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한류. 특히 아시아는 한류 열풍의 시작이자, 지금도 가장 핫한 지역이죠. 하지만 남아시아의 인도는 한류 불모지로 불렸던, 잠재력만 있던 땅이었습니다. 이제 세계 인구 1위, 14억의 인도가 한국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 KWAVE / 한류 : 언어 장벽 넘어선 K콘텐츠 인도 어디를 가나 한국어로 말을 걸고, K드라마, K팝을 이야기합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어 공부해요. 드라마 봤어요. BTS, K팝, 한국 문화 좋아해요.”
“친구가 BTS 인스타그램이랑 영상을 보여줘서 관심이 생겼고, 팬이 되었어요. 저희 반의 한 90%가 BTS팬인 것 같아요.”
인도에서 한류는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급증했습니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OTT 플랫폼에서 방영된 K드라마 영향이 컸죠.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던 2020년, 인도 넷플릭스 K드라마 시청률은 2019년 대비 4.7배나 급증했습니다.
"그 (오징어 게임) 티셔츠 어디서 샀어요?"
"아마존에서요."
인도는 K팝과 K드라마를 소비하는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가 됐습니다. K드라마를 가져와 방송하는 인도 방송사도 늘고 있죠. 지난 2006년 드라마 '대장금'을 인도로 수입해 방영했던 인도 국영 방송사 두르다샨(Doordarshan)은 여전히 K드라마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깐짠 빠르사드 Kanchan prasad / 두르다샨TV 국장
"요즘은 세계 어떤 나라의 방송도 볼 수 있지만, K드라마는 인도를 정말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저희도 곧 한국 프로그램을 하나 가져와 힌디어 더빙을 입혀 방송할 예정입니다.“
뭄바이에 있는 연예 미디어 플랫폼 핑크 빌라(Pinkvilla)는 한류 콘텐츠를 '특별하게' 다룹니다. 홈페이지 카테고리에 패션, 건강, 뷰티 옆에 'Korean', 한국 콘텐츠가 있고, 각종 한국 관련 영상을 만들고 있죠.
아유시 아그라왈 Ayushi Agrawal / 핑크 빌라 기자
"우리는 많은 분야를, 많은 나라를 다루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한국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기에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있고, 다루는 범위를 더 발전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발리우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화 인프라가 잘 갖춰진 인도. 영어와 힌디어를 쓰는 인도에서 언어의 장벽을 넘어 K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뭘까요? 몰입도 높은 전개, 이상적인 로맨스 등에 더해 '문화적 유사성'이 이유로 많이 꼽힌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아디띠 Aditi / 주인도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학생
"(한국과 인도는) 매우 유사해요. 음식이나 음악, 행동 양식 등에서. 그래서 한국 문화에 끌렸어요."
사헤르 칸자다 Saher Khanzada / 핑크 빌라 AVP 마케팅
"인도인들은 K드라마가 보여주는 문화적 가치 속에서 유사성을 찾았습니다. 어른들에 대한 존경이라든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든지. 유럽이나 미국의 드라마, 아티스트를 볼 때와는 다르게 비슷함을 느낀다는 거죠."
▶ KOREAN / 한국의 : 드라마 속 그 음식? 한국 자체에 대한 관심K드라마에서는 한국어를 쓰는 배우들이 한국 화장품을 쓰며, 한국 라면을 먹습니다. 인도의 한류가 K콘텐츠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국 문화, 한국 제품, 한국어, 한국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뭄바이에 있는 한 한국 식당.
벽에 한글이 잔뜩 쓰여있는 이곳에서 많은 사람이 K팝 아이돌 노래를 들으며 한식을 먹고 있습니다.
손님 / Sun & Moon 한국 식당
"K드라마나 K팝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스크린에 나오는 한국 음식을 항상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직원 / Sun & Moon 한국 식당
"손님들 모두 K팝, BTS 팬이에요. 인도 곳곳에서 옵니다. 푸네(처럼 먼 지역)에서도 옵니다."
뉴델리에 있는 주인도 한국문화원은 좀 더 다양한 '한국'을 즐기려는 이들에게는 성지 같은 곳입니다. 한국 문화 공연, 전시, 태권도, 사물놀이 등을 체험할 수 있죠. 매년 K팝 콘테스트도 개최하는데, 올해는 뜨거운 한류에 힘입어 1차 온라인 예선에 약 1만 1,0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 KOREAN / 한국어 : K버전 인도 천재, 한국어를 마스터하다K콘텐츠를 더 잘 즐기기 위해, 한국을 더욱 있는 그대로 느끼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무스칸 Muskan / 주인도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학생
예를 들어 '형'의 경우, (더빙에서는) 그냥 이름을 말해요. 그런데 (한국어에서) 형이라는 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형제라는 의미가 있고, 남자인 경우에만 쓸 수 있는데 더빙에서는 이 의미를 잃게 되는 거죠.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인 듀오링고의 통계를 보면, 인도 내 한국어 학습자의 수는 팬데믹 시기, K드라마 확산과 맞물린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3.5배 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도 정부는 한국어를 정규 교육 과정의 제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했죠.
