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이드] 열받은 바다와 ‘엘니뇨’가 만나면?

이은성 기자

lstar00@tbs.seoul.kr

2023-05-2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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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열 받고 있다

“지구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재난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거죠.”
“과연 우리가 어느 시대의 기후를 원하느냐.”
“지구 기후 시스템이 티핑 포인트(임계점)를 크로스 할거냐“

예고된 재앙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수백 년간 대기의 열과 인간이 배출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그동안 묵묵히 품어준 바다가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 바다 수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비교해 약 0.9도 올랐는데 이 가운데 0.6도가 지난 40년간 상승했습니다.

【인터뷰】예상욱 교수/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공학과
“바닷물이 계속 수온이 상승하게 되면 대기 중에 CO₂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떨어져요.”

그리고 지난달(2023년 4월) 초 지구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21.1도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바닷물 온도 상승과 함께 해수면 높이, 해양 산성도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인터뷰】안순일 교수/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최고치가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거라고 볼 수 있고요. 새로운 기후로의 변화, 그런 것들을 좀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


▶뜨거운 4월, 동남아시아를 삼키다

육지도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올해(2023년) 동남아시아에는 역사상 최악의 봄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방글라데시 다카 40.6도(4월 15일), 인도 동북부 44도(4월 18일), 태국 북부 딱주 45.4도(4월 15일), 라오스 사야불리주 42.9도(지난달 19일) 등. 나라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열기는 미국과 유럽으로도 번졌습니다.

5월 평균기온이 17.7도인 미국 시애틀의 낮 기온은 30도를 넘었고, 스페인은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5월 16일, 강릉은 35.5도까지 오르며 5월 최고 기온을 세웠고, 서울도 31.2도로 올해 들어 가장 더웠습니다.

올해(2023년) 4월 지구 표면 온도는 20세기 평균인 13.7℃보다 1.0℃ 더 높았고, 역대 4위를 기록했습니다.

【인터뷰】예상욱 교수/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공학과
“전 지구 평균에서 1℃라는 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가 투입되지 않고서는. 그런 온도는 일으킬 수 없는 거죠.”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뜨거워진 바다, 엘니뇨와 만나면?

설상가상 지난 3년간 지구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줬던 '라니냐'가 물러가고 ‘엘니뇨’ 소식까지 들려옵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거나(엘니뇨) 낮은(라니냐) 현상을 의미합니다.

세계기상기구(WMO), 기상청 등 주요 기상 전문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올여름 ‘엘니뇨’ 발생은 확실합니다.

‘엘니뇨’ 자체는 자연적인 대기와 해양의 상호 작용 때문에 나타나는 기상 현상이지만 땅과 바다가 최고 온도로 끓고 있는 지금, 지구 온도를 0.2도 높이는 엘니뇨의 방문은 반갑지 않습니다.

【인터뷰】예상욱 교수/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공학과
“과거보다 현재의 전체적인 해수면 온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발생하는 엘니뇨이기 때문에 과거에 발생한 엘니뇨보다는 훨씬 더 임팩트, 영향이 크다.”

특히 올해는 해수면 온도 편차가 1.5도 이상 올라가는 ‘강한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예상됩니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한 2015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36℃ 치솟았고, 지구촌 곳곳이 각종 기상 재해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폭염도 이어졌죠.

이런 상황에서 세계기상기구는 향후 5년 중 한 해가 2016년보다 더운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98%에 이른다고 예측했습니다.


▶엘니뇨 찾아오는 여름, 한국은?

그렇다면 엘니뇨 방문이 예고된 이번 여름, 한반도에도 역대급 폭염이 닥칠까?

통상 엘니뇨가 발생하면 한반도에는 여름철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늘고 기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2000년 들어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총 5번(2002년, 2004년, 2009년, 2015년, 2019년)의 엘니뇨 영향이 있었고, 특히 2015년은 강한 엘니뇨의 해였습니다.

하지만 2015년은 여름철 평균 기온이 23.5도로 2000년대 평균 기온보다 낮았고, 역대급 폭염은 엘니뇨와 관계없는 2018년에 찾아왔습니다.

기상청은 올여름 평년보다는 덥겠지만 2018년과 같은 극한의 폭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터뷰】조경숙 기후예측과장/기상청
“2018년도에는 상황이 지금과 달라서 올해에 아주 지독하게 지속되는 극한의 폭염은 조금 약화되지 않을까. 다만 평년보다는 기온이 상승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폭염이 비슷하거나 많을 수는 있다.”

통상적인 패턴과는 다르게 강한 엘니뇨의 영향이 있었던 2015년(여름)에는 오히려 강수량이 평년보다 낮은 220.1㎜(전국)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기상청은 이번 여름철 강수량은 7~8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인터뷰】반기성 센터장/케이웨더
“남부 지방은 비는 좀 많이 내릴 것 같고요. 상대적으로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을 가능성이 있는데 중부 지방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여름이 될 가능성이 크고, 중부 지방 장마는 7월 5일부터 20일 사이에 기간은 짧겠지만 비는 상당히 많은 비가 올 가능성이 있다.”


▶지구 가열이 불러온 이상 기후

결국, 현재 국내외 이상 기후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 변화입니다.

【인터뷰】반기성 센터장/케이웨더
“기후 변화로 제일 심각한 게 결국 기온 상승이거든요. 그건 매년 기온이 상승하는데 이게 정말 얼마나 상승할 것인가...”

【인터뷰】예상욱 교수/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공학과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전반적으로 지구 전체의 수온이 상승하고, 거기다 엘니뇨가 발생하게 되면 전 지구 평균 온도가 같이 올라가게 되어 있어요...”

‘1.5도.’

2015년 국제 사회가 기후변화협약 파리 협정을 통해 합의한 지구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입니다.

2015년에는 5년 안에 산업화 이전의 평균 지구 기온과 비교했을 때 1.5도 상승할 확률이 0에 가까웠지만, 세계기상기구는 얼마 전 이 확률을 66%로 높였습니다.

【인터뷰】예상욱 교수/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공학과
”기후학자들은 되게 비관적이에요. 1.5도 달성은 거의 포기한 상태로 보고 있고, 2도도 모르겠고, 더 비관적인 사람은 3도까지 갈 거다.”

【인터뷰】안순일 교수/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지금까지 1.1도 정도 올라가 있는데 그럼 1.5도 올라갔을 때 한반도가 겪을 수 있는 기후 재앙이라든가 기후 위기라든가 이런 것들이 얼마나 커질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지금 현재 맞고 있는 건 시작에 불과하다.”



취재·구성 이은성
영상 취재 윤재우 허경민 손승익 전인제
영상 편집 심현지
뉴스 그래픽 김지현
CG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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