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ON 세계] 핵전쟁 가능성에 '핵무장 도미노'…일본은? 한국은?

최형주 기자

hjchoi20@tbs.seoul.kr

2022-04-15 06:00

181



▶ 러·북 핵 위협…세계 핵무장 도미노?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50일.

우크라이나를 두고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핵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인서트 】안토니오 구테흐스 / 유엔 사무총장
"한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핵 분쟁은 이제 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앞서 러시아는 단순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 인서트 】드미트리 페스코프 / 크렘린궁 대변인 (PBS 인터뷰 중)
"우리의 안보 개념은 러시아 존립의 위협이 있을 경우에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실제 핵무기를 사용해 그 위협을 제거할 것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핵무기 부대에 완벽한 준비 태세를 명령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근 공식 석상에 원격으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핵 가방'을 든 요원과 함께 등장해 언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했습니다.

핵가방을 든 요원과 함께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

푸틴의 행보에 자극받은 것일까요?

최근 북한은 연일 '핵 보유국'임을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 인서트 】<김여정 담화 보도> 조선중앙TV (지난 5일)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오늘(15일) 김일성 생일 '태양절' 110주년을 기념해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은 핵 안보 강화에 나선 모습입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공약했던 핵 공격에만 핵무기로 대응한다는 '핵무기 단일 목적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는데요.

지난달(3월) 말 미 국방부는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에 상대의 핵 위협이나 공격이 없더라도 "극단적 상황"에서의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핵무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이 미국에 맞설 수단으로 핵무기 보유고를 증강하고 있다고 중국 지도부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중국의 핵무기 확장에 대한 증거로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신형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격납고 추정 시설 마무리 작업이 위성사진에 포착된 것을 들었는데요.

핵 보유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미국이 적극적인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중국 지도부에 결정적 참고 사례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대만과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더 강력한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기류에 편승해 일본 역시, 핵무장의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 나토 일부 회원국이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하고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를 일본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나섰는데요.

【 인서트 】아베 신조 / 전 일본 총리
"우리는 안보에 대한 논의에 있어 핵를 금기시하면 안 됩니다. 이미 유럽에서 나토가 '핵 공유'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핵) 억제력을 높이기 위해 그런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합니다."


▶ 전문가들의 경고…'제2의 쿠바 사태'

각국의 대립 격화는 우발적 핵 충돌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40년간 핵전쟁의 잠재적 비용을 연구해온 브라이언 툰 교수는 현 상황이 미국과 소련 간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달았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요.

브라이언 툰 교수 <사진=TBS> 

△브라이언 툰 (Owen Brian Toon)
-1947년생 (미국 태생)
-핵폭탄 시뮬레이션 전문가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과 '핵겨울' 공동 연구
-NASA 지구 대기층 연구상 2차례 수상
-콜로라도대 대기우주물리연구소

【 인터뷰 】브라이언 툰 교수 / 콜로라도대 대기우주물리연구소
"우리는 이미 전쟁에 매우 가까워졌습니다. (핵폭탄 발사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짧고, 잘못된 경고의 가능성도 있죠. 미래에는 상황이 더 악화할 겁니다. 특히 러시아가 이러한 모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지도자가 (핵무기 발사를) 판단하는 시간은 더 줄어들겠죠."

러시아가 파괴력을 크게 줄인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핵무기 사용 기준이 냉전기보다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핵무기를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무기가 아닌 실용적 무기로 간주한다."
                                                     -NYT 제임스 클래퍼 장군 (오바마 행정부 국가안보국장)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팀이 진행한 러시아와 나토 간 핵전쟁 시뮬레이션에서는 작은 무력 충돌이 세계 핵전쟁으로 번지며 불과 몇 시간 만에 9,000만 명 이상이 희생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한반도에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 인터뷰 】브라이언 툰 교수 / 콜로라도대 대기우주물리연구소
"200㏏의 핵무기가 서울에 떨어지면 약 115㎢가 불타버릴 겁니다. 폭발의 섬광에서 시작된 화재와 함께 폭발파가 건물을 무너뜨리고 가스선이 열리면서 사방이 불바다가 되는 것이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관찰됐듯 어떻게 열이 발생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핵전쟁의 결과는 인류와 지구 모두에 치명적인데요.

핵폭탄이 터질 때 생기는 검은 버섯구름이 햇빛을 차단하면 어둡고 긴 '핵겨울'*이 수개월 동안 지속되며 식량난으로 이어져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핵겨울 (Nuclear Winter)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1983년 칼 세이건 등 과학자들이 제기한 핵전쟁에 의한 기후 변화로 일어날 수 있는 인류 종말 시나리오

【 인터뷰 】브라이언 툰 교수 / 콜로라도대 대기우주물리연구소
"연기가 햇빛을 흡수해버리면서 빛을 차단하고 검은 탄소가 그렇듯 햇빛이 땅에 닿는 것을 막을 겁니다. 미국과 나토, 러시아 사이 핵전쟁 이후 대규모 군사 기지가 있는 한국과 일본도 분명 포함될 겁니다. 그런 전쟁에서 표면에 도달하는 빛의 90% 정도를 잃게 되면서 기온은 매우 낮아지게 될 것입니다."


▶ 한국의 대응은?

급변하는 안보 상황 속 핵무장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지난해(2021년) 12월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가 우리 국민 1,5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71%의 응답자는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 소련 핵무장에 대응해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 보유가 용인된 전례가 있는데요.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핵 보유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 인서트 】대릴 프레스 /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는 것은 정당합니다. 제10조*의 허점이 아니라 이 조항이 존재하는 이유에서 법적으로 가능하고 정당하다는 겁니다. 한국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으로 인한 지속적인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핵 보유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게 할 겁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제10조
모든 가입국은 이 조약과 관련된 특별한 사태가 자국의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탈퇴할 수 있다.

반면, 핵무장은 무력 충돌과 경제 타격을 피할 수 없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 인터뷰 】토비 돌턴 / 미국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 정책프로그램 국장
"핵무기 보유는 어느 국가에서나 매우 위험한 결정입니다. 적들은 해당 국가의 핵무기 보유를 원치 않을 것이고, 핵무기 생산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가할 수도 있겠죠. 경제를 마비시키는 국제 제재가 있을 수 있고, 국내 반대 여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 정책프로그램 국장 토비 돌턴 <사진=TBS>  

한국의 핵무장이 이뤄진다면 이는 일본, 대만, 베트남까지 핵 도미노 현상을 촉발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 지형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돌턴 국장은 미국이 한국에 좀 더 강화된 핵 억제력을 제공해 한국의 안보 불안 해소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는데요.

【 인터뷰 】토비 돌턴 / 미국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 정책프로그램 국장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이슈는 한미 동맹의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무력 충돌로 확대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공격으로부터 북한을 저지하기에 충분한 능력과 준비 태세가 되어 있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다음 달(5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북한의 핵 도발은 물론 러시아·북한·중국의 신냉전 구도 속 산적한 외교 안보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ON 세계] 최형주였습니다. 

#북한 #핵실험 #핵 #핵공유 #보유국 #도발 #김정은 #태양절 #미사일 #우크라이나 #러시아 #침공 #푸틴 #나토 #윤석열 #핵전쟁 #가능성 #시뮬레이션 #미국 #중국 #일본 #격납고 #핵무기 #도미노 #TBS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181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