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수도권 노후 아파트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바람…왜?

이강훈 기자

ygh83@tbs.seoul.kr

2021-10-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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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서울시내 아파트 가운데 약 17%가 지은지 30년을 넘겼습니다.

재건축도 가능한 연한이지만, 최근 들어선 상대적으로 사업속도가 빠른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단지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주택시장에 불어온 변화, 그 이유는 무엇인지 시티톡 이강훈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올해 준공 29년차로, 재건축이 가능한 30년 연한을 앞두고 있는데요.

재건축조합설립준비위원회가 지난달 결성돼 활동을 시작하긴 했지만, 이보다 빠른 지난해 2월 리모델링추진위원회가 먼저 출범해 활동을 본격화했습니다.

이 단지 리모델링추진위원회는 최근 소유주 동의율 약 55%를 확보한 상태로, 올해 안에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인데요.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 소요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으로 서둘러 정비에 나서는 게 낫겠다는 판단입니다.

【 인터뷰 】 심상범 / 서울 강남구 수서까치마을 리모델링추진위원장
"우리 수서까치마을아파트는 용적률이 200%가 넘는 반면 대지 지분은 매우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재건축 상 각종 규제나 지구단위 계획 상 제한 등을 고려하면 재건축을 했을 때 사업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됩니다. 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통과도 사실 매우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재건축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리모델링 사업이 최적의 정비사업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건축준비추진위원회의 입장은 좀 다른데요.

우선,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나설 경우 사업 소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반론입니다.

【 인터뷰 】이수연 / 서울 강남구 수서까치마을 재건축조합설립준비추진위원장
"가장 중요한 부분은 조합원 분담금이 3억원이나 나올 정도인데 이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요. 안전성 측면에서도 수직증축이 정부 허가가 나지도 않았고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재건축이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고 재건축 소요 기간도 줄어들 것 같아서 재건축 추진의 메리트가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같은 단지의 주민들끼리도 팽팽히 시각이 갈리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정확히 어떻게 다른 걸까요.

재건축은 건물을 완전히 부순 뒤 새로 짓는 작업을 뜻하고, 리모델링은 건물의 핵심 뼈대는 그대로 쓰되 전체 구조를 대폭 수선하거나 일부 층수를 늘리는 작업을 뜻하는데요.

두 방식은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 이상 경과하고 건물 안전진단 결과가 D·E 등급인 조건,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 이상 경과하고 건물 안전진단 결과가 B·C등급 이상인 조건에서 추진이 가능한데요.

때문에 아파트 나이나 노후 정도 기준에선 리모델링의 진입 문턱이 재건축보다 낮습니다.

사업성만 따로 보면 평균적으로는 재건축이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리모델링은 기존 세대 수의 15% 이내에서 가구 수를 늘릴 수 있지만, 재건축은 법정 용적률 상한을 고려해도 이보다는 더 많은 가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구 수가 늘어나는 만큼, 재건축은 일정 비율 임대주택을 지어야하고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규정이 있지만 리모델링은 없습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많은 노후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은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를 두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의 경우 올 하반기 리모델링추진위원회가 꾸려져 활동을 시작하자 이에 반대하는 성명서와 게시글이 곳곳에 붙으며 주민들의 입장차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서울 노원구 A아파트 주민(소유주 가구)
(단지 리모델링 계획을 들어보셨어요?)
“들어는 봤는데 우리 남편은 반대한다고 하더라고요.”
(리모델링과 재건축 중 어느 쪽을 기다리는 게 낫다고 보세요?)
“제 생각엔 리모델링이 낫죠. 재건축은 더 오래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재건축하려면 여러 가지 애로사항도 많고 복잡하고요.”

그런데 최근 서울 등 수도권에선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일찌감치 재정비를 추진하는 단지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요.

이른바 '리모델링 대세론'이 부상 중입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완료한 단지는 지난 6월 기준 78개 단지, 약 6만 가구로, 지난해 12월 58개 단지였던 것과 비교해 불과 6개월 새 34% 넘게 급증했습니다.

지난달(9월)을 기준으로 서울에서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단지는 모두 43개 단지, 사업 허가를 받은 단지는 5개인데요.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리모델링 조합설립이 아직 안 됐지만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출범한 단지들까지 포함하면 전국의 전체 리모델링 추진 단지 수는 어림잡아 2배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주택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지난해 17조3천억 원에서 2025년 37조 원, 2030년 44조 원으로 급성장할 거란 전망도 내놨습니다.

【 인터뷰 】심교언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현재 주택 용적률이 200%가 넘는 단지들은 재건축으로 사업성이 잘 나오지 않으니 적은 비용으로 리모델링을 하면 새집으로 바뀌고 가격도 오르는 효과가 있고요. 현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강화해 재건축이 힘들어지고 까다로워지니 이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리모델링이 활성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직증축 등에 대한 규제가 남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최근에 해소되기도 하면서 리모델링이 많이 유행하는 게 아닌가…."

여기에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되도록 빨리 새 집에 입주하는 게 우선이라는 대중 심리의 확산, 또 신축에 준하는 고급화 전략으로 리모델링 아파트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함께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 인터뷰 】리모델링 선호 주민 / 서울 강남구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이유는 재건축 보다 사업 기간이 짧아 신축으로 빨리 옮길 수 있고요. 인근 개포우성9차의 경우 최근 리모델링으로 밖에서 보기에도 새 아파트로 바뀌었는데 그것만 봐도 리모델링이 빨리 진행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선호 현상이 그동안 지체된 전국 노후 아파트 정비 문제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아직 현실에 미치지 못하는 관련 법 규정도 서둘러 보완·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인터뷰 】이동훈 /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
"현재 주택법이 리모델링에 관한 규정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요. 주택법은 여러 가지 요소를 담고 있는데 대부분 신축을 하는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놓은 법안입니다. 신축 기법을 많이 적용하다 보면 리모델링의 기본 틀인 증축이 성립이 안 돼 행정적인 면에서 부딪혔을 때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죠. 그래서 주택법, 신축 위주로 짜인 행정에서 벗어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고요."

국회에서 지난 7월 '공동주택 리모델링 특별법'이 발의돼 관련 법 정비가 시작되긴 했지만 법안 세부 내용에 대한 추가 정비가 필요합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최근 아파트 리모델링에 임대주택 공급을 의무화하지 않기로 해, 노후 아파트의 리모델링 선호 현상에 훈풍을 더했는데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 입장에선 주택 공공 기여 측면의 부담을 완전히 덜게 됐지만, 새로 지어지는 최신 커뮤니티 시설을 지역주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적절한 사회적 기여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TBS 이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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