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심듣귀-코로나그림자] "거리에서 두 번째 삶"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1-01-08 13:26

94

코로나19와 함께한 지 1년이 다 돼 갑니다.

코로나 유행이 길어질수록 우리사회 그림자는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민심듣귀], 오늘은 이번 겨울이 더 추운 사람들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멀리서 보면 그저 숲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거리를 방황하던 노숙인들이 하나 둘 텐트를 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텐트촌이 됐습니다.

【 인터뷰 】김재은(가명) / 텐트촌 거주
"(여기 있는 사람 대부분은) 파산을 했거나 가족관계 불화 이런 걸로 왔죠."

모이고 모여 지금은 20여 채 정도 됩니다.

6년 전 이곳에 터를 잡은 김철수(가명)씨

【 인터뷰 】김철수(가명) / 텐트촌 거주
"부채가 있었는데 못 갚고 하다 보니 (교도소) 한번 갔다 오고 재기하려고 했는데 회사에서도 꺼리고 사람들이 뒷걸음치더라고요."

의지할 곳 하나 없었던 세상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고
세상과의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 인터뷰 】김철수(가명) / 텐트촌 거주
"사회에 나가서 뭘 할 수 있는 입장도 안 되고 혼자 힘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서 색안경 끼고 보고…. (생계는 어떻게 이어가세요?) 일용직 같은 것 있으면 나가고…."

코로나 이후에는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 인터뷰 】김철수(가명) / 텐트촌 거주
"단체에서 하루 먹을 간단한 인스턴트식품 주는 것 외에는 없죠."

【 인터뷰 】김재은(가명) / 텐트촌 거주
"전기, 수도, 가스 아무것도 없어요. 수돗물이나 정수기는 지하철 역사에 가서 이용하고 밑이 하수 시설이라서 냄새도 많이 나고…."

찬바람이라도 막아주는 걸 만족해야 하는 현실

이보다 더 못한 겨울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인터뷰 】A씨 / 노숙인
"(요즘 주로 어디서 지내세요?) 광화문 지하도에서…."

【 인터뷰 】B씨 / 노숙인
"세운상가에서 박스로 집을 지어놓고 자고 있어요. (괜찮으세요? 요즘 너무 춥잖아요?) 이거 패딩이 따뜻하니까 손난로 몇 개 넣어놓고…."

아침이 되면 이렇게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다

김밥 한 줄에 온 마음을 다하고

【 인터뷰 】손은식 / 프레이포유 목사
"(코로나 이후) 급식하는 장소가 많이 폐쇄되면서…주요 역마다 (김밥) 100인분 씩 준비해도 모자랄 때가 많습니다."

희망, 꿈은 잠시 내려놓은 채
하루를 흘려보냅니다.

【 인터뷰 】B씨 / 노숙인
"가슴 아픈 일을 많이 견뎠죠. 서울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 인터뷰 】A씨 / 노숙인
"소원이 없어요. 희망이라는 것…별 욕심이 없어요."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사람들이 이 뿐일까…

가파른 계단을 간신히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장동길 어르신,

【 인터뷰 】장동길 / 쪽방촌 거주
"심장병이 있어서 수술을 두 번 했어요. 그러다 보니 여기(쪽방촌)로 왔어요. 잘 살고 싶죠. 그런데 뭘 할 수 있는 힘이 없으니까 약만 먹어대는데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지금"

휠체어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김경동 어르신도,

10년 넘게 쪽방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 인터뷰 】김경동 / 쪽방촌 거주
"겨울에는 너무 추워요. 여기 판넬, 판넬 (전기 판넬…쪽방 자체가 가건물이라서 판넬 안 틀면 차갑고….)"

끼니를 해결하려면 근처 교회에 가야 하지만

【 인터뷰 】김경동 / 쪽방촌 거주
"(이걸로 활동하시는 거죠? 이게 바람 빠지고 하면 움직이실 수가 없는 거네요?) 그렇죠. (그런 날은) 방에서 혼자 멍하니 있죠."

추위, 배고픔만큼 무서운 건
좁은 방에서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

코로나 이후에 사람이 더 그리워졌습니다.

【 인터뷰 】C씨 / 쪽방촌 거주
"이 동네 사람들도 문 열고 쳐다보는 사람들이 없어."

【 인터뷰 】장동길 / 쪽방촌 거주
"화요일에 어디 단체, 수요일에 어디 단체에서 사람들이 오곤 했는데 이제 아예 없고…."

저마다의 사연으로 거리에서, 텐트에서, 쪽방에서 지내게 된 사람들

【 인터뷰 】손은식 / 프레이포유 목사
"힘들고 어렵게 사는 분들에 대한 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고요. 자식이 도와주지도 못하는데 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거든요. 그분들을 넓은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도와드려야…."

남들에겐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들도 마음에 품고만 있는 꿈, 소원이 있습니다.

【 인터뷰 】김철수(가명) / 텐트촌 거주
"(이곳 텐트촌은 선생님에게 어떤 곳이에요?) 두 번째 삶이라고…두 번째 삶…여기서 빨리 나가야한다는 생각뿐인데…."

【 인터뷰 】장동길 / 쪽방촌 거주
"(새해 소원, 소망이 뭐예요?) 가족 만나고 싶어요. 한번만 만나서 따뜻하게 안아봤으면 좋겠어요."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민심듣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im@tbs.seoul.kr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코로나19 #한파 #겨울 #거리에서_만난_사람들 #텐트촌 #쪽방촌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94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