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터뷰 제4공장] 화제의 평양 능라도 연설 & 유엔 총회 연설로 본 文대통령 연설의 특징은?

백창은

tbs3@naver.com

2018-09-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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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기조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
유엔총회 기조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

* 내용 인용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4부

[인터뷰 제4공장]

화제의 평양 능라도 연설 & 유엔 총회 연설로 본 文대통령 연설의 특징은?

- 강원국 작가 (前 청와대 연설 비서관)



김어준 : 강원국 작가 아십니까? 전 청와대 연설 비서관. 최근 여기저기 많이 나오십니다. 제가 처음 뵈었을 때만 해도 어디서도 안 나오시던 분인데. 최근에 중요한 연설들이 많아서 정상들의 연설 한번 짚어 보려고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강원국 : 안녕하세요?



김어준 : 요즘은 굉장히 잘나가시고 있더라고요.



강원국 : 파파이스 이후로 잘나가고 있습니다.



김어준 :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누군지 몰랐는데 다 잘 압니다. 그런데 많은 곳에서 나오시나 출발이 어디인지 잘 모르시더라고요.



강원국 : 그래서 오늘 밝히잖아요.



김어준 : 저하고 만난 게 출발이라고 전해 주십시오.



강원국 : 그렇습니다.



김어준 : 자, 요즘 연설이 정말 많이 쏟아지잖아요. 연설, 담화.



강원국 : 이슈가 많죠.



김어준 : 이슈가 많다 보니까. 공식적인 자리가 많고, 정상들이 메시지를 내야 될 자리들이 많다 보니까 많이 나옵니다. 자, 문재인 대통령 연설부터 짚어 볼까요? 능라도 연설도 있었고 그리고 유엔총회에서도 있었고 중간에 평양 합의문 발표할 때 짧은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하셨죠?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을 하셨던 분으로서 아, 저 문구는 잘했는데? 하는 대목 있었습니까?



강원국 : 아무래도 능라도 연설이 기억에 남는데요. "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5천 년 함께 살다 70년 헤어져 살았습니다." 이걸 국민들이 많이 기억하시는 것 같아요.



김어준 : 강렬한 메시지였죠.



강원국 : 그런데 이런 문구는 연설에서 아주 흔히 쓰는 거죠. 광복절 경축사 마지막은 항상 이렇게 끝내죠. 그런데 저는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이런 거였어요.



김어준 : 사람들이 그거 많이 칭찬하는데 전문가가 보기에는 흔히 쓰는 문구다.



강원국 : 상황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았고 그래서 그게 울림이 있었다고 보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귀에 들어온 것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거 있죠?



김어준 : 북한 주민들에게 하는 이야기.



강원국 :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고 스스로 일어서는 불굴의 용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건 그분들이 얼마나 공감했을까. 당신들 고생한 거 안다, 내가. 정말 고생했다. 그게 절절하게 느껴져서, 그게 미국이 들으면 별로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니잖아요. 제재 속에서 했다는 거니까. 그 뒤에 또 "민족자주 원칙을 확인했다." 이런 말도 '자주' 라는 말 쓸 수 없는....



김어준 : 과거에는 공격받던 말이죠.



강원국 : 그렇죠. 과감하게 쓰시는 것보고 아주 작심하고 연설을 하시는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어준 : 거기 정도까지는 저도 짚었던 부분인데 다만 "5천 년 같이 살다가 70년 헤어졌다." 흔한 문구다.



강원국 : 옛날부터 많이 썼던 거죠. 상황 자체가 그래서 좋았던 거죠.



김어준 : 상황이 받쳐 줬을 뿐 문구는 많이 썼던.



강원국 :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많이 썼죠.



김어준 : 그러니까 이걸 잘 아셔야 됩니다. 강원국 작가님은 다른 연설 비서관이 잘했다는 걸 그냥 듣고 가만히 있지를 못하시는 분입니다.



강원국 : 제가 아니고 대통령의 연설이니까요.



김어준 : 자, 최근에 연설 기획 비서관이라는 자리가 생겼어요. 연설 비서관이 있는데 청와대에 갑자기.... 여쭤보자면, 연설 기획 비서관이 뭐 하는 자리입니까?



강원국 : 저희 때도 있었고 대통령과 연설 비서관을 연결해 주는 역할입니다. 연설 비서관이 연설 쓰느라 매번 같이 대통령을 수행하지 못하잖아요. 연설 기획 비서관은 수행을 하다가 저런 포인트 연설에 담으면 좋겠다, 또는 대통령이 지시를 하시면 그걸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죠. 그러니까 윤태영 선배도 하셨고, 김경수 지사도 연설 기획 비서관을 하셨는데 한마디로 거의 하는 일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입만 가지고 사는 거죠. 쓰는 건 연설 비서관이 하고.



