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월뉴공] 한류, 세계가 스며든 비결은...

월드뉴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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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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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취재] 안미연, 정혜련 기자




전 세계 한류팬 116개국, 1억 5천만 시대

끊임없이 추가되는 '두유노클럽' 멤버들

【 인서트 】
"(And the Emmy goes to) Lee Jung-jae!"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자는) 이정재입니다!"

【 인서트 】이정재 / 배우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들과 친구, 가족, 소중한 팬들과 이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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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과 애국사이 쏟아지는 자극 보도 속에서
지속가능한 한류를 바라보다!





안미연 기자:
보시는 건 지난 7월, 세계적인 빅히트곡 '강남 스타일'의 10주년을 조명하는 CNN의 기삽니다.

2012년 7월 발매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그야말로 한류의 역사를 새로 썼죠.

정혜련 기자: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주목받으며 비단 CNN뿐만 아니라 한류에 대한 해외 유수 언론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데요.

이를 증명하듯 자랑하고 싶은 기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죠?

안미연 기자:
'Everything K!! the rise and rise of Korean culture' - 'K로 통하는 모든 것, 계속해서 새롭게 부상하는 한국 문화' 정도로 해석될 것 같은데요.

이런 걸 두고 한국이 한국을 이겼다? 이렇게 표현하면 되는 거겠죠?

정혜련 기자:
이렇게 자국 내 한류 열풍 현상과 그 이유를 분석하는 외신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사실 '한류'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안미연 기자:
맞습니다. 1990년대 후반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인기가 커지며 '한류'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죠.

【 인터뷰 】 최진희 / 영국 킹스칼리지 영화과 교수
"동아시아 내 한국 텔레비전의 물결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가을동화'나 2000년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겨울연가'등이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채널 등을 통해서였는데요. 일반적으로 '한류1.0'으로 불리며, 관광 수요를 증가시켰고, '대장금'과 같은 콘텐츠의 수출로 이어졌습니다."

안미연 기자:
이들 드라마의 예상치 못한 인기를 보며 중국이나 대만의 언론이 '한류'라는 말을 만들어냈는데요.

하지만 당시만 해도 불과 20년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서구권까지 휩쓰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을 거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정혜련 기자:
2000년대엔 저희가 미국과 영국에 각각 머물고 있었잖아요. 당시 현지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기억나세요?

저 같은 경우, 한류 콘텐츠는커녕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 생소해하던 미국인들이 생각나요.

SOUTH KOREA에서 왔냐, NORTH KOREA에서 왔냐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 '와… 이걸 묻는다고?' 이랬었거든요.

당시 미국 언론에서 한국 관련 뉴스라고 하면 북한과 핵 관련 소식이 거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려고 노력했었어요.

안미연 기자:
영국에 있었던 제 경험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북한에서 왔냐고 하면 그나마 기분이 괜찮았는데, 중국인이냐고 물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리고 또 사실 한국 산업에 대한 인지도라 하면 문화 콘텐츠보다는 현대자동차나 삼성핸드폰 같은 기업 브랜드가 통했던 거 같고요.

저를 비롯한 한국인들만 열심히 한국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봤던 게 생각납니다.

정혜련 기자:
녹화한 비디오테이프.. 아는 사람들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땐 진짜 없어선 안될 필수품이었잖아요.

【 인터뷰 】 최진희 / 영국 킹스칼리지 영화과 교수
"한국의 대중문화는 항상 놀라움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겨울연가'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국인은 '와, 일본에서 그렇게 큰 인기를 끌 줄은 몰랐네'와 같은 반응이었죠. '오징어 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징어 게임'이 해외에서 그렇게 잘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요.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비롯한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 등 지리적 경계를 허무는 플랫폼의 변화가 서양인이 한국 문화 콘텐츠에 노출되기 시작한 시발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는 '강남 스타일'을 비롯한 대중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죠. 학계에서는 이를 '한류2.0'이라고 부릅니다."

안미연 기자:
그래서일까요? 오래전부터 한류에 대해 '계획되지 않은 성공'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뤄 왔는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한류의 세계적 성공이 두드러지면서 해외 언론에서는 재밌는 시각도 등장했습니다.

바로 이런 한류를 한국 정부의 야심찬 기획의 산물로 보는 겁니다.

특히 영화 '쥬라기 공원'과 현대자동차 수출 이야기를 많이 싣고 있는데요. 1994년 과학기술자문회 대통령 보고에서 처음 등장한 말이죠.



