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ON 세계] 푸틴, 코로나보다 지독한 글로벌 '빌런'

안미연 기자

meeyeon.ahn@seoul.go.kr

2022-03-17 08:59

123


▶유튜브로 보기


[공동취재] 안미연, 정혜련, 최형주 기자

【 인서트 】체르니히우 주민
"자고 있었는데 러시아군의 공격이 시작됐고 집이 불에 탔습니다. 벌써 두 번이나 공격당했어요."

【 인서트 】키이우 주민
"가까스로 탈출했어요. 거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아내와 큰아이는 다리가 부러졌고, 작은아이는 구조대원들에 의해 어딘가로 옮겨졌습니다."

【 인서트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지난 2월 24일)
"저는 특별 군사 작전을 결정했습니다. 작전 목적은 지난 8년간 키예프(키이우) 정권으로부터 괴롭힘과 집단 학살을 겪어온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푸틴이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운 '존재하지도 않는' 괴롭힘과 집단 학살.

오히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처했다.

【 인서트 】앵거스 킹 / 미국 상원의원
"푸틴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입니다. 그는 더 위대한 러시아로 재통합하겠다는 야심이 있어요."

【 인서트 】피오나 힐 /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국장
"푸틴이 협박한다면, 그는 보통 어떤 식으로든 행동하려고 합니다."

푸틴은 누구이고 무엇을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걸까?

*

[푸틴의 대국민 담화 /지난 2월 21일]
【 인서트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단순히 이웃 국가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역사, 문화, 정신적 연속체의 필수적 부분입니다."

안미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TV 담화에서 한 시간에 걸쳐 왜곡된 자신의 역사 인식을 설교하듯 쏟아냈죠.

정혜련 기자: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일부라고 오랜 시간 주장해왔습니다.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같은 민족이고 '우크라이나'라는 국가는 '허구(fiction)'라는 건데요.

【 인서트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 민족이고 전체가 하나라는 말입니다."

안미연 기자:
사실이 아니죠. 우크라이나는 1991년 구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엄연한 주권 국가입니다.

고유의 언어, 문화, 정치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요.

정혜련 기자:
한국이 중국의 일부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만큼 정말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이 같은 푸틴의 왜곡된 역사 인식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는데요.

안미연 기자:
'러시아를 다시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냈던 푸틴은 오랜 시간 우크라이나를 호시탐탐 노려왔죠.

정혜련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실제 전쟁을 일으키고,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위협하고,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에 대해서도 무차별 공격을 하고, 설마설마했던 건데 실제 실행됐잖아요?

일반적인 상식을 크게 벗어나죠.

안미연 기자:
그래서 푸틴의 정신상태를 의심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 인서트 】앤드류 우드 / 전 러시아 주재 영국 대사 (지난 2월 24일 블룸버그 인터뷰 중)
"외교전은 생각조차 안 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한 건 그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통제권을 가능한 한 가장 확고히 하려고 한다는 것이죠. (대국민) 연설만 해도 얼마나 비정상적이었습니까. 그가 한 말의 일부는 완전히 거짓이었고요. 지금은 또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만든다는 둥 (헛소리를)..어떤 일을 저지를지 장담은 못하죠.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혜련 기자:
푸틴의 정신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각국 정부와 정보기관의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 참 놀라운데요.

안미연 기자:
사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속내는 세계 최고 정보력을 자랑한다는 미국의 정보기관도 파악하기 어려운 하드 타깃(hard target)이라고 합니다.

정보기관이 독재자들의 생각을 알아낸다는 것이 원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KGB 요원 출신인 푸틴의 경우는 더 어렵다는 평가죠.

정혜련 기자:
푸틴은 평소 의심이 많아 측근에게조차 말을 아낄 정도로 철저해 의중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안미연 기자:
다만 푸틴이 내비치는 야망이나 왜 그렇게 위협적인 방식을 취하는지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혜련 기자:
법대를 나온 20대 초반의 젊은 푸틴은 소련의 정보기관이자 첩보기관인 KGB의 일원이 됩니다.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와 소련 해체로 이어진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1989년)에는 독일에 근무했던 요원이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2년 뒤 소련이 붕괴됐는데(1991년) 푸틴은 줄곧 이를 '비극'이라고 묘사하며 옛 소련 붕괴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 인터뷰 】허버트 맥매스터 /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푸틴은 러시아의 위대함을 회복시키는 것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그 집착은 소련의 붕괴와 냉전 종식으로 실추된 명예에 바탕을 둔 일종의 강박 관념이죠. 푸틴의 관점에서 볼 때 냉전 패배는 근대사에 있어 가장 큰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안미연 기자:
푸틴이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의 확장을 경계하는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영광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꿈꾸고 있는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우크라이나에 영향을 미치기가 더 어려워지는 거죠.

정혜련 기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이어져 온 고립감과 함께 주변 사람들과 잘 교류, 소통하지 않는 푸틴의 행동 방식도 침공을 강행하는 데 일조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 인서트 】마이클 맥폴 / 전 주러시아 미 대사 (지난 2월 27일 NBC 뉴스 인터뷰 중)
"푸틴은 (러시아를) 22년 넘게 통치하고 있습니다. 보좌관의 말도 듣지 않죠. 제가 8년 전 대사였을 당시에도 그는 주변 사람들을 매우 무시했습니다. 크렘린궁에 머무르며 밖으로 잘 나오지도 않았고요. 코로나19로 인해 더 고립되었겠죠."

안미연 기자:
푸틴 대통령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좀 유별나기는 하죠.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정부 관리들과도 화상회의를 해 왔는데요.