고급 한국어 인재도 양성되고 있습니다. 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어 박사 과정이 있는 국립 자와할랄 네루대. 1995년 개설된 네루대 한국어학과의 경쟁률은 지난해 기준 3,300대 1입니다. 10만 명 중 뽑힌 30여 명은 1,000자 정도의 한자를 배우며 고급 한국어 사용자가 되고,
"우리 '동(同)'을 배웠죠?" "같을 ‘동’이요."
"그러면 동시(同時)의 뜻은 뭔가요?" "같은 시간이요."
한국의 역사, 문화, 사회 모습까지 익힌 한국 전문가로 거듭납니다.
크리샨 깐드 자 / 한국어학과 박사 과정
한국하고 인도의 다문화가 어떠한지. 인도는 기본적으로 다문화를 사회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한국은) 정치적으로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 KOREA / 한국 : ‘한국’ 제품이면 일단 좋아요'K-WAVE가 아니라 K-CRAZY'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인도의 폭발적인 관심과 애정은 시장에서 큰 호재로 작용합니다. 현대, LG, 삼성 등 이미 인도에서 자리 잡은 기업은 '한국' 인지도 프리미엄을 얻게 됐습니다.
빈준화 본부장 / KOTRA 서남아시아지역
"(예전엔) 일부러 한국 브랜드보다는 글로벌 브랜드로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죠. 한국 제품이면 좋아하고, 한국 것이라고 하는 후광 효과가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된다…. (인도 재벌 기업인) 릴라이언스라든지 한국 되게 좋아해요. 협력도 많이 하고."
작은 스타트업은 진출과 확장이 좀 더 수월해졌습니다.
박석찬 센터장 /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인도 뉴델리 GBC
"이제 한국 소비재를 유통하는 분들이 빛을 발하고 있어요. 한국의 중소, 중견기업 화장품을 수입하셔서 자체 웹사이트, 아마존, 자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시고…."
인도에서 K뷰티를 유통하는 스타트업 블리몽키즈가 운영하는 커머스 플랫폼 ‘마카롱’에는 350여 개의 한국 브랜드가 진출해 인도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이주현 / 블리몽키즈 General Manager MD
"인도에서 한국 제품들에 요즘 되게 관심이 많으세요. 전에는 OTT(에서 본)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는데, 그때 봐왔던 것들이 이제 화장품으로 나오시는 것 같거든요."
▶ KOREA-INDIA / 한국-인도 : 사랑은 주고 받는 것!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점점 커지는 인도의 한국 사랑, 하지만 일방적인 짝사랑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글로벌 인기를 누리는 K팝 스타의 대형 콘서트는 인도에서 열린 적이 없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한류 스타는 현재 인도의 무조건적인 한국 사랑의 분위기를 지속시키기 힘듭니다. 한국어를 공부해도 활용도가 낮은 취업 시장, 인도인에게 도착 비자를 허용하지 않는 한국 또한 마찬가지죠.
니자 사마즈달 Neerja Samajdar / 네루대 한국어과 학과장
"인도는 영어를 기본으로 하니까요. 인도에 들어오는 한국 기업들은 한국어 능력에 더해서 (학생들이) 뭘 좀 했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도이기 때문에 기본으로 컴퓨터 기술은 이만큼 알고 있어야 된다….'"
한국이 그간 문화를 통해 인도에 파고들었다면, 이제는 한국 연예인들의 인도 방문, 인도 배우의 K드라마 출연, 인도인 한국 전문가를 고용할 연구 기관 설립 등 '교류' 영역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임란 샤히드 Shahid Imran / 통역가·방송인
"한국의 대표적인 K팝 그룹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BTS라든지, 블랙핑크, 샤이니, 아이브 (인도에) 오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인도가 세계적으로 이 (한류) 시장이 어마어마해요. (K드라마나 뮤직비디오) 그런 거를 만약에 인도에서 찍으면 이 한류 시장은 진짜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성장할 수 있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이주 노동자 알리 역을 맡은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는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한국 내 인도에 대한 관심을 높였습니다. 이정섭 감독의 영화 '아시아' 촬영을 마친 인도의 유명 배우 아누쉬카 센도 발걸음 하나를 더합니다.
아누쉬카 센 Anushka Sen / 인도 배우
"한국과 인도 사이의 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인도가 한국 문화에 대해 더 알기를 원하고, 인도 영화를 한국에 전하고 싶어요. 저는 양국에서 잠재력을 보았고, 이 두 문화의 조합, 아이디어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올해로 수교 50주년을 맞은 한국과 인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이어져 온 관계의 다리는 오늘 가장 뜨겁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발걸음이 오고 가며 오늘보다 내일이 더 뜨거워지면 좋겠습니다.
취재·촬영 조주연
편집 김은진
그래픽 김지현
자막 강은지
음악 조연수
※본 기사의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2023 KPF 디플로마 인도전문가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됐습니다.
[지구본T]는 세계 각국의 저널리즘 관련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지구 방방곡곡을 살펴본 TBS 기자들의 취재 후기 마지막 편, 인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