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월뉴공] '대중문화의 심장' 영국 흔드는 K-붐

월드뉴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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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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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취재] 안미연, 정혜련 기자




1965년 뉴욕 스튜디오50
비틀즈 라이브 공연

【 현장음 】조지 해리슨 / 비틀즈 멤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순서로 영국에서 발매된 새 앨범 수록곡 들려드리겠습니다."

약 55년 후!
같은 자리에선...
BTS

문화강국 영국에 일고 있는 우리 대중문화의 물결.
K-팝, K-드라마를 넘어 음식, 패션, 전시 예술까지...

【 현장음 】휴 그랜트 / 영화 '러브 액츄얼리' 중
"영국은 작지만 위대한 나라입니다. 우린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즈, 숀 코너리, 해리포터, 베디비드 베컴의 오른발, 그리고 왼발도 가진 나라죠."

콧대 높은 영국에서
지금은 K-붐 시대!




안미연 기자:
문학이면 문학, 영화면 영화, 비틀즈를 비롯해 20세기를 점령한 팝과 록,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BBC, 인터넷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의 나라..

이쯤되면 영국의 대중문화가 아니라 세계 대중문화라 할만큼 영국은 명실 공히 세계적인 문화 강국입니다.

정혜련 기자:
정말 따로 따로 알고 있었을 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렇게 모아서 보니 정말 대단하네요. 이런 영국에서 한국 문화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죠?

지난 10여 년 동안 한식과 K-팝을 중심으로 꿈틀댔다면, 최근 들어선 눈에 띄게 한류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이정우 / 주영한국문화원장
"전 세계에 현재 문체부에서 문화원을 33개 운영하고 있는데요. 일부 나라에서 한국 문화가 주류처럼 되거나 가장 앞선 문화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영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굉장히 새로 핫하고 좀 부각되는 문화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까지 자기네들 주류 문화를 대체할 수 있는 문화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관심이 넓어지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점차 확산하고 있는 단계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겠죠)."

안미연 기자:
영국 내 한류 확산의 단적인 예를 들자면? 단연 BTS가 있습니다.

이젠, 전 세계 사람들이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그룹! BTS는 K-팝 최초로 영국 음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또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까지 입성했죠.



정혜련 기자:
맞습니다. 세계 팝계의 상징과도 같은 무대인 런던 웸블리에서의 콘서트 개최 당시, BTS의 리더 RM이 "비틀즈, 콜드플레이, 에드 시런, 아델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인 음악계 전설을 보유한 영국은 매우 높은 벽이었는데 그 벽을 허물었다"고 감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안미연 기자:
다른 분야도 만만치 않습니다. BTS, 블랙핑크 등 K-팝 가수와 더불어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에서 맹활약중인 손흥민 선수가 영국 내 눈에 띄는 한류를 일으킨 기반이라 한다면,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영국 내 한류에 불을 붙였죠.

정혜련 기자:
특히, 이 미디어의 힘은 정말 대단했는데요. '오징어 게임'으로 시작된 한국 영상 콘텐츠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는 '1인치 언어 장벽'도 문제가 되지 않음을 증명했습니다.

【 인터뷰 】엠마 케일리 / 영국 현대언어학 대학평의회 대표
"14살인 제 아들은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데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데 자막을 보며 한국 드라마를 영국이나 미국 드라마 보듯 봅니다."

【 인터뷰 】최진희 / 영국 킹스칼리지 영화과 교수
"제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을 처음 (영국 내 대학에서) 가르쳤을 당시에는 DVD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웠는데요. 한국에서 공수해오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모음집이 (영국에서) 판매되고 있죠."

안미연 기자:
한국 영화 모음집 판매라니 정말 대단하죠? 이처럼 한국 음악, 드라마, 영화 등 K-문화 콘텐츠의 인기는 화장품과 패션, 음식, 가전제품,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그 영향이 미치고 있는데요.


이전과 다르게 곳곳에서 K-문화의 물결이 눈에 확 띌 정도라고 합니다.

【 인터뷰 】 최진희 / 영국 킹스칼리지 영화과 교수

"더 많아진 한식당, 다양한 곳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 관련) 전시회, 영화는 물론, 스트리밍 사이트나 음악 등을 포함한 다른 플랫폼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확실히 눈에 보이죠. "



정혜련 기자:
더 나아가 아직 한국 대중문화의 힘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순수 예술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달(9월)엔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 아트 페어(미술장터) 브랜드 '프리즈(Frieze)'가 닷새간 코엑스에서 서울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안미연 기자:
'프리즈(Frieze)'는 그동안 런던과 그 외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에서만 행사를 개최해 왔잖아요.

