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앞당겨진 봄꽃 개화 시기, 기후 변화의 신호탄?

곽자연 기자

bodokwak@tbs.seoul.kr

2023-03-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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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 벚꽃 개화 풍경 <사진=영등포구>

봄소식을 전하는 대표적인 꽃인 벚꽃이 서울에서 평년보다 14일이나 일찍 개화했습니다.

기상청은 지난 25일 서울에서 벚꽃이 개화했다며 지난해 4월 4일보다 10일 빠르고, 평년 4월 8일보다 14일 빨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빠른 기록으로, 역대 1위를 기록한 2021년 3월 24일과 단 하루 차이입니다.

벚꽃은 왜 이렇게 빨리 폈고, 이렇게 빨리 펴도 되는 걸까요?

■ 올해 3월 기온, 평년보다 무려 3.9도 높았다

꽃의 개화는 생육의 다른 어떤 과정보다 기상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2월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7도 높은 2.3도, 올해 3월 24일까지의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3.9도 높은 9.4도였습니다.

일조 시간 또한 평년보다 올해 2월은 28.9시간, 3월은 24일까지 20.5시간 각각 많았습니다.

이렇게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일조 시간은 벚꽃의 개화 시기를 앞당겼고, 꽃이 피는 순서도 바꿔놨습니다.

올해는 목련이 벚꽃보다 빨리 핀다는 자연의 법칙을 뒤집고 두 꽃이 동시에 개화하기도 했습니다.

■ 인간과 자연 모두 헷갈린다

고려대학교 기후환경학과 이우균 교수는 "변수는 있겠지만 봄꽃이 피고 농작물을 심는 시기들은 장기적으로 앞당겨질 것"이라며 "봄 꽃놀이를 즐기는 관광철이나 농사를 짓는 농사철이 기후변화에 맞게 새로운 패턴으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 만발한 벚꽃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몰리자 '제17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 축제' 기간(4일~9일)보다 사흘이나 앞선 내일(1일) 도로 통제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 꽃과 곤충과의 관계도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꽃이 빨리 피면 그만큼 곤충들도 빨리 활동을 시작해 모든 생태계의 사이클이 앞당겨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곤충이 활동을 시작할 때면 꽃은 이미 지고 없어져 꽃가루를 옮기고 열매를 맺는 일련의 생태계 순환에 장애가 생겨버립니다.

결국 봄꽃의 이른 개화는 생태계 다양성, 종 보존의 문제까지 연결되는 기후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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