김어준 : 연설 기획 비서관은 쓸 거리를 주워 오는 정도?



강원국 : 그렇죠.



김어준 : 줍줍 하는 거군요, 그냥.



강원국 : 구두 닦는 걸로 하면 거기가 찍새고 연설 비서관이 딱새고 그렇죠.



김어준 : 구두를 걷어 오는 정도다? 결국 윤을 내는 것은 비서관이 하는 것이고.



강원국 : 그렇죠.



김어준 : 지금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연설 기획 비서관을 했는데....



강원국 : 마지막 연설 기획 비서관을 하셨고.



김어준 : 거의 하는 일은 없었다?



강원국 : 그렇게 봐야죠. 역할 자체는 중요하죠, 하는 일은 없어도.



김어준 : 하는 일은 없어도 역할은 중요하다. 그런데 그렇게 주워 온 것 중에 이건 쓸 만해, 아니다 선택하는 것은 역시 연설 비서관이 하는 것이다. 연설 비서관 신동호 비서관입니다. 시인 출신이고 가끔 그런 문장도 담기는 것 같은데, 보시기에 이건 좀 부족하다. 잘하는 거 말고요, 잘한다는 건 많이 듣고 있으니까. 이건 좀 부족하다는 점 있습니까? 신동호 비서관이. 본인에 비해서.



강원국 :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께서 다 채워 주시는 것 같아요. 굉장히 많이 고치신다고 들었어요.



김어준 : 그러니까 신동호 비서관이 열심히 쓰는데....



강원국 : 대통령께서 정말 밤늦도록 굉장히 열심히 고치신다고.



김어준 : 작가님이 보시기에는 신동호 비서관은 부족한데 대통령이 밤새 다 고쳐 써서 훌륭해지는 것이다?



강원국 : 그렇죠. 감수성 있는 글 쓰는 데는 탁월해요.



김어준 : 감성적으로는 탁월하나 아무래도 부족한 점들이 있는데....



강원국 : 아무래도 시인 생활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콘텐츠는 좀 약하겠죠.



김어준 : 김정은 위원장의 화법 자체도 굉장히 화제입니다. 화법도 화제인데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임팩트가 있거든요. 특징이 뭡니까, 보시기에?



강원국 : 한마디로 얘기하면 눈치를 안 보는 것 같아요. 그냥 하고 싶은 얘기 하는 거죠. 이것저것 재고 그러지 않죠. 그냥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솔직담백하게 하는 거죠. 누군가는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만." 이걸 계획된 발언이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하는 거예요. 이번에는 능라도 연설 소개하는 연설 보니까, 그거 누가 써 준 거죠. 계속 씹으시잖아요. 준비도 안 하신 거예요. 몇 번 읽고 오셔야 되는데 그냥 해서 두세 번을 씹으시더라고요. 본인이 그냥 말하라면 굉장히 잘하시는 분인데 써 준 걸 읽는 데는 미리 읽어 보시고 그래야 되는데 그런 거 안 하시는 거죠.



김어준 : 솔직담백하고 그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 자기감정을 표현하고?



강원국 : 그게 오히려 진정성이 있어 보이죠, 이제는.



김어준 : 맞습니다. 말 나온 김에 트럼프 대통령 연설이나 트위터는 어떻습니까?



강원국 :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 자기 자리매김을 잘한 것 같아요. 아무도 기대하지 않게.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으니까 그냥 막 해도 이제는 그분한테 품격이나 깊이를 기대하지 않잖아요. 말하기 참 쉬운 포지션을 잡으셨다. 그리고 그게 솔직하게 먹히고요, 지금은. 그러니까 미사여구를 쓰고 막 뭔가 감동시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포지션이거든요.



김어준 : 그렇죠.



강원국 : 그냥 생각나는 대로....



김어준 : 트위터로 바로 써 버리고.



강원국 : 그렇죠. 그러니까 그 문장 자체를 학생들이 배우고 그러면 큰일 나죠. 형용사를 대담한, 대단한, 이런 형용사, 부사를 굉장히 많이 쓰고요.



김어준 : 맞습니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형용사예요, 대부분.



강원국 : 그렇죠.



김어준 : 다른 데서 썼던 표현인데? 하고 생각나고. 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즉석에서 하는 발언들은 그런데, 준비된 연설문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정상 선언 발표하기 직전에 양 정상이 각자 연설을 했잖아요, 짧게. 거기에 남한식, 북한식 문장이나 화법의 차이가 여실히 들어 있는 것 같은데.



강원국 : 아무래도 그쪽은 덜 오염이 됐잖아요, 우리말이. 그래서 순수한 우리말들을 많이 쓰고 훨씬 그게 좀....