정혜련 기자:
맞아요. 그런데 전 세계 100개가 넘는 갤러리의 작품을 전시하는 프리즈 아트 페어의 아시아 내 첫 개최지로 우리가 있는 이 곳, 서울이 선정된 것이었죠.

【 인터뷰 】사이먼 폭스 / 프리즈 CEO
"개최지 결정은 쉬웠습니다. 서울은 예술가와 갤러리, 박물관, 조각, 음악, 패션이 넘치는 도시입니다."

그보다 앞선 지난 2월 세계 최정상 아트 페어인 아트바젤이 발표한 '아트마켓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전후 현대 미술(Post War & Contemporary Art) 경매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세계 5위(2%)를 기록했습니다.



안미연 기자:
이 기록도 특별했죠. 매년 발간되는 이 보고서에서 '기타 국가'로 포함되던 한국이 단독으로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정혜련 기자:
아트바젤과 더불어 세계 최정상 아트 페어로 자리잡은 '프리즈(Frieze)'의 서울 행사는 커져가는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나 한국 미술 시장 규모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죠.

안미연 기자:
한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세계 최대 공예 박물관인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V&A·Victoria and Albert Museum)에서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전시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류'를 다룬 세계 첫 대규모 전시가 다름 아닌 영국에서 개최된 것이죠.

1961년 이래 처음으로 '한국'이라는 한 나라를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회로 영국 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정혜련 기자:
이번 전시는 한류를 주제로 1960~1970년대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 기록은 물론, 비디오, 사진, 의상, 예술 작품 등을 통한 K-드라마, K-팝, K-뷰티, K-패션을 총 망라한 뜻깊은 전시이기도 합니다.

안미연 기자:
전시회 주제 중 하나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의 한류가 어떻게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서로를 끌어올려주는지를 보여주는 건데요.

예를 들어 1990년대 후반 이후 시작된 아시아 내 한국 드라마의 대중화, 즉 초기 한류가 드라마의 인기에 그치지 않고 음식, 화장품, 영화, 음악, 게임 등 다른 분야 내 한류 물결로 이어진 것이 그렇죠.

정혜련 기자:
설명을 더 보태자면, 2005년 전후,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 아시아에서 선풍적인 한류 바람을 일으키면서 한식 수요가 급증했고, 한국 드라마와 K-팝 스타들의 인기에 힘입어 K-뷰티 산업이 성장했죠.

안미연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해본다면 이번 전시가 해외 박물관에서 '한류'를 다룬 첫 대규모 전시라는 게 아쉽지 않을 정도로 한류의 끝장판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그만큼 영국 내 확산하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의 방증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정혜련 기자:
물론입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부는 한류 바람의 방증은 그 뿐만이 아닌데요. 확산하는 K-문화 콘텐츠의 인기로 한국어는 물론 문학 등에 대한 영국 학계의 관심과 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최진희 / 영국 킹스칼리지 영화과 교수
"한국 문화와 한국 영화를 보는 관점과 접근 방식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저는 내일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에 가는데요. 그 이유는 그 곳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단독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넓게 확산하면서 자금을 지원받아 한국학이나 한국 영화학 프로그램을 새로 구축, 또는 강화하려는 (영국 내) 대학이 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이정우 / 주영한국문화원장
"개인적으로 한국의 문화유산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역시 한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한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실질적으로 아직까지 덜 소개된 한국 문학이나, 아니면 한국 연극, 또는 텍스트 기반 쪽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좀 더 이런(한글 교육) 활동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안미연 기자:
영어를 사용하지 않은, 한국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긴 콘텐츠들이 각광 받으며 다른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니 생각할수록 놀랍고 뿌듯한데요.

정혜련 기자:
앞서 자막 덕분에 한국 드라마를 영미권 드라마처럼 시청한다는 영국 청소년 이야기도 나왔지만, 한국 콘텐츠를 있는 그대로 즐기고 우리 문화를 느끼기 위해 기꺼이 자막을 읽고, 한국어 습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항에서 질높은 번역 및 자막을 제공하는 일도 정말 중요해 보여요.

