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2만 3,794헥타르(ha)의 잿더미를 만든 동해안 산불
2005년 4월
낙산사를 태운 양양 산불
2019년 4월
전신주 불티에서 시작된 고성·강릉·인제 산불
2022.03.04~2022.03.13
그리고 213시간 만에 꺼진 역대 최대의 산불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산불은 평균 470여 건.
우리의 산은 우리의 기억보다 더 자주 더 많은 산불을 겪고 있습니다.
▶ 계속 반복되는 산불, 바람·기후 변화가 키운다
특히 봄철의 강원도 동해안은 대형 산불의 발생 조건을 대부분 갖췄습니다.
가파른 경사, 봄의 건조한 날씨, '양간지풍'이라고 불리는 강하고 빠른 바람
여기에 기후 변화도 더해집니다.
건조 특보가 발령되는 날은 증가하고, 강수일수는 줄어들면서 점점 산불이 확산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지난 2020년 기준 봄철 건조 특보는 최근 5년 평균 65일보다 8일이나 많은 73일 발령됐고, 강수일수는 최근 5년 평균 26일보다 1일 줄어든 25일이었습니다.
【 인터뷰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주민
"바람이 분다 이러면 불안감이 밤에 잠도 잘 못 자요. 통제가 안 되잖아요. 우리 사람의 힘으로는."
이미 시작된 산불을 키우는 건 자연이지만, 사람의 힘이 닿을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숲입니다.
"산불 예방 측면에서 불에 강한 숲을 만들자는 개념이죠."
산불이 지난 잿더미, 그 잿더미 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산불에 강한 숲을 가꿀 수 있을까요.
▶ 소나무는 억울하다? 힘들게 살아남았더니
큰 산불 때마다 강원도의 빽빽한 소나무숲은 산불 확산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소나무는 송진에 강한 휘발성 물질인 테라핀이 20% 이상 들어있어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사시사철 잎이 있어 나무 위까지 빠르게 화염에 휩싸입니다.
반면 어떤 나무는 불을 잘 견딥니다.
【 인터뷰 】 강원석 연구사 /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수피가 더 두꺼운 수종, 불붙는 온도가 높은 수종들이 불에 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굴천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류라든지, 느티나무, 황칠나무, 황벽나무 이런 나무들이 흔히 있고요."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 활엽수입니다.
활엽수는 또 특히 산불이 많이 나는 봄철, 가지에 잎이 거의 없어 산불 확산 가능성을 줄여주죠.
그렇다면 소나무를 전부 다 베어버리고 활엽수를 심으면 될까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 인터뷰 】 박병배 교수 / 충남대학교 산림환경자원학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수종이 (강원도) 그 지역에는 소나무가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조건입니다. 토양이 척박하고 수분이 적고 강한 바람, 건조하기 때문에…. 소나무가 그나마 다른 나무에 비해 거기에서 생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살아남아 자연적으로 그 지역의 터줏대감이 된 소나무를 인위적으로 밀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소나무가 사람들에게 선호되는 나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국내 산림의 66%는 개인이 소유한 사유림.
소유자와 주변 주민들은 송이버섯 채취 등의 이유로 소나무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나무숲을 내버려 두자니 대형 산불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데요,
그래서 찾아낸 합의점이 가지치기, 솎아베기 등을 포함한 '숲 가꾸기'와 '내화수림대 조성'입니다.
▶ 땅을 고르고,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고
【 인터뷰 】 이선주 박사 /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산불에 취약한 지역을 선정하고 그 지역에 숲가꾸기를 통해 적절하게 나무 간의 간격, 밀도를 조절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산불의 발생을 피할 수 없다면 피해가 최대한 적은 산불로 유도해야 합니다.
땅 근처 낙엽, 키가 작은 관목 등을 훑듯이 태우는 '지표화', 즉 지표면에 붙은 불.
지표화 자체는 큰 피해를 유발하지 않지만, 소나무처럼 잘 타는 '연료'를 만나면 수관화가 됩니다.
수관화는 거센 불길로 나무 전체를 태워 토양 유기물층까지 피해를 주고, 불씨를 바람에 날리기도 하죠.
숲가꾸기는 가지나 잎처럼 불에 탈 수 있는 연료를 줄이고, 나무 사이 간격을 확보해 수관화로 불이 커지는 걸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인터뷰 】 이선주 박사 /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빽빽한 산림에서는 나무의 상층부가 연결돼서 수관화로 발생하게 되는데요, 나무의 간격이 멀리 떨어지게 되면 그만큼 상층부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불이) 타고 올라가더라도 바로 밑으로 꺼지는, 혹은 타고 올라가지도 못하고 밑에 그냥 지표에서 머무는 형태가 됩니다."
또 큰 소나무 사이에 간격이 생기면 그 틈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키 큰 소나무에 가려져 있던 작은 활엽수들이 성장해 자연적으로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인 숲이 됩니다.
'내화수림대'를 조성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민가, 사찰 주변이나 산불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불에 강한 활엽수 등을 심는 건데, 산불이 진행하다가 내화수림대를 만나면 멈칫하게 됩니다. 불에 잘 안 타는 숲으로 산불 방어막을 만드는 방법이죠.
【 인터뷰 】 강원석 연구사 /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내화수림은 특히 풍향과 풍속을 고려를 꼭 해야 하는데요. 바람이 많이 번지는 확산 시점에 있는 지역 그리고 비화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러 7부 능선 지역. 그래서 이런 형태로 진행을 했습니다."
이렇게 땅을 고르고
이렇게 나무를 심고
이렇게 숲을 가꾸고
우리는 수십 년을 노력합니다.
어쩌면 앞으로 더 늘어나게 될 피할 수 없는 산불.
우리의 노력이, 우리의 산이 조금 더 오래, 더 짙게 푸를 수 있도록, 산불을 막아서야 하는 것도 결국 우리입니다.
TBS 조주연(piseek@tbs.seoul.kr)입니다.
취재·구성 조주연
영상 취재 윤재우 고광현
영상 편집 김희애
CG 박은혜
뉴스그래픽 김지현 장예은
영상 제공 산림청
#산불 #복원 #숲 #숲가꾸기 #나무심기 #기후변화 #이상기후 #소나무 #강원도 #동해안 #산림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