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심듣귀] "수십 년 세월 넘어"…옛집에 반한 '청년들'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1-09-0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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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러운 한옥집의 문을 열고
정성스레 창을 닦고,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다,

이곳에서의 하루를 기록하고,

"저는 여기서 일한 지 1년이 됐습니다. 작년에 첫 출근날 피었던 옥잠화가 이번에도 피어서 여러분에게 보여드립니다. 옥잠화는 가을에 피는 꽃이거든요. 가을바람이 부는 것 같아요."

관람객이 오면 안내도 합니다.

"1930년대 지어진 근대 한옥이고요. 제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이셨고 우리에게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의 저자로도 유명한 최순우 선생님께서 사셨던 옛집이에요."

최순우 옛집
(서울 성북구 성북동)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 선생의 옛집,
지어진 지 90년 정도 된 이 집을
지키고 있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 인터뷰 】김도은
"옛집에서 활동한지는 1년 정도 됐고…"

【 인터뷰 】정채영
"(활동은) 1년 3개월 정도 됐어요. 도슨트, 전시해설, 문화재 관리 이런 일을 한다기에 제가 해보고 싶은 일이랑 어느 정도 연관이 있겠다, 봉사활동이라도 해보자 싶어서…"



옛집을 지키는 방식에 정해진 건 없습니다.

이 집을 관리하는 것부터
시민들을 위한 문화 행사가 열리면

직접 참여하고,
그 이야기를 사진에, 그리고 후기에 담습니다.

【 인터뷰 】김정현
"오래된 가옥에 관심이 많아서 우리 문화유산이니까 지켜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저를 통해서 사람들이 문화유산을 알았으면 좋겠고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옛집을 지키고 알리는 겁니다.

【 인터뷰 】김도은
"제가 다 디자인했어요. 옛집을 모르더라도 이런 상품을 보고 예쁘다, 저런 것이 어디 있을까 알아볼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수개월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몰랐던 게 많았지만,

【 인터뷰 】이의현
"(이 집이 누구의 집이고 이런 것을 알고 왔나요?) 아니요. 여기 봉사활동하면서 알게 됐어요."



일주일에 3시간,
새들도 가끔 쉬어가는 물확을 비우고, 채우는 과정을 거치며 책임감을 느끼고,

【 인터뷰 】이의현
"제 나이보다 이 집의 나이가 많으니까 더 꼼꼼하게 관리해야 되지 않을까, 숭고한 마음…"

【 인터뷰 】김도은
"관람객들이 오셔서 집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해주시면 기분이 뿌듯하고…"

취업,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배우기도 합니다.

【 인터뷰 】이의현
"서울 한복판에서 아담하지만 자연이 살아있다는 게, 그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 인터뷰 】정채영
"최순우 선생님께서 직접 가꾸신 뜰이기 때문에 선생님의 정취를 저희도 같이 느끼면서…봉사를 하러 왔는데 여유를 얻어 가는 느낌, 최순우 선생님도 이런 감정을 느끼셨을까…"



(이렇게 옛집을 지킨다는 것, 어떤 의미가 있어요?)

【 인터뷰 】김도은
"이 한옥은 30년대 것이니까, 근대 한옥은 잘 없으니까 역사의 발자취처럼 남겨나가는 활동, 사진이 아니라 진짜 실물로 볼 수 있는 옛집을 지키는 활동 자체가 정말 역사의 한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인생의 역사에서도 뜻깊은 획이 되지 않을까…"

한해 평균 60~70명,
지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천여 명이 활동가로 일했습니다.

【 인터뷰 】한란희 /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연구원
"최순우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이 집이 사실상 팔릴 위기에 처했다가 2002년에 시민들의 후원을 통해서 이 집이 매입이 된 거기 때문에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조차도 시민들의 후원이 필요했어요. 젊은 친구들이 이런 미래 유산을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도록 직접 자원해서 온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시민, 청년들이 지켜나가는 집이 또 있죠?)

【 인터뷰 】한란희 /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연구원
"국가에서 조금 관리가 어려운 소중한 오래된 옛집들을 시민들의 후원을 통해서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통해서…시민문화유산 1호는 여기 있는 최순우 옛집이고요. 2호는 나주에 있는 도래마을 옛집, 마지막 3호는 권진규 아틀리에라는 곳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잊혀질 뻔했던
우리의 유산을 지키는 청년들,

너무 쉽게 잊고 사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관심을 가져야지, 보존되니까…"
"문화유산이 보존될 수 있게 좀 더 동참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민심듣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im@tbs.seoul.kr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유튜브에서 다시보기

20대, 쉼·힐링의 공간 옛집에 반했다 [민심듣귀]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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