안미연 기자:
맞아요. 자막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실제 '오징어 게임'의 경우, 세계적인 인기와 함께 부실한 영어 자막으로 인한 오역 논란이 일기도 했죠.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한국 콘텐츠 내 역사 왜곡이나 번역 오류 논란이 불거져 수정된 일도 수차례 있어서 자막에 대한 중요성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 인터뷰 】쉐리 밀러 / 해외 자막 봉사자

"제가 '오징어 게임'을 봤을 때를 말씀드리자면, 넷플릭스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 잘했어요. 하지만 한국적인 관용구나 문화적인 요소를 많이 빠뜨린 자막이었죠. 그래서 저는 드라마 시청 후 잘 이해하지 못하던 친구들에게 이해를 돕는 부연 설명을 해줘야 했어요. 제 설명을 들은 후에야 친구들은 아, 그렇구나! 라며 이해했죠."

안미연 기자:
세계 곳곳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지만 문화 강국 영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한류'는 확실히 더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20대를 보낸 저는 자국 문화에 대해 영국인이 갖는 자부심이 얼마나 큰지 너무 잘 알고 있거든요.

콧대가 높다 못해 그 당시 K-팝 보이 그룹의 외모나 옷차림을 보고 '게이팝'이라고 조롱하던 사람들이나, 모국어가 영어라서 다른 언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던 이들도 제 주변엔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한국어로 된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니 너무 신기합니다.

정혜련 기자:
듣고 보니 그만큼 한류 인기의 흐름이 바뀐 국가 중 하나가 바로 영국인 것 같아요.

(2021 한류 파급효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8개 조사 대상국 중 영국은 2020년도까지 유일하게 '소수 관심 단계'였던 국가였는데요.


이렇게 한류 인기가 중하위권에 머물렀던 영국이 작년(2021)에서야 한류 확산 단계로 상승하면서 더 이상 '소수 관심 단계'로 분류된 국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인터뷰 】엠마 케일리 / 영국 현대언어학 대학평의회 대표
"K-팝, K-영화 등 한류를 포함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정말 커졌습니다. (영국 내)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한국 문화) 콘텐츠를 소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 배우고 싶은 욕구는 훨씬 더 커졌습니다."

【 인터뷰 】이정우 / 주영한국문화원장
"(영국 사람들이 보기에도) 한국 문화가 세련미 있다고 보일 겁니다. 다이내믹하면서도 거칠지 않고, 나름대로 내용 전개나 방식 같은 것들이 굉장히 주류 문화에서 보기에도 세련됐다고 판단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미연 기자:
지난해 발표된 '좋은 나라 지수(The Good Country Index)' 내 '세계 문화 부문'에 대한 기여도에서 우리나라는 169개국 중 6위를, 영국은 2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인 '좋은 나라'를 판단하는 기준은 '자국 뿐만이 아닌 다른 나라에, 즉 지구촌 인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인데요.

정혜련 기자:
이를 두고 '모든 것이 K로 통한다'는 기사를 쓴 가디언 기자는 'Korean Wave'의 물결이라는 표현에서 현재 한류와 같이 '진보하는' 물이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 '후퇴하는' 물이 있는 건 당연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죠.


영국 내 '문화 강국'으로서 한국의 달라진 위상이 느껴지는 말입니다.

안미연 기자: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 산업이자 20세기 문화유산으로까지 평가받는 비틀즈는 1960년대 중반의 문화 현상인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의 시작이었습니다.

비틀즈가 가장 위대한 대중문화의 아이콘 중 하나로 인정받는 이유는 그들이 이룬 상업적 성공과 더불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영향력과 그들이 만들어낸 사회현상 때문이겠죠.

정혜련 기자: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의 나라 영국에서 확산하는 한류를 보니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을 기대 해봐도 될 것 같은데요?

안미연 기자:
시작이 반이라고 이미 절반은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대한민국에서 시작한 작은 물결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하게 될 거라고 아무도 예상 못했었죠.

정혜련 기자:
지금 이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한류가 후퇴가 아닌 더 큰 물결을 이루며 더 멀리 멀리 흘러가 영국을 넘어, 전 세계인이 향유하는 세계 문화의 주류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뷰]



△ 엠마 케일리 (Emma Cayley)
-영국 현대언어학 대학평의회 대표
-리즈대 언어 문화 사회 사회학과 학과장

△ 최진희 (Jinhee Choi)
-영국 킹스칼리지대 영화학과 학과장



△ 이정우 (Jungwoo Lee)
-주영한국문화원장

△ 쉐리 밀러 (Sheree Miller)
-해외 자막 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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