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택시기사들 "고정월급 보다 옛 사납금제가 낫다"…속사정은 이렇습니다 [기자강림]

이강훈 기자

ygh83@tbs.seoul.kr

2022-05-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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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들의 열악한 운행수입과 불안정한 생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업계 오랜 관행인 '사납금제'가 2020년 1월 공식 폐지되고 대신 '전액관리제'가 도입됐습니다.

이는 기사들이 고정적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상징화됐지만, 정작 현장의 기사들은 전액관리제 시행 후 수입이 더 줄어들었다며, 차라리 옛 사납금제로 돌아가길 원한다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기존 전액관리제와 사납금제는 어떤 차이가 있고, 현장에선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지 '기자강림'에서 취재했습니다.


[전문] 


최근 심야 택시 대란의 원인을 조명했던 기자강림 3 회차 .


핵심은 코로나 19 시국에 기사들이 벌이가 안 돼 택시업계를 떠났다는 현실이었는데요 .

 

영상을 올리자 달린 200 여 개 댓글 .

 

그 중엔 기사들이 떠난 원인이 높은 사납금 에 있다는 댓글이 다수 올라왔죠 .

 

그런데 택시업계에 있었던 정액 사납금 제도는 공식적으로 2 년 전에 사라졌고 , ‘ 전액관리제 란 이름으로 , 고정 월급제가 시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런 댓글들이 달렸을까요 ?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란 기사들이 운행으로 벌어오는 모든 수입금이 일단 회사에 들어가고 . 이후 수익 배분을 하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

 

인터뷰 > 유진종 / 법인택시 기사

만약 오늘 회사에서 출발해서 끝나고 딱 여기까지 왔다고 쳐요 . 미터기에 17 만 원이 찍혔어요 . 그중 15 만 원은 손님한테서 카드로 받은 거고 , 또 현찰을 낸 손님도 있을 것 아닙니까 . 2 만 원은 현찰이죠 . 이제 미터기에 찍힌 대로 수입금을 현금과 카드로 받은 것까지 전부 입금시키는 것이 전액관리제 , 즉 전액을 다 입금시키는 게 전액관리제 거든요 .”


혹시 예전의 정액 사납금제도가 그대로 시행되고 있는 회사들이 있는 걸까요 ?

 

이강훈 기자 >

혹시 ( 서울에서 ) 정액 사납금제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한 곳이라도 있을까요 ?”

 

인터뷰 > 송임봉 /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이사
전 업체가 모두 전액관리제를 하고 있어요 .”


이강훈 기자

. 그러면 일단 정액제 형태의 사납금은 아니란 말씀이신 거죠 ?”


인터뷰 > 송임봉 /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이사

예예예 .”


그런데 알아본 결과 !


각 법인택시 회사는 기사들에게 매월 고정 월급을 주는 조건으로 , 기사들이 꼭 맞춰야 하는 운행 수입 기준금 을 정해 두고 있었습니다 .


현재 법인택시업체들이 내부적으로 두고 있는 운송수입기준금 이른바 기준금 이란 것이 사실상 사납금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이죠 .

 

한 달 운행 수입이 기준금액을 못 맞췄을 때 , 부족한 금액을 기사가 메꾸는 것이니 , 이는 곧 예전의 사납금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것인데요 .


문제는 이 기준금 수준이 너무 높아서 기사가 아무리 애를 써서 운행해도 맞추기 어렵다는 호소인 건데 ,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이길래 그런 걸까요 ?

 

법인택시업체들이 정해 둔 기준금은 대체로 하루 15~16 만 원 선 .


한 달 25~26 일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400 만원 대 초반입니다 .

 

기사들 입장에선 이 기준금을 맞추기가 정말 어려운 걸까요 ?

 

(이강훈 기자)

기준금을 채우지 못하는 분들은 비율이 얼마나 되나요 ?”

 

인터뷰 > 임경모 / 법인택시 마카롱 T 기사

우리 회사 기사 직원이 지금 50 명입니다 . 그중에 10 명 정도는 .”

