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이드] 강남3구 처방 1위 '공부 잘하는 약', 실체는?

조주연 기자

piseek@tbs.seoul.kr

2023-03-1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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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HD 처방약의 '수상한 증가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ADHD.

산만함, 과잉행동, 충동성 등을 보여 학업 수행, 직장업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21년 ADHD 약물을 처방받은 인원은 7만 9,037명.

최근 5년간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성인 ADHD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적절히 치료에 돌입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증가세를 지역과 시기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애매한 지점이 있습니다.

ADHD 약물 처방 인원이 많은 지역은 당연히 인구에 비례해봤을 때 서울, 경기입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서울 자치구 중에서 송파, 강남, 서초 등 강남 3구가 두드러집니다.

일명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곳이죠.

송파, 강남구는 처방 인원이 2021년 기준 약 2,000명으로 각각 집계됐고, 특히 최근 5년간 송파구와 강남구는 2.6배, 서초구는 2.4배 처방 인원이 급증했습니다.

시기도 연 단위로 보면 10월, 11월에 환자 수가 늘어납니다.

신현영 의원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거주하는 주민들의 ADHD에 대한 인식, ADHD 치료제에 대한 인식, 그리고 치료제의 효과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들. 이런 것들로 인해서 처방이 늘어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인식이고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 걸까요?

수상한 급증세의 원인 중 하나로 추측되는 건 과도한 교육열입니다.

민양기 교수 /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ADHD 치료제를 먹으면) 각성이 되기 때문에 잠이 안 와요. 수능이 11월 초니까 9월부터 처방이 늡니다. 11월 (후반이) 되면 처방이 다시 줄어들어요. ADHD가 11월에 늘 이유가 하나도 없거든요. 1년 내내 똑같아야지."

신현영 의원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교육열이 높다고 하는 강남이나 송파 이런 곳을 중심으로 처방량이 늘어난 것은 많은 사람의 의료 이용뿐만 아니라 혹시 공부에 효과가 있는 또는 집중력 향상에 도움 되는 약으로 남용되고 있지 않냐는 생각을 한번 해볼 수 있고요.“

▶ 막 쓰면 잡혀간다, 의료용 마약류 ADHD 치료제

누구나 혹하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하기엔 이 ADHD 치료제는 위험합니다.

일부 ADHD 치료제는 다른 약보다 좀 더 면밀한 관리를 요구하는 의료용 마약류에 속하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향정신성의약품인 ADHD 치료제에 대한 안전사용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김영주 과장 /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관리과
"저희 판단에 오남용 우려가 큰 성분 중심으로 해서 (안전사용 기준을) 먼저 만들고 있었고요. 2020년에는 '나비약'으로 불리는 식욕 억제제, 그다음에 프로포폴, 졸피뎀 이런 성분들…. (ADHD 치료제가) 지금 공부 잘하는 약이나 집중력을 올리는 데 효과가 있다, 이런 식으로 젊은 층에서 조금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안전 사용 기준은 ADHD 치료제는 ADHD로 진단받은 환자에게만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키지 않을 경우, 즉 오남용할 경우, 지자체의 행정처분을 받거나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처럼 기준이 엄격한 건 환자가 아닌 사람이 다른 목적으로 ADHD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때문입니다.

민필기 약국 이사 / 대한약사회
"(메틸페니데이트) 이 약 자체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잖아요. ADHD 치료제는 심리적 의존성이 좀 더 강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평소에 먹다가 안 먹게 되면 왠지 불안한 거예요. 집중이 안 되는 것 같고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또 약을 찾게 되고."

민양기 교수 /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치료 목적은 어쩔 수 없지만 결국 각성제인데, 각성제를 많이 먹으면 문제가 생기죠. 소위 말해서 인성이 피폐해지고. 필로폰과 거의 비슷하게 생겼어요, 구조식이. 그렇기 때문에 필로폰과 거의 비슷한 효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 촘촘한 경각심으로 악용 막아야

ADHD 약물 처방 인원의 증가는 과거에 비해 ADHD에 대한 질병 인식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접근성 좋은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 속에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악용 사례들은 항상 있어 왔죠.

민양기 교수 /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의사들은 환자가 거짓말 안 한다는 전제하에 환자를 보거든요. 진짜로 환자가 거짓말을 안 하고 그 의사의 통제하에서 ADHD 치료제가 들어간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민필기 약국 이사 / 대한약사회
"환자가 와서 '나는 그 약 먹어봤더니 집중이 잘 되더라. 그냥 해달라‘라고 하면 (처방)해주면 안 되죠."

김영주 과장 /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관리과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이라고 저희가 조회망을 별도로 구축해놓고 있고요. 2020년부터 모든 의료용 마약류에 대해서 처방하기 전에 환자의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게끔 되어 있습니다."

신현영 의원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부 차원의 규제, 수사기관의 단속, 이런 부분들이 동반해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약을 처방하는 의료기관
약을 처방받는 환자
또 이에 대한 제도·시스템.

모두가 맞물리는 촘촘한 경각심은 앞으로 더욱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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