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멀리서 봐도 울퉁불퉁한 도로.
가까이 다가가 보니 깨지고 파인 흔적이 선명합니다.
담벼락 아래쪽엔 성인 손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균열까지 생겼습니다.
【 스탠딩 】
"놀랍게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복판에서 빌라를 둘러싼 담벼락이 부서져 내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건 GTX-A 노선 공사가 시작된 지난 12월 무렵입니다.
【 인터뷰 】 김지영 / 서울 강남구 청담동
"다이너마이트 터트릴 때 소리 때문에 깜짝 놀라서 집 앞에 있는 노모가 99세 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너무 놀라서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 인터뷰 】 차순임 / 서울 강남구 청담동
"침대가 흔들흔들 해서 살 수가 없고요. 재산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도심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 GTX는 지하 40m 이상까지 깊이 파서 철로를 내는 '대심도' 방식으로 공사가 이뤄집니다.
문제는 아무리 깊이 팠다 해도 주민들이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흔들림과 균열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주민들은 국토교통부가 이같은 피해와 민원을 예견했고, 거주자가 많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대신 주택가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주장합니다.
【 인터뷰 】 주민
"너희는 소수 주민이니까 어떻게 하든지 나라에서 하는 거니까 참아야 된다. 그것밖에 아니잖아요. 저는 진짜 피눈물 납니다."
국토부와 공사 시행사 측은 "공사 시작 전 '연도변조사'를 실시했으며, 공사 과정에서 법정 기준에 위배되는 부분이 없도록 지속해서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 인터뷰 】 국토교통부 관계자
"그 균열이 공사 때문에 조금 더 진행되는 부분이 있었는지 더 벌어진 부분이 있는지 이런 부분들까지 미세하게 계측을 해서 관리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현재까지 그 결과치에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 인터뷰 】 공사현장 관계자
"저희가 100% 다 영향을 줬다는 건 아니고. 약간은 있겠지만 저희가 법적인 기준치를 통과했기 때문에 영향은 덜 갔을 거다. 이게 전적으로 공사장 발파로 인해서 이루어진 상황은 아니다…."
[훼손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 도로<사진=TBS>] 전문가들은 연도변조사는 사전조사 수준으로 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면서, 피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정밀 안전 진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 인터뷰 】 안형준 교수/ 전 건국대학교 건축대학 학장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면 주민들의 주거 생활에 문제가 된다든지 그런 코멘트가 나와요. 그럼 그거에 의해서 주민들이 공사 중지 명령을 한다든지…."
GTX는 지하철보다 3~4배 빠른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가급적 곡선 대신 직선 노선을 설계해야 하는 만큼 기존의 지하철 노선처럼 주택 단지를 피해가긴 어렵습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노선이 관통하는 지역은 주민들의 안전문제를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 인터뷰 】 성중기 서울시의원 / 국민의힘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안온하게 거주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편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사는 계속되는데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명확한 주체도 뾰족한 해법도 없는 상황.
무고한 인명 피해가 없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TBS 서효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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