연령대에서 확진 비율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요.

【 인서트 】맷 행콕 / 영국 보건부 장관
"최근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제 3,542건의 신규 사례가 발생했는데 4월 12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영국 정부는 신규 감염의 절반, 많게는 75%가 인도발 변이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영국 내에서는 변이바이러스 확산 초기 인도를 '레드 리스트', 입국 금지 국가에 포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요.

브렉시트 이후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영국 정부가 인도를 '레드 리스트'에 포함시키는 걸 미루다 뒤늦게 포함시키면서 사태를 더 키웠다는 겁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영국 정부는 백신 접종 효과가 있는 만큼 확진자 수 증가가 1,2차 유행때와는 달리 중증환자나 사망자 수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백신으로 100%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없고,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다음달 21일 예정인 추가 봉쇄 완화를 두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 자문기구에 속해 있는 닐 퍼거슨 임페리얼 칼리지 교수는 향후 2~3주내 감염 추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변이바이러스 전파 증가 수준이 20~30%에 그치면 관리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인도 변이바이러스가 3차 유행을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인도발 변이바이러스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나라, 또 있습니다.

바로 호주인데요.

인도에서 오는 모든 항공편을 금지했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변이바이러스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호주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빅토리아주에서는 또 다시 봉쇄령이 내려짐에 따라 등교 수업이 중지됐고, 식당과 술집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 인서트 】제임스 멀리노 / 호주 빅토리아주 총리대행
 "빅토리아는 7일간의 단기 봉쇄에 들어갈 겁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록된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도 빠르게 확산하는 전염성 높은 변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직면했습니다."

앞서 빅토리아주는 세 차례 봉쇄령을 내린 바 있는데요.

'백신 선진국'인 영국과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던 호주 상황이 다시 한번 전 세계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는 누구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ON 세계] 안미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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