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성전용 임대아파트 논란…"생산적 논의로 이어져야" [시티톡]

정유림 기자

rim12@tbs.seoul.kr

2021-12-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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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경기도의 한 미혼 여성 전용 임대아파트가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청년주택 입주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성차별이란 지적인데요.

이번 논쟁이 남녀 간 공방으로 흐르지 않고, 제대로 된 청년주거정책을 위한 생산적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시티톡, 정유림 기잡니다.

【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경기도의 한 여성전용 임대아파트를 거론하며 남녀 공용으로 전환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청년 주택 입주 기회를 원천 박탈당하는 건 성차별이 아니냐면서, 남녀 모두 청년주택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 인터뷰 】 김승주 / 국민청원 작성자 

"같은 지역에서 같은 세금을 내고 같은 일을 하는데도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주 기회를 박탈 당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성평등을 여성 우대와 동일시하는 그런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주거 대책은 모두의 문제니까..." 

국민청원 글이 올라온 후 이 이슈가 공론화되면서,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

찬반의견은 팽팽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한 여론조사 사이트에서 이번 문제가 성차별이 맞는지 물었더니 응답자의 54%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아니다는 32%, 잘 모르겠다는 응답 또한 13%에 달했는데요. 응답자들은 '여성만 약자인가, 제도를 찬성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인권위는 이 아파트의 입주요건이 성차별이 맞는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아파트를 관리하는 지자체의 입장은 어떨까요?

【 전화인터뷰 】 OO시청 관계자
"지금 현재로서는 별다른 건 없어요. 법에 따라서 저희는 이 시설을 지은 거고 지금까지 내려온 거에요. 그러다보니 인권위에서 조사도 하고...결과에 따라서 저희도 검토할 사안이에요."

담당자는 인권위의 판단을 확인한 후, 해당 아파트의 입주 요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청원인이 문제라고 제기한 '여성전용 임대아파트'. 처음 어떻게 도입된 것인지 이쯤에서 궁금해졌습니다.

1970~80년대 서울구로공단에는 신발, 가발 등의 공장이 빼곡히 들어섰습니다. 노동수요가 늘면서 여성 노동자들은 이곳에 몰리게 되죠.

밤새도록 일해야 했던 여성 노동자들. 이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공단 근처에 임대아파트를 건설한 것이 여성전용 임대아파트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산업화 시대의 유물인 거죠.

【 스탠딩 】
그렇다고 무조건 여성전용 아파트가 옳다는 건 아닙니다. 역차별이라 논하기 전에 그 이면을 들여다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1980년대도 아니고 더 이상 가족 뒷바라지를 위해 여공들이 단순 노동을 하는 시대는 끝났죠.

그렇다면 현 시대에 여성전용 주택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곳에 살아본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Q. 여성전용 아파트, 어떻게 들어가게 되셨나요?
A. 서울이 고향이 아니라서 취업을 위해 상경했는데 방값이 항상 문제였어요. 한동안 고시원 생활도 많이 했었는데, 부모님께서 이런 제도가 있다고 하셔서 입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거주할 때 좋았던 점을 꼽아주신다면?

A. 임대료가 저렴했던 점, 비교적 안전이 보장되는 점이었습니다.

안전을 크게 보장한다는 입주자의 말이 사실인지, 실제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서울의 한 여성안심주택.

복도 방범창과 들어가는 입구에 설치된 CCTV, 출입구 바깥쪽에 마련된 무인택배함 등 입주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장치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만나고 있는 연인의 집을 무단침입해 폭력을 가하는 '주거침입 데이트폭력'과 스토킹 범죄가 최근 잇따르면서 이렇게 치안을 강화한 여성 안심주택에 대한 수요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상에선 이런 글도 보였는데요.

"여성임대주택은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의 가해자, 착취하는 주변인으로부터 입주자를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폭력사태를 무조건 일반화해서도 안되겠지만,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사회 안전망이 튼튼하지 못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여성임대주택을 논할 때 열악한 자립문제와 함께 성범죄와 치안 문제 등의 특수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 전화인터뷰 】 윤김지영 교수 / 창원대 철학과
"여성들에게 주거 안정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주거환경 개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권 보장과도 이어진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여성노동자들에게 임대주택을 대여하는 것은 사회적인 안정과 시민기본권을 보장하는 조치라고..."

현재 여성만 입주 가능한 아파트는 전국에 4곳 정도만 남은 상황. 여성이라는 전제 하에 나이와 소득, 결혼 여부, 직장에 근무 중임을 증명해야 입주할 수 있는데요.

비교적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가 강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결국 청년 주거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반여성적인 편견과 청년주거정책의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전화인터뷰 】 윤김지영 교수 / 창원대 철학과
"무엇보다도 정부가 제대로 된 주거정책, 고용정책, 사회복지정책들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죠.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될 때 비로소 내가 상대에 대한 무임승차제에 대한 힐난이 아닌 공존을 실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의미한 공방 대신 생산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시티톡 정유림입니다.


*기사 중 여론조사 인용보도

여성전용 임대주택 성차별인가(여론조사 사이트 '더폴' 조사(2021.11.23.~11.29.)

응답자수 37,37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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