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심듣귀] “코로나 너도 걸려봐라, 험한 말도”…딸들에겐 영웅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1-01-0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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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2021년 새해가 시작됐지만 코로나19의 긴 터널은 여전합니다.

지난 1년 국민들도 힘들었지만 특히 코로나19 환자를 돌봐온 의료진들도 상당히 지친 상태인데요.

[민심듣귀], 현장을 지켜온 한 의료진을 이민정 기자가 화상으로 만나봤습니다.

【 기자 】
16년차 간호사 장수영 씨,

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 2020년 한해가 간호사 생활 중 가장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순간을 꼽자면 지난 여름의 더위였습니다.

【 인터뷰 】장수영 / 간호사
"그냥 서 있어도 힘든데 현장에서는 계속 움직이죠. 내리시라고 안내해야 되죠.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물어보고 안 좋으신 분들은 혈압 재고 산소포화도 수치 재고 체온 재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야외에서 진행이 되니까 더위에 완전히 노출되거든요. 천막이 있긴 하지만 에어컨 시설 이런 게 없어서요. 30분도 못 버티고 앞에 고글이 있는데 보이지가 않고요. 물기가 흐르기 시작하면 오염 상태거든요. 그럼 바로 교대하고…."

지난해 여러 차례 생활치료센터에서 자발적으로 파견 근무를 했고 최근에는 열흘 전쯤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인터뷰 】장수영 / 간호사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하실 때 뭐가 가장 힘들었습니까?) 입소하시는 분들이 확진돼서 오실 때부터 불안해하세요. 불안해하시면서 의료진 자체를 믿지 못하시는 거예요. 계속 불신하고 불만만 토로하시고 화를 내시고…그런 상태가 되시면 그분이 작은 임상 증상이 있을 때 소통하기가 힘들거든요."

상처가 되는 말도 많이 들었고

【 인터뷰 】장수영 / 간호사
"의료진 하는 말에 말꼬리 잡으시는 분들도 있어요. '너희가 이렇게 말했는데 왜 말이 틀리냐', '코로나 너도 걸려봐라', 이렇게 말하시는 분도 있는데…조금 말 한마디 서로를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죠."

자신 때문에 놀림을 당한 아이를 보며 속이 상한 날도 있었습니다.

【 인터뷰 】장수영 / 간호사
"학원에서 친구들이 '너희 엄마 코로나 확진자 돌보러 갔어?' 질문을 했나 봐요. 그래서 큰 아이가 '갔는데 왜?' 했더니 친구들이 '너도 코로나 걸릴거야'라고 놀렸나 봐요. 그래서 큰 아이는 혼란스러워하고…."

그래도 현장을 지키는 이유는

【 인터뷰 】장수영 / 간호사
"처음에 너무 힘들게 입소하셨다가 퇴소하실 때 엄청 씩씩하게 손 흔들고 가세요. 뜀뛰기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런 모습 보면 보람을 느끼죠."

가족들의 응원에 더욱 힘이 나기도 합니다.

【 인터뷰 】장수영 / 간호사
"처음에는 가족들이 '전국에 간호사가 너 밖에 없냐, 왜 가냐'고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남편도, 딸들도 저를 자랑스러워하고 이제는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여기고…."

최근 인천시로부터 공을 인정받아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장수영 / 간호사
"너무 보람되고 너무 과분하죠. 사실 생활치료센터는 증상이 있는 분들이기는 하지만 경증환자를 보는 것이고 중증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저보다 10배는 노고가 더 많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인천시에 있는 모든 간호사들을 대표해서 받았다고 생각하고…. (상 받은 엄마를 보고 아이들은 뭐라고 했나요?) 엄마 인천 간판이냐면서 엄마 얼굴 현수막 걸리는 거냐면서 그렇게 얘기해주고 코로나 치료 하러 간 거 헛되지 않아서 너무 좋다고 자랑스러워해요. 코로나 영웅이라는 말을 집에서 제일 많이 들어요. 엄마는 코로나 영웅이잖아, 코로나 간호사잖아. 이런 얘기 해줄 때 아이들 때문에 보람을 느끼고…."

코로나 공포 속에 시작한 2021년

【 인터뷰 】장수영 / 간호사
"(새해가 됐고 의료진으로서 가장 바라는 점은?) 코로나19 라는 문구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고요. 확진자가 한명도 안 나와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거죠. 2021년에 모든 국민이 원하는 것 아닐까…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국민들에게 남긴 당부의 말

【 인터뷰 】장수영 / 간호사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잘 준수하시면서 나라에서 지시하는 준수사항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시기입니다. 연말연초 모든 활동을 잠깐 멈추시고 집에서 편안한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민심듣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im@tbs.seoul.kr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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