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입추가 지났지만 밤낮 가리지 않고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열대야 일수도 평년과 비교해 3배가량 많습니다.
왜 이렇게 더울까요?
기온도, 습도도 높은 폭염을 '습한 폭염'이라고 하는데요, 우리 몸은 건조한 폭염보다 이 습한 폭염을 견디기가 훨씬 더 힘들다고 합니다.
앞으로 습한 폭염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걱정입니다.
보도에 조주연 기자입니다.
【 기자 】
경기 양평, 여주 등 곳곳에서 낮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했고, 서울시는 처음으로 폭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습니다.
밤더위에 잠 못 이루는 열대야 일수도 역대 가장 길었던 1994년, 2018년 기록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현재 한반도 상공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 두 개의 고기압으로 덮여 있습니다.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온다습한 남서풍까지 유입되며 찜통더위를 불러옵니다.
불안정한 대기 탓에 내리는 소나기는 열기를 식혀주기보다는 습도를 높일 뿐입니다.
높은 온도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진 습한 폭염은 건조한 폭염보다 단순히 '더 덥게 느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은 습한 폭염에 더 취약합니다.
【 인터뷰 】이재동 / 은평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몸의 온도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땀이 나오게 되고 땀이, 증발하면서 온도가 내려가게 되는데요, 습한 환경이라면 땀이 잘 증발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체온이 조절이 잘 안되고요. 그러면 온열 질환, 예를 들면 열탈진이라든지, 열사병이라든지, 열실신 이것들이 응급질환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습한 환경이 건조한 환경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는 거죠."
덥고 습한 찜통더위에 온열질환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습한 폭염에서 온열질환에 걸릴 위험이 훨씬 커지는데, 여름철 실외 환경에서 실제로 느끼는 스트레스를 지수로 나타내 보면 더 명확합니다.
습도가 33% 이하인 '건조 폭염'일 때와 달리 습도가 66% 이상인 '습한 폭염' 때는 열 스트레스 지수가 '극도로 주의', '위험' 단계까지 나타납니다.
사실 원래 한반도의 여름은 바다에서 발원되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습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원래 그렇다'라고 하기엔 좀 더 심합니다.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꼽히는 지난 2018년과 올해 여름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습도'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7월과 8월 1~4일 기준, 전국 평균 상대습도는 2018년이 77%, 68%였지만 올해는 83%, 79%로 훨씬 높습니다.
문제는 점차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로, 이런 '습한 폭염'이 한반도에 더 빨리, 더 자주 찾아오게 된다는 겁니다.
【 인터뷰 】하경자 / 부산대학교 대기환경학과 교수
"대기의 온도가 올라가면 수증기를 더 많이 함유할 수 있는 용량이 생기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습한 폭염이 만들어질 거고. (습한 폭염이) 좀 더 일찍 발생할 가능성도 많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봄철에 이미 대기가 많이 온난화되어 있기 때문에, 따뜻한 공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수증기를 땅에서 빨아들이든지, 아니면 옆에 있는 해양에서 빨아들이든지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하는 대기 온도 상승, 더워지는 봄.
그리고 여기에 더 많은 수증기를 '공급'하는 해수면 온도 상승도 더해집니다.
【 인터뷰 】하경자 / 부산대학교 대기환경학과 교수
"해수 온도가 올라간다는 거는 많은 수증기를 내뿜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그 수증기가 육지로 이동되면 당연히 우리는 습한 폭염을 자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한반도는 바다가) 3면이기 때문에 서풍이 불든, 동풍이 불든 우리나라 쪽에는 수증기가 오게 돼 있기 때문에…."
마치 습식 사우나 같은 더위.
기후위기로 점점 더 덥고 습해지면서 여름 나기는 더 힘겨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TBS 조주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