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말하는 10.29 참사.
몰린 인파가 압사 위험에 노출되기까지….
"'군중 폭증(crowd surge)'이 이목을 끌 때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군중 폭증'은 실제 아주 흔하게 발생하는 현상이죠."
"문제는 '점진적 군중 붕괴(progressive crowd collapse)'가 일어나는 와중에 극심한 압박 상황에서 너무 늦기 전에 사람을 빼내야 하는 골든타임이 고작 4~6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핵심은 예방만이 최선책이라는 것이죠."
【 인터뷰 】키스 스틸 / 군중 안전관리 전문가, 영국 서퍽대 교수
['군중 압착(crowd crush)'이란?]
"'군중 압착(crowd crush)'은 옴짝달싹 못 할 정도로 사람들로 꽉 찬 곳에서 (횡경막이 움직일 공간을 갖지 못해) 숨쉬기 힘든 현상입니다. '군중 폭증'은 높은 군중 밀집도로 발생하는 결과죠. 약간의 흔들림은 도미노 효과가 되고 (멈출 수 없는 연쇄반응으로) 증폭됩니다. '점진적 군중 붕괴'는 사람 위로 또 다른 사람이 쓰러지면서 '연쇄 깔림'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번 (10.29) 참사는 '군중 쏠림(stampede)'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달릴 수 있는 공간에서 한쪽으로 우르르 몰리면서 일어나는 사고와는 다른 것이죠."
['군중 폭증(crowd surge)'은 빠르게 압사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겹겹이 쌓인 채 넘어지고, 일어나려고 애쓰면서 팔, 다리가 함께 엉켜버린다는 거죠.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 사람은 30초 내 의식을 잃게 됩니다. 기절 상태에서 뇌에 4~6분 이상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심정지가 오고 주요 장기에 손상이 발생하죠. 끔찍한 일이고, 보기에도 너무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안전을 지키기 위한 물리적 법칙의 이해는 필요한 것이죠."
[이태원의 핼러윈 축제는 왜 참사로 변했나?]
"공간 구조를 보자면, 안쪽으로 통하는 두 개의 큰 도로와 바깥으로 통하는 두 개의 큰 도로가 나 있습니다. 모두 양방향 흐름이죠. 양방향에서 모여들어 만난 인파는 높아진 밀집도가 어느 선을 넘어가면 (질서 잡기가 어려워지고) 사방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완화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은 비탈길인 데다 큰 두 도로보다도 좁은 길이었죠. 골목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은 '군중 폭증'의 대상이 됐습니다. 밀집도가 높은 환경 내 아주 높은 위험에 노출된 것이었죠."
"사람은 더 많고 공간은 더 좁은 환경에서 밀집도가 높아지면 탈출할 방법이 없습니다. 과학적 정확도와 (10.29 참사)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사망으로 이어진 '군중 압착'과 '점진적 군중 붕괴'였다는 결론입니다."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이었나?]"기하학적으로 볼 때 홍콩의 롼콰이퐁, (독일의) 러브 퍼레이드 압사와 비슷하죠. 고밀도에 고위험 지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죠. 이런 참사가 또 발생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군중이 모이기 전에 가능 지역을 예측하고 위험성을 이해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얼마나 더 강조해야 할까요?"
"(미국의) 뉴욕 타임스퀘어 같은 곳을 보면 많은 사람이 몰릴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대비하고 관리하죠. 통행을 막는 장벽이 배치돼 있거나 계획을 갖고 과하게 밀집되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합니다. 이태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 통행이 잦은) 혼잡한 지역으로서 인식과 관리는 물론 위험성을 평가해야 했습니다."
"지역, 유입 인원수, 시간에 따른 (사람들의) 이동 흐름, (이태원을 찾는) 사람들의 유형 등을 고려해 축제 분위기가 조성된 환경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은 당국의 책무입니다. 다시 말해, 이는 당국이 수립하고 이행해야 하는 안전한 군중 관리 계획의 일부라는 거죠. 이같이 아주 간단하고도 기초적인 교육과 훈련은 (10.29 참사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예방이 치료보다 항상 나은 법이죠.
["그곳에 간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다."]
"군중 밀집 위험에 대한 인식 부족, 또는 인파가 몰린 것을 보도하는 언론으로 인해 처음엔 이런 참사가 군중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분명 잘못된 생각이지만, 때로 공황 상태(panic)나 군중 쏠림(stampede)과 같은 단어가 사용되고, 당국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리며, (방지를 위한) 어떤 조치를 취할 생각도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10.29 참사 당시) 군중 중 타인에게 해를 끼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폭도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몸을 움직이기는커녕)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였죠. 다들 위험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인파 속에서 빠져나가려는 시도도 있었겠지만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벽을 타고 올라가거나 서로를 밟고 올라서기도 했죠.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 도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어떻게 상황이 그 지경까지 이르렀냐는 것이죠."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문제는 한국 (정부)에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안전을 걱정하면서 이 같은 야간 유흥 지역에 밤을 즐기러 가지는 않습니다. 안전에 대해 누군가는 고려했을 거라 여기죠. 결국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해당 지역을 관리, 계획하거나 소유한 사람의 책임입니다."
"더 많은 경찰이 배치됐어야 하냐고요? 훈련된 경찰력이 현장에 적절히 배치됐더라면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었겠죠. 더 많은 경찰 인원보다 중요한 것은 목적에 맞게 훈련된 경찰력이 적절히 배치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군중 밀집으로 인한) 위험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가능한 것이죠. 그러므로 이런 참사를 계기로 교훈을 얻는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관리되지 않으면 이런 위험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당국은 시민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책무가 있다."]
"안전한 공간 조성을 위한 당국의 안전 의식 개선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야간 경제(nightlife economy)를 포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도심의 심장과 영혼 같은 지역이지 않습니까. 사람들에게 활기참과 지역사회 내 소속감을 주는 필요한 기능을 하고, 서울의 대표 관광지로서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안전한 공간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이번과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을 인지하고 이런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합니다. 안전 계획을 수립하고 예측해야죠. 시민이 (행정 당국을) 대신해 이를 수행하고 알아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리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도시를 활기차고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당국의 책무입니다."
*야간 경제(nightlife economy)
음식점, 술집, 쇼핑 등에서 나오는 매출, 고용, 납세를 통해 형성된 지역 경제
"영국과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에는 '점유자 책임법(Occupiers' Liability Act)'과 '직장 보건 및 안전법(Health and Safety at Work Act)'이 존재합니다. 해당 토지의 소유자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의무를 가지죠. 한국의 법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조사돼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이태원 내 해당 건물, 토지, 지역의 소유자는 누구인가? 만약 지역 행정 당국이라면 안전한 환경 조성과 시민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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