심지어 외국에서 러시아를 방문한 고위 인사들 중에는 모스크바까지 와서 푸틴과 비대면으로 만나고 돌아가야 했던 이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정혜련 기자:
지난해 러시아를 찾았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그 중 한 사람이었죠.

안미연 기자:
화상까지는 아니지만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앉아 회담을 해야 했던 외국 정상들도 있습니다.

정혜련 기자:
온라인에서는 이를 풍자한 '밈'이 돌기도 했고요. 사진을 보시면 테이블 중앙에서 컬링도 하고, 피겨스케이팅, 배드민턴…

'최후의 만찬'까지 나왔네요. 네티즌들도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하는 반응이었던 거잖아요?

안미연 기자:
그렇죠, 굳이…?

대통령 관저와 크렘린궁에는 모든 방문객들이 통과해야만 하는 소독 터널까지 설치했을 정도니 푸틴의 거리두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시나요?

정혜련 기자:
뉴욕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의 이런 지나친 경계심은 69세인 그가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는데요.

푸틴이 과거 KGB 요원으로 근무할 당시 생긴 편집증적 성향의 영향이기도 하다는 정치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습니다.

안미연 기자:
외신들은 푸틴의 정신 상태에 대해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정혜련 기자:
도무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푸틴의 속내.

그래서 각국 정부나 정보기관이 이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다코타 루드실 / 오하이오주립대 머숀 센터 (국제 안보 싱크탱크) 교수
"푸틴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가 매우 신중하고 몇 단계 앞을 내다보며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푸틴이 여러 방향의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감각도 있을 겁니다. 우리의 일은 그의 생각을 알아내는 것이죠."

안미연 기자:
푸틴에 대해 알아야, 그러니까 예측이 가능해야 어떤 전략이라도 세울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푸틴에 대해 '틀렸으면 하는'것도 있죠.

정혜련 기자:
초기 러시아군이 저지른 전술적 실수와 군사적 결점을 만회하기 위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수위나 핵 위협을 더 고조시킬 수 있다는 미 정보기관의 예측이 그렇습니다.

【 인서트 】윌리엄 번스 / 미국 CIA 국장 (지난 8일 미 하원 청문회)
"제 견해로는 푸틴은 현재 매우 화나고 좌절한 상태입니다. 우크라이나 군을 격파하기 위해 민간인 사상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차별 공격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미연 기자: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0년 개헌을 통해 원래 2024년에 끝나야 하는 현재의 4번째 임기를 넘어 2036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상태인데요.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비난, 미국과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데에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 인서트 】피오나 힐 /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국장
"푸틴은 2024년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가 몇 번의 임기를 더 원하는가에 따라 재집권 기간은 향후 6년, 어쩌면 12년이 되겠죠. 여러 가지 면에서 시간이 중요해진 푸틴은 2024년이 되기 전에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지지율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고요."

정혜련 기자: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국제 사회의 비난과 제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러시아 내 푸틴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 기관(VTsIOM)에 따르면 또 러시아인의 71%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미연 기자:
러시아 전역에서 반전 시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체포된 상황에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정혜련 기자: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3월 13일 사이 러시아 내 150여 개 도시에서 반전 시위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체포된 시민들만 해도 1만 5,000명 가까이 됩니다.

안미연 기자:
이런 상황에서 정말 많은 국민들이 전쟁을 찬성하고, 또 전쟁을 일으킨 푸틴을 지지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잘 믿어지지 않는데요.

정혜련 기자:
맞습니다. 외신들도 러시아에서 정확한 여론의 척도를 아는 것은 까다롭기로 악명 높다면서 여론조사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만약 사실이라 하더라도 러시아 국민들이 전쟁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여론조사에 응답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하고 있습니다.

안미연 기자: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언론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죠.

BBC, CNN, 뉴욕타임스를 포함해 많은 세계적인 언론사들조차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언론 통제 때문에 최근 현지에서 기자단을 철수시키거나 현지 활동을 중단시켰을 정도잖아요.

정혜련 기자:
또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삶은 물론 러시아 국민들의 삶도 엉망이 돼 버렸잖아요?

안미연 기자:
그렇죠. 서방의 전방위적인 경제 제재 여파로 러시아 경제는 그야말로 극심한 혼란에 빠진 상태죠.

정혜련 기자: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는 폭락했고, 시장 금리는 폭등하는 상황에서 은행에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시민들의 줄 행렬이 이어지고 생필품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인서트 】피터 / 상트페테르부르크 주민
"목요일 이후로 모든 사람이 현금을 찾기 위해 ATM을 찾아다닙니다. 일부는 운이 좋았지만, 일부는 돈을 찾지 못했습니다."

【 인서트 】이고르 / 모스크바 주민
"적금을 중단했습니다. 대신 모두 인출했습니다. 잘한 일이죠."

안미연 기자:
서방 기업들의 러시아 사업 중단도 잇따르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커져가는 혼란과 불편함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만든 지도자를 누가 반기겠어요?
혜련기자 같으면 지지하겠어요?

정혜련 기자: 말해 뭐해요..

안미연 기자: 그죠. 입만 아프죠..

【 스카버러 페어(Scarborough Fair) 가사 일부 】
장군들은 군인들에게 죽이라고 명령해요.
Generals order their soldiers to kill

또 싸우라고 하죠.
And to fight

그들이 오래전에 잊어버린 명분을 위해
for a cause they've long ago forgotten

정혜련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난민이 급증한 것은 물론,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상자가 늘며 인명피해도 계속 커지고 있는데요. 푸틴의 목표는 대체 무엇이고 어디까지일까요?

안미연 기자:
분명한 건 명분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푸틴이 벌이고 있는 이 전쟁,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이겠죠.

#푸틴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TBS #국제뉴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123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