김어준 : 힘이 있습니다.



강원국 : 그렇죠. 그런 강점이 있죠. 그건 앞으로도 우리가 같이 하게 되면 우리도 많이 그런 건 좀 배우고 그래야 될 것 같습니다.



김어준 : 예를 들어서 "북한이 여러 가지 역경 속에서도 어떻게 일어서게 되는지 똑똑히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런 문장 안 쓰잖아요, 잘.



강원국 : 그게 완전히 구어체의 문장이죠. 그런 문장이 살아 있는 문장이거든요. 우리는 한자로 많이 바꿔서 하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많이 사라졌죠.



김어준 : 북한 방송도 그렇죠, 사실.



강원국 : 북한 방송도 명료하잖아요. 전달하는 게.



김어준 : 북한 연설 비서관이 그러면 잘하고 있는 거라고 봐야 되겠네요.



강원국 : 거기도 연설 비서관이 있겠죠. 김여정 씨가 쓰나? 아무튼 누군가 쓰겠죠.



김어준 : 아무튼 신동호 비서관과 본인과 가끔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는 기분이 나쁘시군요?



강원국 : 신동호 비서관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정말 궁합이 잘 맞는 것 같고 오랫동안 서로 같이 호흡을 맞춰 오셔서 예를 들어서 문재인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신 비서관이 채워 주고 서로 이런데, 우리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사실은 굉장히 감수성이 풍부하시고 감성적이시죠.



김어준 : 그때 궁합은 어땠습니까? 지금 보니까 감성적인 부분은 신동호 비서관이 담당하시고 논리적인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이 담당하시는 게 아닌가.



강원국 : 그렇다고 봐야죠. 그러니까 대통령은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써 주세요, 하지 거기서 감성을 담아 달라 이런 얘기는 않거든요. 그건 비서관이 양념을 치는 것은 어떤 스토리를 넣는다든가 인용을 한다든가. 러시아 하원 가서 톨스토이 인용하고 이런 것들이 사실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인데....



김어준 : 그 부분이 비서관의 재능이군요.



강원국 : 저는 그게 일단 없고요. 또 다행히 노무현 전 대통령님도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하셨어요. 내용을 전달하고 그걸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게 방점이 있으시지 그걸 포장을 하고 이래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이런 것 낯뜨거워하셨어요.



김어준 :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떠셨습니까?



강원국 :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굉장히 감성적인 분이시죠. 그런데 그분 역시 그런 식의 그건 그렇게 많이 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주로 아주 쉽게 설명하시는 연설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주장하는 연설이죠. 그에 비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감성과 이런 것들이 잘 배합이 된 연설을 하시죠. 아마 두고두고 문재인 대통령 연설은 대통령 연설의 모범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김어준 : 감성과 논리가 잘 배합된 연설문으로.



강원국 : 그런데 걱정되는 것이 신동호 비서관이 계속 잘 쓸 수 있을까. 그런데 쓸 건 다 쓴 것 같아요.



김어준 : 아, 보시기에? 이 정도면 소진되지 않았을까. 다시 본인이 들어가서 하고 싶은 생각도 있으신 겁니까?



강원국 : 그러면 제가 독박 쓰는 거죠. 왜냐하면 지금 고조돼서 갈 때까지 다 가게 될 텐데 그다음부터는 별로 마지막은 안 좋던데, 항상.



김어준 : 연설 비서관은 보통 쭉 같이 가지 않습니까?



강원국 : 제가 오래 한 편이고요.



김어준 : 다른 사람은 아니에요?



강원국 : 다른 사람은 계속 갈렸죠.



김어준 : 그렇군요. 자, 이번에 유엔 연설은 어떻게 보셨어요? 가장 중요했던 연설.



강원국 : 유엔 연설 새벽 세 시에 보라고 해서 제가 지금 잠도 못 자고 보고 왔는데요, 보니까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세 토막 아닙니까? 하나는 종전선언, 비핵화 이 한 토막하고, 처음에. 중간 토막이 동북아 평화번영, 마지막 토막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역할을 하겠다.



김어준 : 각 내용을 토막으로 자르시는 군요.



강원국 : 세 토막이에요. 그건 딱 그렇게 되어 있죠. 첫째 토막 하나만 가지고 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 아무래도 이건 기록으로 남고 그렇기 때문에 동북아 부분에 일본, 중국에 대한 메시지도 있잖아요, 러시아에 대한. 니들도 좋다, 이거. 그다음에 국제사회 이론 할 때도 포용성 강조하고 이게 북한에 대한 지원해 달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김어준 : 작가님 또 나오셔야 될 것 같아요. 또 나오시죠.



강원국 : 알겠습니다.



김어준 :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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