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사기 피해자 두 번 울리는 정부 지원 '대환대출'

채해원 기자

seawon@tbs.seoul.kr

2024-07-12 10:46

5


【 앵커멘트 】
2주 전 신촌 지역을 중심으로 구로, 병점에서 100억 원대 전세사기 피해가 보도됐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들이었는데요.

전세 사기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정부 금융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문제는 전국에서 반복적으로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채해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신촌 등지에 발생한 100억 원대 전세사기 피해주택들입니다.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1990년~2000년대 에 태어난 사회초년생으로, 1억에서 1억3천만 원을 보증금으로 냈습니다.

이 중 한 곳에 살았던 이솔 씨도 보증금 중 1억 원을 대출받아 재작년부터는 이자만 40만 원 넘게 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정부지원에 따라 저리 대출로 갈아타면서 이자부담은 16만 원대까지 줄었습니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고 지원을 받기까지 은행 뺑뺑이를 돌아야 했습니다.

【 인터뷰 】이솔(가명)/ 전세사기 피해자
"거의 한 5~10군데 정도는 다 돌아본 것 같은데, 학교 인근 지점은 다 돈 거여가지고. "

결국 전세피해가 일어난 다른 지역 지점까지 찾아가 정부 지원을 받아야 했습니다.

또다른 피해자인 대학교 3학년생 우진씨 역시 같은 상황입니다.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아 임차권등기설정까지 한 채 피해주택에 살고 있지만 신청서류조차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 전화인터뷰 】우진(가명) / 전세사기 피해자 (음성변조)
"**은행에 지정된 지점(전세피해대출전담창구)이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면 될거다라고 해서 간 건데, 거기서는 신청을 못하고 다른 옆에 있는 다른 은행에 일단 서류만 내고 온 상태에요."

은행의 거절 이유는 대출 신청 자격과는 상관 없었습니다.

【 전화인터뷰 】우진(가명) / 전세사기 피해자 (음성변조)
"다른 개인 대출도 많고 전세사기(피해지원대출) 그걸 다 받으면 너무 업무가 마비되기도 하고 제가 그 은행에 거래도 없고…. 대출을 안 해주고 싶어하는 눈치인 것 같았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취직 등의 이유로 이사를 간 피해자들은 피해 주택에 살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대출신청을 거절당하기도 했습니다.

【 현장음 】 지유 / 전세사기 피해자 (음성변조)
"임차권 등기 설정을 하고 이사를 나왔고요. 피해를 뒤늦게 알게 돼 가지고 이사를 나와 있는 상태인데도 대환대출이 가능한지 궁금해서 전화드렸거든요."

【 현장음 】은행상담창구 (음성변조)
"전세사기 피해자 대환대출은 주택에 계속 거주하고 있을 때 진행을 할 수 있는 사항이시거든요."

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 대항력을 인정받으려고 설정한 임차권 등기 명령에도 정부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답변에 피해자는 답답함을 느낍니다.

【 전화인터뷰 】지유 / 전세사기 피해자 (음성변조)
"좀 막막하기도 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게 없는구나 싶어서 좀 많이 힘들긴 했던 것 같아요."

대환대출을 거절당하는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거주요건에 따라 피해지원이 달라지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 인터뷰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를 했을 때 왜 대환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드는 것이고요."

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이전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
"일선에서 이게(지원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그냥 피해자들은 계속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사각지대에 남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정부지원이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려면 기초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 인터뷰 】김규진/ 서대문구 구의회 의원
"한 과에 다 몰아서 (전세피해지원) 정책이 추진되기에는 다방면의 다 부서들에 흩어져 있는 정책들이기 때문에 중간지원 조직이나 앵커역할을 하는 조직이 저는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금융지원을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 HUG측은 안심전세포털 안내에 거주요건이 빠져 있었다고 인정하고 금융지원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 관리 등에도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지원 정책이 제대로 닿지 않는 상황 속에 피해자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고 있습니다.

【 인터뷰 】이솔(가명)/ 전세사기 피해자
"전세는 이제 다신 안 살려고 하고 있구요. 그냥 이 돈은 날린 돈이고 내 빚이 됐구나. 거의 사실 포기한 상태에요."

TBS 채해원입니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5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