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습 음주운전자 '검증도 없이' 면허 재발급

임현철

hc1101@seoul.go.kr

2020-06-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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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음주운전자 교육현황<2017~2019년, 도로교통공단 제공>
상습 음주운전자 교육현황<2017~2019년, 도로교통공단 제공>

▲ '윤창호법' 시행…처벌, 단속 기준은 강화됐지만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지난 2018년 12월 18일 시행됐다. 단속 기준도 강화돼 면허 취소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8% 이상으로 낮춰졌고 음주운전으로 2번만 적발돼도 면허가 취소되는 '2진 아웃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처벌과 단속은 강화됐지만 상습적으로 행해지는 음주운전에 대한 예방책은 논의되지 않았다. 여전히 지난 한 해 1만5천700여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고 300명 가까이가 목숨을 잃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9%에 해당하는 수치다.

▲ 상습 음주운전 '검증 없이' 면허 재발급

TBS가 의뢰해 도로교통공단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음주운전으로 3번 이상 적발된 상습 음주운전자의 면허 재취득 신청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이 면허 재취득을 위해 공단에 '의무 교육' 수강을 신청한 건수가 2017년 588건에서 지난해에는 천652건으로 3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교육은 이수만하면 되기 때문에 교육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는 경우가 없고 운전자의 '음주운전 상습성'도 전혀 검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도로교통공단 교육관리처 김만수 과장은 "음주운전 건수는 전체적으로 줄고 있지만 상습적인 음주운전은 줄지 않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나 상담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단 관계자는 이들 상습 음주운전자가 너무 쉽게 면허를 재취득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의사 진단 등 알코올 의존증 여부 검증해야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음주운전 재범률은 44.7%다. 같은 해 대검찰청이 밝힌 마약범죄 재범률 36.3%보다 높고 일반 범죄 재발률을 3배 이상 웃돈다. 특히 상습 음주운전과 알코올 의존성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음주운전은 사회.직업적 문제를 계속 유발한다며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음주운전을 반복적으로 한다면 알코올 의존증이 음주운전의 재발률을 높인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교통학계에서도 음주운전 상습성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국가교통안전·방재연구 센터장은 "독일은 음주운전 행위를 일종의 질병으로 간주하고 치료와 관찰을 통해 '알코올 의존증이 완전히 치료가 됐다'는 의료기관의 검증이 있어야만 면허를 재취득 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런 검증 절차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음주운전 상습성' 정확한 통계 마련해야

상습 음주운전자에게 쉽게 면허를 다시 줬을 때, 위험성을 알아보기 위해선 정확한 관련 통계가 필요하다. TBS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찰청에 '면허 재취득자들이 다시 음주운전을 해 사고를 내거나 적발된 통계자료'를 요구했지만 경찰청은 자료 확보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면허를 재취득하는 경우에 이전에 면허가 취소된 사유가 음주운전 때문인지 다른 원인 때문인지를 통계적으로 기록하거나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며 시스템을 보완해 오는 8월 안에 관련 통계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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