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ON 세계] 영불해협 난민 보트 대참사 왜...영국vs프랑스 ‘네 탓’

최형주 기자

hjchoi20@tbs.seoul.kr

2021-11-2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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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영불해협을 건너던 난민들이 탄 보트가 침몰하면서 30여 명 가까이가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는데요.

영국과 프랑스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난민들은 왜 목숨까지 걸고 이 위험천만한 횡단에 나서야만 했던 걸까요?

[ON 세계] 최형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기자 】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아이는 종종걸음으로 차가운 바다를 향합니다.

【 현장음 】
"어디로 가는 건가요?"

【 현장음 】
"영국으로 가요."

작은 고무보트에 40여 명이 힘겹게 올라타고 있는데요.

영국과 프랑스 간 거리가 30~40km로 가장 짧은 수역인 도버 해협.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브리티시 드림'을 꿈꾸며 영국으로 향하기 위해 모여드는 곳입니다.

하지만 보트에 올라탄 모두가 무사히 영국에 도착하는 건 아닙니다.

현지시간으로 24일 프랑스 북부 지역 칼레시에서 떠나 영국으로 향하던 난민 보트가 전복되면서 임신부와 어린이 등 30여 명 가까이가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는데요.

이번 사고는 국제이주기구(IOM)가 2014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악의 사망사고"라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난민들이 탄 25척의 배가 해협을 건너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변덕스러운 날씨, 찬 바다, 붐비는 해상교통 때문에 고무보트로 건넌다는 건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이들은 왜 목숨까지 걸고 이 험난한 바닷길에 오른 걸까요?

뉴욕타임스는 많은 난민들이 불법 체류자 단속이 덜 엄격하고, 영어를 쓰고, 이미 정착한 지인이 있는 영국을 선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최근 프랑스 정부가 난민촌을 전격 폐쇄하면서, 난민들의 밀항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브렉시트 이후 생계 수단이 사라진 밀수업자들이 이제는 이민 브로커가 돼 프랑스에 있는 이란, 시리아 난민들에게 밀항을 알선하며 돈벌이에 나선 건데요.
   

<사진=연합뉴스>


【 인서트 】존 폴 코트 / 프랑스 칼레 주민
"밀수범을 체포했지만, 그들을 체포해도 또 다른 사람들이 와요. 사람들이 건너고 싶어 하고, 돈만 주면 건너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난민 문제를 놓고 서로 책임을 미루며 신경전을 벌여온 영국과 프랑스

이번 사고 이후 밀입국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상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데요.

존슨 영국 총리는 프랑스의 해안 순찰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주민 유입을 막는 조치를 강화하라고 촉구합니다.

【 인서트 】보리스 존슨 / 영국 총리
"이번 사건은 프랑스가 해변 순찰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해변 순찰을 돕기 위해 영국에서 5,400만 파운드(857억원)와 모든 기술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도…"

반면 프랑스는 영국이 현재 상황을 자국 내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데요.

문제의 본질은 불법 이민자들의 저임금 고용을 방치한 영국의 노동시장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 인서트 】제럴드 다르마냉 / 프랑스 내무부 장관
"프랑스는 매년 2만여 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지만, 영국은 6천 명밖에 안 됩니다. 프랑스의 1/4도밖에 안 되는데 이민자는 더 많고 불법 이민자는 2배나 더 많습니다. 분명히 이민 관리를 못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영국의 노동시장이 문제죠. 카를 마르크스가 말했듯 착취당하는 예비군은 바로 불법 체류자들인 거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분쟁과 빈곤을 피해 탈출하는 난민들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요.

올해 고무보트에 목숨을 걸고 영불해협을 건넌 난민들은 2만 5천여 명, 지난해의 3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이번 사건 이후에도 난민들은 해협 횡단을 계속하겠다고 말합니다.

【 인서트 】하킴 / 소말리아 출신 난민
"저도 겁이 나고 걱정됩니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해요. (하지만) 미래를 제가 만들어 가야 해요. 가족도 데리고 오고, 돕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해요."

난민 인권 단체들은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야 안전한 통로를 열어줄 것이냐며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ON 세계] 최형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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