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심듣귀] 이럴 거면서 왜 ‘철새보호구역’이라 했어요?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1-12-2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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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겨울 철새가 많이 찾는다는 서울 중랑천의 철새보호구역입니다.


철새보호구역이라는 이름에 맞게 철새들이 잘 지낼 수 있는 환경일까요?

시민조사단과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업무 분담을 해요. (철새가 보이면) 불러주고 적어주고 저는 사진을 찍어서 온라인에 올릴게요."

철새보호구역을 관찰하기 위해 꾸려진 시민조사단입니다.

환경 단체에 소속돼 있거나 철새에 관심 있는 시민들입니다.

【 인터뷰 】이정숙 /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 대표
"(철새를 관찰하신 건 몇 년 정도 되신 거예요?) 10년 이상 됐어요. 저건 청둥오리 소리예요. 주위에 뭐가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여기는 중랑천하고 청계천이 만나는 합수 지점인데요. 평소에 철새들이 많이 보이는 구간이에요."

"거의 오리인 것 같아요."
"네, 거의 오리류입니다."

"제가 중랑천에 처음 왔을 때는 황오리가 있었어요. 5년 전부터 보기가 힘들어졌어요. 환경의 변화가 큰 것 같아요."



<서울 청계천 철새보호구역>

"직박구리 소리가 들리네, 박새 소리도 들리는데"

"지금 새들과 우리가 굉장히 가까이 있는 거예요. 새들은 손가락질하는 것에도 민감해요."

"벌써 3번째 보는 새인데요.
휴식하는 것 같아요."

【 인터뷰 】이정숙 /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 대표
"(10년 동안 철새들을 관찰하셨으면
올해 철새는 많이 보이는 편인가요?) 아니요. 올해처럼 새를 보기 드문 것도 처음이에요.
해마다 (철새가) 줄어들고 있다는 걸 느끼거든요. 올해 12월 날씨가 현저하게 따뜻했잖아요. 그리고 여기저기 너무 많은 공사를 하기 때문에 새들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서울 중랑천 철새보호구역>

서울의 철새보호구역은 중랑천과 청계천, 안양천 등 3곳입니다.

모두 철새들의 서식 환경을 잘 관리하겠다며 지정됐지만

【 인터뷰 】김동언 /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
"저기 공사 차량 보이네요. 공사할 수는 있는데 철새보호구역인데 철새 도래 시기에 왜 이렇게 하냐…. 친수 공간이라고 그러죠. 사람들 앉아서 감상하라고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2015년 AI가 이 지역에 발생해서 여기 다 차단하고 그랬었거든요. 겨울철에는 특히 출입을 통제시켜야 하는데 왜 예산을 써서…"



철새 도래 시기인 지금, 공사장으로 전락했습니다.

【 인터뷰 】최진우 / 서울 철새보호구역 시민조사단 단장
"철새들이 수천 km를 날아서 왔어요. 새들이 피할 수도 있고 쉬기도 하고 그런 편안한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도 주변에서 막 공사를 하고 있잖아요."

(이런 공사를 하면 철새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굴착기가 와서 우리를 귀찮게 하고 쫓아내려고 하고 여기는 우리가 살 공간이 아닌가봐 하고 친구들, 가족들 데리고 다른 데로 가버리겠죠."

(주변 환경을 보면 여기는 콘크리트 바닥이에요.)
"콘크리트 바닥에다가 나무도 없고 있는 풀들은 생태 교란 식물이라고 해서 가시박으로 덮여서 (새들이)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원도 부족하고 몸을 숨기거나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거죠."



<서울 안양천 철새보호구역>

지난 겨울 호안 정비 공사가 있었던 안양천 일대를 둘러봤습니다.

【 인터뷰 】성민규 /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교란에 강하고 공사가 있어도 개의치 않는 원래 철새였지만 텃새화된 민물가마우지, 청둥오리 등의 텃새들이 주로 보입니다. 철새들이 굉장히 많던 지역이었는데 작년 겨울에 공사를 대대적으로 하고 나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너무 없네요. 작년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작년에는 여기 들어오면 물닭도 있고…"

【 인터뷰 】성민규 /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날씨 요인도 있지만 사실 교란 요인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10월 중순부터 철새들이 도래하는 시기인데 그때부터 시설정비, 가지치기, 풀 깎기 이런 것들이 활발히 이뤄지니까 철새들의 도래에 굉장히 위협 요인이 되는 것이죠."

【 인터뷰 】김동언 /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
"예산이 내려왔으니까 그냥 쓰려고 하는 거예요. 빨리빨리 (그 와중에 철새에 대한 배려나 생각은) 전혀 없죠."


철새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들은 곳곳에 있습니다.

【 인터뷰 】김동언 /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
"철새의 먹이가 되는 밭농사 달력 (감자, 고구마, 옥수수) 전혀 안 좋아 하는데…"

【 인터뷰 】성민규 /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저는 감자밭을 철새 먹이용으로 조성한다고 했을 때 황당하다고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철새들이 감자를 먹이로 삼지 않으니까…"

【 인터뷰 】김동언 /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
"감자 농사지을 때 이런 비닐을 친 거예요. 아직도 안 치우고 있네요."

【 인터뷰 】성민규 /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토사도 적재돼 있고 쓰레기들도 있는 모습인데요."

"철새보호구역은 우리가 이곳만큼은 지키자고 남겨놓은 지역이거든요. 철새보호구역이 보호가 안 되면 과연 우리는 철새들을 어디서 보호할 것인가"

"우리가 많은 생물의 서식지를 파헤친다면 결국에는 사람한테 되돌아오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철새들의 생태와 서식처를 제대로 잘 보호해 줘야 합니다."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민심듣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im@tbs.seoul.kr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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