정혜련 기자:
네.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하던 이상희 전 과기처장관(당시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이 영화와 TV 드라마 등 영상산업 진흥을 위한 통계적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1993년 개봉된 영화, '쥬라기 공원' 한편으로 벌어들인 돈이 현대자동차 150만대를 수출해서 얻는 수익과 맞먹는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그 당시 현대, 기아, 대우를 통틀어 한해 해외에 수출되는 전체 국내산 자동차 수가 100만 대도 안 되던 시절이었으니, 그 비교 자체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겠죠?

안미연 기자:
그랬을 거 같아요. 1990년대 이후 한국 정부가 문화산업정책을 수립하고 지원을 늘렸잖아요. 그 이후, 한국 대중문화가 성장했고.. 한류의 성장 배경에 국가의 역할이 있다는 분석은 어느 정도 맞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문화예술 분야가 정책적으로 본격 조명받기 시작한 때는 김대중 정부부텁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라는 정책 기조로도 유명하고요. 정부 예산에서 최초로 문화부 예산이 전체 예산 중 1%로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제이슨 베셔베이스 / 한국영화학 박사·영화평론가
"(김대중 대통령은)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결과적으로 이를 이행했습니다. 박정희 시절 검열을 강화하며 설립했던 영화진흥공사를 (1999년 영화진흥법을 개정해) 자율적인 민간기구 형태의 영화진흥위원회로 바꿨는데요.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검열을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정혜련 기자:
영국 출신인 베셔베이스 박사와 인터뷰를 하던 중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해들을 수 있었는데요.

비슷한 시기인 1990년대 초, 영국 영화산업은 당시 한국보다 낫다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무질서하고 어려운 시기였다고 해요.

이때 마가렛 대처 당시 영국 총리와 영국 영화계 인사들 간의 만남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회의 자리에는 '쥬라기 공원'에서 존 해먼드 역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배우 리처드 애튼버러도 참석했었고요.

【 인터뷰 】제이슨 베셔베이스 / 한국영화학 박사·영화평론가
"먼저 영국과 한국의 두 영화 산업은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선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는데요.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확실한 것 중 하나는 그녀가 영화와 영화 산업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당시 영국에서도 영화 산업에 대한 정부의 시각에 상징적인 변화가 생겼는데요. 그 회의 자리가, 로비 활동이 초석을 마련했다는 겁니다."

이후 영국 영화 산업 진흥을 위한 다양한 정부 기금 조성이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영국 영화위원회의 설립, 복권기금 배당 및 세제 혜택 등은 영국의 우수한 전문 인력과 더불어 미국 할리우드와의 공동 제작을 통한 영화 시장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안미연 기자:
그렇군요. 할리우드와 관련된 영국 영화 산업의 정체성이 종종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지만, 실제 영국의 영화산업은 '해리포터', '007 제임스 본드', '어벤져스', '스타워즈' 등 누구나 들으면 다 알만한 이 세계적인 블록버스터들의 원천이 되어 왔죠.

현재 한국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도 영국에서 제작, 촬영 중에 있고요.

【 인터뷰 】제이슨 베셔베이스 / 한국영화학 박사·영화평론가
"영화·TV를 비롯한 영국의 문화산업은 영국 경제에 매년 900억 파운드(143조원)를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30년간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보면 1990년 초에 있었던 그 회의가 중요했다고 보는데요. 물론 1994년도에 한국에서 '쥬라기 공원' 성공을 언급한 대통령 보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별로 대수롭지 않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떤 면에선 세계를 사로잡을 수도 있는 한국 영화산업이 가진 그 가능성을 정부가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보여집니다."

안미연 기자:
한류 성공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라고 해도 한국 문화 산업의 중요성과 그 가능성을 처음 봤다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도 그 의미가 컸다는 건데요.

사실 저희가 인터뷰한 전문가에게 빠짐없이 한류의 성공 이유를 물어봤지만 딱 떨어지는 답을 말해줄 수 있었던 분은 없었잖아요?

정혜련 기자:
맞아요. 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하자면, 정부의 지원 정책은 물론, 한국 대중문화의 경쟁력, 국내외 한류 소비자, 일부 기업가의 뛰어난 능력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는데요.

