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금가고 벗겨지고 깨지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한남시범아파트입니다.
1970년에 지은 이 아파트는 노후도가 심각해 주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최근엔 잦은 국지성 호우로 무너지지 않을까 주민들은 불안해합니다.
【 인터뷰 】김태숙/한남시범아파트 주민
“비 오면 비가 새 전기합선이 돼서 이사 가신 분들도 많고요. 곰팡이가 저희 집도 그렇지만 새까만 곰팽이가 온 사방 벽에 다 있어요.”
【 인터뷰 】익명/한남시범아파트 주민
"비가 올 때에는 복도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고 벽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해서 복도가 이렇게 다 젖어 있어요. 누전이 돼 복도가 1층에서부터 5층까지 불이 안 들어와요. 컴컴해서 넘어질 위험도 있고…"
상황이 이런데도 재건축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부 단지의 토지가 주민 소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단지는 서울시가 1970년 토지는 국가가 갖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공급했습니다.
토지소유권이 없어 여러차례 재건축이 무산됐다 2016년 주민들이 정부로부터 한남동 5개 필지를 사들인 후에야 재건축이 추진될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이후 한남동과 옥수동에 걸쳐있는 나머지 2개 필지 매입에 나섰지만 서울시가 2021년 '토지 매입 불가' 처분을 내리면서 재건축 추진이 멈춘 상탭니다.
서울시는 옥수동 필지가 1940년 조선총독부가 지정고시한 공원 안에 있기 때문에 공원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재건축 택지를 위해 옥수동 필지의 공원 지정을 해제하는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도 이같은 민원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주민들은 서울시의 이같은 결정에 강력 반발하며 지난달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재건축 추진을 촉구했습니다.
【 씽크 】
"삶의 터전 강탈마라. 강탈마라. 강탈마라."
주민들은 50년 넘게 주택으로 사용한 토지의 소유권 인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서민희/한남시범아파트 재건축 조합장
“준공 당시에 아파트 부지, 아파트 단지 주택 단지로 여겨졌던 그 면적을 지금도 당연히 일관되게 행정청에서, 국가를 위시한 서울시, 용산구 같은 행정청에서 이 면적을 인정을 해줘야 된다라고 조합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붕괴 위험에도 재건축 추진이 어려운 한남시범아파트 주민들은 마음을 졸이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리포트 영상에 못 담은 상세한 내용, Q&A로 정리했습니다.
Q. 한남동 시범아파트 실제로 가보니 어땠나요?A. 영상에서 보셨듯이 빗물이 새어 5층 꼭대기층과 지하층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이사를 간 상태입니다. 화면에서 보시는 곳이 지하층 모습인데요, 지금은 이렇게 아무도 거주하지 않습니다. 50년이 넘다보니 보수를 해도 소용이 없어 주민들은 붕괴나 화재같은 재난 사고 발생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Q 한남시범아파트 재건축이 진행되지 않은 이유가 공원 때문이라면 공원을 제외하고 재건축하면 되지 않을까요?A. 공원을 제외하고 재건축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면적보다 줄어들어 현재 살고 있는 가구 전원이 원래 면적 그대로 살 수 없다고 합니다. 한남시범아파트는 120세대 4개동, 82㎡, 92㎡ 그러니까 24평, 27평으로 이뤄져있는데 서울시가 매입 불가 결정을 내린 공원부지가 전체 아파트 부지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부지는 자연경관지구라는 용도로 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공원용도 해제와 함께 자연경관지구라는 규제가 풀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Q. 주민들이 답답함에 서울시청앞에서 집회까지 열었는데 서울시 입장은?
A. 한남시범아파트는 용산구와 옥수동에 걸쳐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용산구 땅인 한남동 1-387 일원까지는 살 수 있도록 해 현재 규모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가 공원 지정 해제를 하지 않는 것은 재건축 택지를 위해 선례를 남기면 향후 유사한 민원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Q.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 애초에 토지임대부주택으로 분양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한남시범아파트 같은 사례가 또 있나요?A.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70년 입주한 용산 중산시범아파트입니다. 토지임대부 주택 1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곳도 228가구 규모의 낡은 아파트 단지 1996년 재난위험 D등급을 받아 비가 새고 있지만 아직 재건축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Q. 중산시범아파트는 경우 재건축 추진 상황은?A. 중산시범아파트는 한남시범아파트와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서울시가 한때 시유지를 매각하려했지만 주민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해 재건축 추진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중산시범 재건축추진위가 시유지 매입 가격을 임의 산정해 이를 바탕으로 주민 동의서를 받았지만, 시유지 매입 가격이 나와야 주민들이 땅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용산구는 서울시와 협의해 연내 감정평가를 실시한다는 방침입니다.
Q. 토지임대부주택은 분양가가 싸지만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에도 반값 아파트란 이름으로 분양하는 토지임대부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향후 이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A. 네 그렇습니다. 아파트 건물값만 내고 입주하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아파트들이 잇따라 분양하고 있습니다. 특히 입지가 좋은 곳은 수십대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건설자재값이 오르면서 아파트 분양가가 올라가다보니 상대적으로 땅값이 빠진 반값아파트 분양가격이 저렴한데다 강동구, 서초구, 강서구 마곡 등 입지가 좋은 곳이 분양됐거나 분양될 예정이라 인기가 높은데 향후 재건축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전문가 견해는 어떤가요? A. 아예 토지까지 분양하는 형태의 공공주택을 출시하거나 토지임대부주택은 분양받을 때는 값이 저렴한 만큼 토지소유권이 없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분양받는 사람이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전화인터뷰 】김제경 /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개인적으로 토지임대부 자체가 나타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재건축하고 싶어도 공공이다보니 공공입장에서는 정치적인 이슈에 따라 분양한 거지 해결책이 없단 말이에요.
아예 분양하려면 공공분양을 싸게 하든가, 토지까지 같이. 그게 제일 깔끔하고 토지를 장기분할 매각하는 식으로 간다든가..."
【 전화인터뷰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토지임대부주택은 반값아파트 실현하는 건 특혜거든요. 서울시나 국토부가 임대부주택을 하지 않고 토지를 다른 형태로 활용하면 훨씬 큰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을 겁니다.
수분양자는 지금은 땡큐지만 팔려고 보니 왜 우리는 개발이익을 이것 밖에 안줘라는 볼멘소리가 당연히 나올수 있어서 이런 부분은 어쩔수 없는 사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