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어린이집 기습 폐원에 워킹맘 발동동

유민호 기자

mino@tbs.seoul.kr

2021-08-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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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299곳,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문을 닫은 어린이집 수입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원아 감소, 코로나19와 임대료 상승까지 어린이집이 폐원하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저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일부 어린이집이 아이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폐원해 맞벌이 부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유민호 기자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기자 】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최 모 씨.

올해 초 육아휴직 복직을 2주 앞두고 곤란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가 한 달 만에 겨우 적응한 집 근처 가정 어린이집이 임대료 인상 부담에 문을 닫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새 어린이집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결국 출근 이틀 전 복직을 연장했습니다.

【 인터뷰 】 최 모 씨
"어린아이 보내는 게 마음이 너무 쓰이는데 환경까지 바뀌니깐 회사도 어쩔 수 없이 눈치는 보이지만 그래도 아이를 생각해서 연장을…."

폐원 통보 일주일 뒤 사라진 어린이집.

그나마 아이가 다닐 새 어린이집을 구하기는 했습니다.

【 인터뷰 】 최 모 씨
"제가 마지막 남은 자리를 들어갔어요. 제 뒤에 한 분 더 계셨는데 그분은 복직이 조금 더 여유가 있는 분이라고…."

당시 경험을 풀어낸 웹툰은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엄마들의 공감을 끌어냈습니다.

어린이집을 닫으려면 2개월 전 구청에 신고하고 전원조치 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학부모에게도 알리도록 제도가 개선됐지만, 과태료 등 제재 수단은 마땅히 없는 실정입니다.

【 인터뷰 】 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일일이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서 (전원조치를) 확인하는 건 아니니깐요. 정말로 여기로 옮기세요? 확인하지는 않고…."

구로구의 한 어린이집.

인근 산업단지를 개발·관리하는 공공기관이 위탁 운영하는 곳인데 최근 폐원 소식을 알렸습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기관을 이전하면서 어린이집을 포함한 원래 터를 민간에 매각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정경민 / 'ㅎ' 어린이집 학부모
"공공기관에서 부설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이런 식으로 없애버린다는 게 이해가 안 되고요."

내년 2월까지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길 시간을 줬다지만, 현실을 모르는 무책임한 조치라고 말합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입소 대기만 2~3년이 걸리는 상황.

안내해 준 인근 어린이집들도 남은 정원이 없거나 한 두자리가 전부입니다.

【 인터뷰 】 김윤희 / 'ㅎ' 어린이집 학부모
"(어린이집 측에서) 이미 1월에 알았을 때 설명을 해줬으면 그때부터 다른 선택을 하거나 다른 어린이집을 구해서 미리 대기할 수 있었는데…."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에서 문을 닫은 어린이집은 299곳.

저출산으로 인한 원아 감소와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운영 사정이 나빠진 게 영향을 줬습니다.

최근 2년간 천여 곳이 폐원한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입니다.

【 인터뷰 】 김영심 교수 / 숭실사이버대학교 아동학과
"(아이들이) 굉장히 혼란스럽죠. 어린 연령일수록 주 양육자에 대한 애착이 크거든요. 폐원 기간에 정부가 지원해서 어린이집도, 아이도 상처받지 않고…."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할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3~5개 어린이집을 하나로 묶어 아이를 교육하는 서울형 공유어린이집을 활성화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TBS 유민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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