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위드 코로나, 다시 일상 ①] '초과 근무 200시간' 역학 조사, 이대로는 망한다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1-10-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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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다음 달이면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방역 체계가 전환됩니다.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지 1년 10개월 만인데요.

TBS는 오늘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일상 회복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먼저 방역 최일선에 있는 역학 조사관을 백창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기자 】
석 달 넘게 이어지는 4차 유행.

역학 조사관들은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 인터뷰 】정택현 역학 조사관 / 안산시 상록수보건소
"(지난해) 3월에 할 때는 1번부터 16번까지 이름이나 이런 걸 다 외우고 있었는데 (지금은) 당일에 무슨 조치를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요즘은 하루가 정신없이 가고. 제가 뭘 했는지 기억이 나야 다음 날에 이걸 추가적으로 더 해야지 하는데 그게 잘 생각이 안 나요 아예."

역학 조사관 한 명이 관리 가능한 적정 확진자 수는 하루에 5명.

그러나 최근에는 하루에 20명이 넘는 확진자를 맡기도 합니다.

확진자의 가족과 접촉자들까지 합하면 200명이 훌쩍 넘습니다.

【 인터뷰 】정택현 역학 조사관 / 안산시 상록수보건소
"근무 시간을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확진자가 어느 정도 정리돼야 저희도 업무를 마무리하니까요. 초과 근무 시간이 200시간 이상 찍으신 분들도 더러 계십니다. 저는 세 본 적은 없어요."

확진자와 관련된 요인을 빠르게 파악해 추가 감염을 막아야 하는데, 부족한 인력과 전파력이 센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역학 조사가 더 이상 의미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조심스레 나옵니다.

【 인터뷰 】엄중식 교수 /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역학 조사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거든요. 고위험군에서 위중증 환자 발생이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영역으로 집중이 되어야지 전체 확진자에 대한 역학 조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지금의 역량으로는, 지금의 인프라로는 불가능하다…."

반면 역학 조사를 지금처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풀면 확진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역학 조사로나마 증가폭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인터뷰 】박건희 단장 /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
"우리나라가 유럽처럼 자연 면역을 형성한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확진자 수가 늘게 되면 아주 급격하게 늘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사회가 하루 (확진자) 만 명 이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접촉자 추적 관리를 통해서 감염재생산지수를 낮추려는 노력을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역 체계 전환을 구상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역학 조사는 잊은 것 같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엄중식 교수 /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동선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운영하자는 안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그 동선도 누군가가 보고 분석하고 방역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 인터뷰 】박건희 단장 / 경기도감염병관리지원단
"이렇게 좌고우면하면 못 하거나 늦는다고 생각해요. 못 한다는 얘기는 거리두기를 못 푼다는 거고. 늦는다는 얘기는 확진자가 2만 명, 3만 명까지 갈 수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까지 남은 시간은 단 2주.

지금이라도 앞으로의 방역을 위해 역학 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TBS 백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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