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제대로 쉴 권리"…경비원 휴게실 만드는 아파트들

채해원 기자

seawon@tbs.seoul.kr

2021-07-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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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힘든 분들이 많습니다.

아파트 경비원들도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경비실에 냉방기 설치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면서 근무 환경이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돌아오는 휴식 시간에 마음 편히, 방해 없이 쉴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지자체와 힘을 합쳐 경비원을 위한 휴게공간을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휴게공간을 만들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채해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로당 방 안, 여러 잡동사니 가운데 경비복이 눈에 띕니다.

이 아파트 경비원들은 지난달까지 휴게공간이 없어 경로당에서 더부살이를 했습니다.

지금은 냉난방 시설을 갖춘 독립된 공간에서 편히 쉽니다.

모두 성동구청의 휴게시설 지원 사업과 주민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 인터뷰 】 이남길 / 현대무학아파트 경비관리원
"(경로당은) 밤에 불빛이 비치고 여기 재활용 (쓰레기장)이 있는데 밤늦게도 소리가 들리니까 쉬는 게 아니었죠. (휴게공간을) 설치해주시니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편안하고 누구 간섭을 받지 않고 하니까."

지하 주차장 한 켠에 있던 휴게실을 땅 위로 옮긴 곳도 있습니다.

전엔 창문 하나 없는 습한 지하에서 선풍기 바람에 의지했지만 지금은 채광이 잘 되는 장소에서 시원하게 있을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경비반장 / 용인 한화 서홍마을 꿈에그린아파트(음성변조)
"휴게실 지상으로 올리면서 식사공간이라든가 휴식공간이라든가 에어컨까지 설치해주고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쾌적한 거죠. 지하공간이 주차장이 아니고 다른 공간이면 모르겠는데, 자동차 매연 등이 심할 것 아닙니까."

부녀회가 회의실 공간을 내줬고 경기도가 리모델링 비용 47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주민들도 휴게시설이 필요하다며 힘을 보탰습니다.

【 인터뷰 】 박병태 회장/ 용인 한화 서홍마을 꿈에그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주민들 입장에서도 잘했다. 그렇게 많이 쓰임이 있는 곳이 아닌데 경비근로자들을 위해서 (휴게공간을) 해줬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용인의 또 다른 아파트는 임대 수익을 포기하고 휴게실을 만들었습니다.

경비원들을 위한 공간이 꼭 필요하단 생각에서였습니다.

【 인터뷰 】 이종석 회장 / 용인 상현 동일 스위트 입주자대표회의
"제일 어려운 부분이 숙소 문제였거든요. 숙소가 열악한 환경인데 기계실에 누우면 딱 찰 정도고, 방향도 지하에 있어요. 수입을 떠나서 경비 근로자들을 위한 좋은 방향으로 해볼까 고민하다보니…."

경비원들은 제대로 쉴 수 있음에 고마움을 표합니다.

【 인터뷰 】 공정득 / 용인 상현 동일 스위트 경비반장
"솔직히 밥도 제대로 먹을 데가 없었는데 휴게시설이 잘 생겨서, 충분히 쉬면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다고 봅니다. 금전적 수익을 포기하고 공간을 제공했다는게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일부 아파트들은 경비원 휴게실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지 못하는 상황.

【 인터뷰 】 박병태 회장/ 용인 한화 서홍마을 꿈에그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거의 모든 아파트에 공간이 없습니다. 용적률이 차서 용적률이 없어서 건물을 지을 수도 없고 컨테이너 박스를 갖다 놓고 싶어도 용적률에 저촉이 되서 못해요. 지상으로 옮기고 싶어도 행위허가가 안 나는 곳이 많을 거에요."

이에 동대문구는 조례를 만들어 건설 단계부터 경비원 휴게공간을 고려하도록 했습니다.

5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은 경비실에 냉난방 시설 등을 의무화하고, 이를 지켜야 사업 계획을 허가해주는 겁니다.

【 스탠딩 】
재개발공사가 한창입니다. 이곳은 경비원 휴게시설을 설계도 등에 기본시설로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경비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더 해야 할 것이 많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인터뷰 】 허영구 준비위원장/ 노년알바노조
"아파트를 사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지키거나 관리하는데 필요한 경비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이라든가 복지, 휴게시설에 대해서는 국가가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는 거죠."

이런 가운데 경비원 휴게시설의 면적과 위치를 명시하고, 땅 위에 휴게실을 마련했을 때 용적률에 포함시키지 않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입니다.

또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노동자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한 법안도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TBS 채해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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