 

(이강훈 기자)

그러면 한 20% ?”

 

인터뷰 > 임경모 / 법인택시 마카롱 T 기사

, 그렇죠 .”


특히 60 세 이상 고령 기사들은 장시간 운전이 어려워 기준금을 맞추기 더 어렵고요 .

 

인터뷰 > 유진종 / 법인택시 기사

"기존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기 전보다 시행 후 기준금액이 너무 올라갔다는 점에서 기사들이 불평과 불만이 많이 있죠 . 만약 월급이 190 만 원인데 이번 달에 50 만 원 정도를 입금 못 했을 경우 그래도 140 만 원은 받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마음가짐을 가져라 , 부담 느끼지 마시고 , 이런 식으로 조합 차원에서 홍보하는데요 .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 65 세 넘으신 분들은 많이 힘겨워 하시죠 ."


이에 대해 택시회사들은 일단 기준금을 회사 일방이 아닌 , 노사 협의를 통해 정하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

 

인터뷰 > 경기도 B 법인택시업체 관계자

사납금 ( 기준금 ) 수준은 노사 협의에 의해 결정이 되는 거지 ,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얼마로 하자는 게 아니라 노사 협의 전에 원가 계산이라는 것을 해서 그것을 기본으로 놓고 사납금 ( 기준금 ) 이 정해지는 거죠 .

  

문제는 , 기준금이 조금 오르든 내리든 , 결국 기사 손에 들어오는 고정 월급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이어서 기본적인 생계 운영도 빠듯하고요 .


인터뷰 > 유진종 / 법인택시 기사

"기사가 추가 입금한 부분은 빼고 세금 공제 전을 기준으로 보면 , 주간반은 190 만 원 정도이고요 . 야간반은 210 만 원 정도 돼요 기대할 건 성과급 이지만 이마저도 기사들에게 의미있는 금액은 아니었습니다."

 

기사가 기준금을 초과해 벌어온 수입금 중 일부를 회사와 7:3 이나 6:4 비율로 나눠 갖고 있지만 , 기준금을 맞추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기사들의 성토가 나옵니다 .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취재 과정에서 만난 기사들 상당수는 차라리 고정 월급제를 포기하고 , 예전의 정액 사납금제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요 .


열심히 운행해서 사납금을 뺀 나머지 수익이라도 다 가져가는 게 낫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송임봉 /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이사

제가 봤을 때 대부분인 99% 기사님들이 ( 과거의 ) 사납금제를 더 선호해요 . 전액관리제는 회사가 수입금을 다 가져가지만 사납금제를 하면 기사님들이 사납금만 채우고 나머지 100% 를 다 가져가잖아요 .”

 

이는 단순히 회사들 입장의 판단인가 했는데 , 적어도 현장에서 만난 많은 기사들은 비슷한 의견이었습니다 .

 

인터뷰 > 임경모 / 법인택시 마카롱 T 기사

지금 시스템인 전액관리제보다 옛날 방식을 기사들이 더 원해요 . 왜냐하면 우리 기사들은 자기가 열심히 일해서 사납금 채우고 나머지 금액을 가져가는 것을 원하거든요 . 전액관리제는 또 , 우리 성과급을 회사와 73 으로 나눠요 . 초과금이 100 만 원이면 73 으로 나눠 30 만 원을 회사에 빼앗긴다고 생각하죠 . 예전 정액 사납금제는 100 만 원의 성과급을 올렸으면 그걸 다 가져갔거든요 . 그러니까 우리 기사들 입장에서는 예전 방식이 지금 보다 나은 거죠 .”

 

인터뷰 > 정주영 / 법인택시 기사

제가 4 개월 해보니까 월급 차이가 한 달에 50 만 원씩 나는 거예요 . 사납금제와 전액관리제를 비교하면요 . 기사들 중에는 노령연금이나 1 년에 한 번씩 주는 근로장려금 등 모든 게 다 반토막 나는 거예요 . 그러다 보니 월급 자체도 한 40~50 만 원 줄어드는 데다 또 그런 혜택을 하나도 못 받으니까요 .”