그마저도 각기 요소가 계획된 것이라기보다는 모두 독자적으로 움직인데다, 이들 요소가 모두 우연히 함께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 여러 방면에서 성공을 낳았다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 인터뷰 】김신동 / 한림대 미디어커뮤케이션학부 교수
"한류와 같은 문화 산업은 소비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한류 소비자들이 이제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러 가지 모습으로 한류 산업을 견인하는 중요한 엔진이었다. 예를 들어 이미 한류 초창기, 90년대 초반 CJ E&M의 이미경씨 같은 경우, 이미 이제 할리우드의 큰손이라고 하는 드림웍스, 스필버그나 카젠버그 등과 교류하면서 드림웍스라는 합작 사업을 성공시켰죠. 대한민국 문화 산업을 국제 무대로 끌어내는 어떤 초창기 멤버들이라는 거죠. 이 사람들이. 또 뒤이어 잘 아시는 SM의 이수만 씨나 박진영 씨, 그런 구체적인 행위자들 없이 한류가 어디서 떨어졌겠습니까."


안미연 기자:
한국 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한류의 확산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한류현황지수'와 '한류심리지수'는 전년 조사 대비 각각 4.9%포인트, 6.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특히 최근 조사에선 미국, 영국, 호주 등 과거 한류 인기가 중하위권에 머물렀던 국가들에서 한류의 대중화가 크게 일어났다는 점이 특징으로 나타났는데요.

K-콘텐츠의 인기가 계속 이어지며 한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만큼, 세계 각국이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한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진 시점 같습니다.

【 인터뷰 】아담 즈와닉 / 호주 멜버른대 한국학 교수
"한국전쟁의 영향으로 오랫동안 문화 후진국에 속해 있다 전례없는 대중문화 수출국으로 우뚝 선 한국이 이룬 성과는 그야말로 정말 놀랍습니다. 세계 대중문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몇 안되는데요. 한국은 그것을 해낸 나라에요."

【 인터뷰 】이남희 / 미국 UCLA 한국 현대사 교수
"한편으로는 이것이 우리 한국 문화의 어떤 자랑스러움을 같이 공유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또 자칫 잘못하다가는 좀 국수주의적인 태도로 또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좀 조심스러움을 같이 가져야 된다고 생각이 들면서 여러 가지 좀 복합적인 생각을 하게 되죠."

정혜련 기자:
아이돌 그룹 등을 중심으로 한 K-팝이 현재 '신한류'를 견인하고 있는 지금, K-드라마가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거나, K-영화와 K-팝이 해외 차트 순위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건 더이상 새로운 일이 아닌데요.

안미연 기자:
이런 기분 좋은 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참 좋은 일이겠지만 일각에선 홍콩 영화나 일본 J-팝 사례를 들며 한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죠.

미국 할리우드에만 집중되던 글로벌 콘텐츠가 한류라는 현상을 맞은 것처럼 이런 변화는 언제 어디서든 또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요.

정혜련 기자:
맞습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신선함이 식상함으로 변하지 않도록,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에 성공한 것을 넘어 세계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보편적 가치를 지닌 한류를 위한 노력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인터뷰 】김신동 / 한림대 미디어커뮤케이션학부 교수
"비유하자면 (문화는) 물과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풍부한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젖은 곳에서 마른 곳으로 흐르죠. 또 흘러서 되돌아온 것이 물입니다. 문화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나의 문화, 너의 문화라는 것은 굳이 나누자면 있는 것이기는 한데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나만의 문화, 혹은 너만의 문화 같은 건 없어요. 문화란 항상 변화와 변형의 모습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멈추고 고인 문화는 정체된 사회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순 있지만, 변화와 발전을 원하는 사회에서는 곧 잊히고 버려지게 됩니다."

【 인터뷰 】 최진희 / 영국 킹스컬리지 영화과 교수
"한국 문화는 관심의 분야를 넓히는 측면에서 볼 때 정말 훌륭합니다. 글로벌 팬이나 관객들의 관심은 언제든 다른 것으로 옮겨갈 수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 다음엔 어떤 것이 가장 인기를 끌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보다 우리 사회가 좀 더 개방적이고 다양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고립되기보다 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성을 갖는 것은 우리 문화의 성장에도 긍정적이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 최진희 (Jinhee Choi)
-영국 킹스칼리지대 영화학과 학과장

△ 제이슨 베셔베이스 (Jason Bechervaise)

-한양대 한국영화학 박사

-영화평론가


△ 김신동 (Shindong Kim)
-한림대 미디어커뮤케이션학부 교수
-지식협동조합 이사장



△ 이남희 (Namhee Lee)
-미국 UCLA 한국학연구소장
-아시아 언어문화학과 교수

△ 아담 즈왑닉 (Adam Zulawnik)
-호주 멜버른대 한국어학과 연구원
-한일 통번역학 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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