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백신 불평등 ②] '백신 외교', 다 좋은데 조건을 거는 건 좀 그렇지 않니?

안미연 기자

meeyeon.ahn@seoul.go.kr

2021-06-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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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부유국과 저소득 국가, 이렇게 국가별로 백신 접종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을 틈타, 중국과 미국, 유럽 국가들이 백신을 이용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백신 제공을 대가로 조건을 거는 나라도 있는데요.

[ON 세계] 안미연, 정혜련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기자 】
▶ 안미연 기자
WHO가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한 지 1년 3개월.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인류가 백신으로 반격에 나선지 이제 반년이 됐습니다.

수급 불균형과 자국 우선주의 탓에 각 나라들의 백신 접종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그런데 저소득 국가들에 백신을 앞세워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 정혜련 기자
특히 중국이 개도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백신 외교에 나서고 있습니다.

【 인서트 】자오리젠 /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은 백신을 세계적인 공공재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엄청난 인구와 제한된 공급에도 불구하고, 개도국들의 백신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 형성에 실질적인 기여를 해왔습니다."

이런 중국의 백신 외교가 미국 외교관들은 못마땅한 모양입니다.

미 외교관들은 미국의 백신 기부를 국무부에 촉구했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중국이 자국산 백신 지원 대가로 전 세계 50여 개국에 타이완을 '중국의 영토'로 인정할 것을 압박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고 미 정치 전문 일간지 폴리티코(Politico)는 전했습니다.

백신이 간절한 중남미와 카리브해 등에 제공된 중국산 백신만 무려 1억7천만 회분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칠레와 엘살바도르, 브라질, 우루과이 등이 중국산 백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안미연 기자
반면, 온두라스와 파라과이는 중국의 백신 지원국에서 제외됐습니다.

여전히 타이완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정치적 계산이 깔린 거죠?

▶ 정혜련 기자
앞서 지난 1월, 동남아 국가 순방을 떠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출장 가방만 봐도 중국이 얼마나 백신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요.

당시 출장 가방에는 중국산 백신이 가득 담겼다고 하죠?

▶ 안미연 기자
'전 세계에 백신을 공급하는 글로벌 리더 국가' 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표도 있었고요.

▶ 정혜련 기자
중국의 백신 외교는 최근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이 WHO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무서운 속도로 자국산 백신을 해외에 지원하고 나섰는데요.

【 인서트 】니콜라이 쿠다셰프 / 인도 주재 러시아 대사
"스푸트니크V의 두 번째 공급분이 인도 하이데라바드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날 러시아와 인도 간 협력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인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양국이 굳건히 앞으로 함께 나아가고 있는 것을 보게 돼 기쁩니다."

▶ 안미연 기자
자국 내 백신 접종이 본궤도에 오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이에 자극을 받은 걸까요? 뒤늦게 백신 지원 행렬에 나섰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을 해외에 지원하겠단 계획을 밝히며 "전 세계를 위한 백신의 무기고가 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 인서트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미국은 전 세계의 코로나19 대유행 종식을 이끌기 위해 백신을 공유하는 겁니다. 다른 나라로부터 이권이나 이익을 얻기 위해 백신을 공유하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6주간 미국은 8천만 회분의 백신을 해외로 보낼 겁니다."

미국은 자신들이 지원하는 백신이 러시아와 중국이 기부한 백신 양의 5배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정혜련 기자
미국은 백신 지원 계획을 발빠르게 실행하고 있는데요.

지난 3일에는 세계에 공유하겠다는 백신의 첫 공급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중국산 백신을 거절했던 타이완에 대한 백신 지원도 포함됐는데 이 때문에 중국과의 백신 외교전이 더 치열해지고 있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앞서 발표한 백신 8천만 회분 공유계획에 더해 화이자 백신 5억 회분을 추가 구매해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에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백스를 통해 화이자 백신 5억 회분 가운데 2억 회분은 올해, 나머지 3억 회분은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할 예정입니다.

▶ 안미연 기자
이에 질세라 자국민 접종에 필요한 분량보다 두 배나 더 많은 백신을 선점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던 유럽 국가들도 앞다퉈 백신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 인서트 】에마뉘엘 마크롱 / 프랑스 대통령
"프랑스는 올해 말까지 적어도 3천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공유할 것임을 여러분께 진지하게 밝힙니다."
【 인서트 】앙겔라 메르켈 / 독일 총리
"독일은 올해 말까지 3천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가난한 국가와 개발도상국에 기부할 것입니다."

▶ 정혜련 기자
어느 국가에, 어떻게 지원할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에 지원해 '백신 외교'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 안미연 기자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백신이 절실한 개도국에 대한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현장음 】릴리 카프라니 / 유니세프 백신 책임자
"(G7 국가들의) 자국 내 백신 공급량은 이미 충분한 상황입니다. 이번 여름말까지 확보된 분량만 봐도 저소득 국가에 기부하고 자국의 성인 인구도 접종할 만큼 충분합니다. 백신 공급은 제한적이지만 공평 분배가 가능한 상황으로 올해 말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어요. 거창한 성명서와 약속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이 따라야 할 때입니다."

#백신외교 #백신불평등 #백신기부 #코백스 #COVAX #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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