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꺼지지 않는 불, 끝나지 않은 전기차 화재 공포 [인싸_이드]

이은성 기자

lstar00@tbs.seoul.kr

2023-10-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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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2배씩 증가하는 전기차 화재, 대비책 있나?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모두 132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지난해(2022년) 43건, 올해(2023년)는 지난 8월 말 기준 54건으로 매년 2배가량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발생 건수로는 증가세임이 분명하지만 발생 비율을 따져 보면 지난해(2022년) 기준 0.01%로 내연기관차 화재 발생 비율(0.02%)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순식간에 1천 도까지 치솟는 배터리 열폭주 현상.

일단 불이 나면 화재 진압이 어려워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송영일 현장안전팀장/송파소방서 현장대응단
“배터리가 차량 밑에 있기 때문에 포나 물을 쏴도 쉽게 침투가 안 돼요. 그래서 수조를 이용해서 배터리를 물에 잠기게 해서 화재 진압을 하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의 경우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는 60여 대 수준. 전기차 화재 진압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이동식 수조도 8개에 불과합니다.

▶ 전기차 화재 40%는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현재 소화 장비는?

특히 전기차 화재 사고 10건 중 3건 이상이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했는데 구조상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주로 주행 중에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내연차와 달리 전기차 화재는 주차 중, 즉 운전자가 없는 사이에 발생한 사고가 67%로, 지하 공간에서는 화재 사실을 초기에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 특성상 전기차 충전기 대부분이 지하 주차장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전체 충전소의 92%가 지하에 있습니다.

지난해(2022년)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으로 전기차 주차구역과 충전시설 설치 의무 대상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화재 사고에 대비한 뚜렷한 기준이나 지침은 없습니다.

현재 지하 주차장 소방 시설은 소화기와 소화전, 스프링클러가 전부.

【인터뷰】공하성 교수/우석대 소방방재학과
“현재의 진압 시스템인 소화기라든지 일반 스프링클러 설비는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데 부족합니다. 전기차 화재는 현재 수조에 전기차를 완전히 담근다든지 대용량 스프링클러 설비를 통해서 물을 다량으로 뿌려야 소화가 가능한…”

▶ 전기차 충전기 설치 ‘지하 3층’까지...지상 설치는 힘들까?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르면 내년(2024년)부터 신규로 설치하는 전기차 충전기는 지하 3층까지만 설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지하 주차장은 불에 일정 시간 견딜 수 있는 내화 구조로 지어야 하고, CCTV 설치도 의무화됩니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은 층고가 낮아 소방차가 입구에서부터 진입이 어려운 구조.

충전소를 지상에 설치하면 문제는 간단하지만, 공동주택의 주차 공간 문제는 갈등의 소지가 큽니다.

【인터뷰】 이호근 교수/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조례를 통해서라도 전기차 충전기는 가능하면 1층에 설치하고, 아니면 지하 주차장 입구에 설치하고, 완충된 후에는 지상 가까운 데로 차를 빼놔서 화재 위험성이 발생했을 때 소방차의 접근이 가능하고 쉽도록…”

【인터뷰】 박지영 박사/한국교통연구원
“보통은 지상이라든가 소방차 접근이 용이한 장소가 사실 주차하기에도 좋은 장소거든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주민들과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결국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 충전소의 지상 설치는 쉽지 않습니다.

▶ 전기차 화재 사고 줄이려면?...BMS에 답이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 2020년 이후 지금까지 전기차 화재 원인의 54%는 ‘고전압 배터리(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전기차 배터리 상태를 상시 감시 관리하는 데이터를 수집해 발화와 관련된 데이터를 특정하면 화재 예방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위해 최근 모든 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식별 번호를 별도 표기하도록 자동차 관리법을 개정했습니다.

【인터뷰】 박지영 박사/한국교통연구원
“자동차를 등록할 때 등록원부에 배터리 식별 번호를 별도로 표기하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배터리의 그 식별 번호, 이게 바뀌거나 교체됐을 경우에 기록을 남기도록 이력 관리를 하는 내용을 포함했고요.”

전기차의 두뇌, 즉 배터리 관리 시스템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기능을 강화하고, 차량 제조사에 화재 예방 등 안전과 관련된 기술 개발을 유도한다는 방침입니다.

【인터뷰】 이호근 교수/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BMS를 통해서 배터리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면 현재 이상이 있고 화재 위험성, 화재로 전이될 거라는 걸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와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서 적절히 대응하고, 그다음에 차주의 핸드폰으로 배터리 이상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소방청에 연락을 하든지, 견인차가 지하 주차장에서 끌고 오든지 이런 빠른 시스템을, 플랫폼을 만들고 구축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인터뷰】 박지영 박사/한국교통연구원
“전기차가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개선돼야 되는 가장 큰 부분이 BMS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작사 업체에서 또는 배터리 패키징하는 전문 업체에서 앞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 연구 개발(R&D)이나 투자를 많이 해야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2030년 전기차 420만 대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한 선결 조건은 무엇보다 ‘안전’입니다.


취재·구성 이은성
영상 취재 윤재우 고광현 손승익 전인제
영상 편집 김은진
뉴스 그래픽 김지현
CG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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