 

인터뷰 > 김진수 / 법인택시 기사

우리 근로자들도 ( 전액관리제 취지를 ) 이해는 해요 . 그런데 현장에서 일하면서 차를 끌고 나가면 ( 사납금 )15 만 원이라는 돈과 ( 기준금 )18 만 원이라는 돈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게 달라지거든요 . 3 만 원이 1~2 시간 만에 벌 수도 있어요 , 잘 되면 . 근데 그게 매일 그렇게 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 어떨 때는 1 시간도 공치고 돌아다니는데 .”


일부 회사들은 월급제를 기반으로 한 전액관리제 와 예전 정액 사납금제 를 모두 운영하면서 기사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곳도 있었는데요 .

 

인터뷰 > 김진수 / 법인택시 기사

지금 전액관리제와 정액사납금제 두 방법을 운영하는데 전액관리제를 하면 사실은 기준금이 너무 높아요 . 그걸 맞추기가 버겁단 말입니다 . 그러니까 기사들이 원하지 않고 안 타요 . 그러니까 근로자가 다 빠져나간 거예요 . 그럼 회사도 경영을 해야하니까 전액관리제를 한다고 노사가 합의해놓고 그걸 다시 엎어버렸어요 . 그나마 남아있는 기사들을 유지하려면 뭐를 해야 하냐 , 정액사납금제를 할 수밖에 없어요 .”


그렇다면 저임금에 시달리는 기사들에게 고정 월급을 주겠다는 취지로 출발한 현행 전액관리제 는 결국 기사도 , 업체도 모두 원성만 나오는 , 불완전한 제도 가 된 건 아닐까요 ?

 

인터뷰 > 김진수 / 법인택시 기사

과하다는 얘기죠 . 우리 입장에서 보면 과한데 또 사업자 측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는 없죠 . 지금 가스값도 40~50% 씩 인상 , 700~800 원 하던 게 1,200~1,300 원 하니까 고정급은 그대로 나가야 하고 , 차 운행 대수는 적어서 수입은 없지 , 방법이 없잖아요 . 우리는 벌어온 걸 회사에 다 입금하고 그걸 다시 내가 가져가는 구조이니 내가 안 벌어다 주면 내 월급도 없는 건데 .”

 

업계에선 사납금제도도 , 전액관리제도 아닌 , 협동조합과 같은 제 3 의 경영방식을 시도한 사례들도 있었는데요 .

 

대표적 사례가 협동조합 쿱 택시


그런데 이 쿱 택시도 안정적 운영에 실패하고 폐업 사태를 맞기도 했죠 .

 

현재는 이렇다 할 돌파구가 없는 상황 . 떠나간 기사는 돌아오지 않고 , 새로 기사를 구하기도 어려워 결국 문을 닫게 되는 등 경영난이 가중되는 현실입니다 .

 

인터뷰 > 김충식 / 법인택시 마카롱 T 대표이사

소속 택시기사가 약 150 명까지 있던 것이 50 명으로 떨어졌죠 . 인원이 줄어드니까 매출이 줄고 , 관리자들을 줄이게 되고 , 배차부장도 내보내게 되고 , 정비사도 6 명 있던 게 2 명으로 줄고 , 이와 같이 경비나 비용을 줄여 나가죠 . 수익 구조가 요금이나 버는 것 대비 상당히 안 좋고 , 지금 법인은 완전히 피폐해져서 진짜 다 부도 직전입니다 .”

 

업계에선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처럼 공공 재원의 지원이라도 있지 않으면 회생이 어려울 수 있단 얘기까지 나오는데요 .

 

인터뷰 > 김진수 / 법인택시 기사

정부가 손을 대서 택시 준공영제라든지 버스처럼 지원책이 있어야 그나마 가동이 되고 젊은 사람들이 유입돼 원활하게 진행이 돼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안 돼있잖아요 . 버스처럼 특히 사납금에 쫓기지 않고 원하는 대로 했으면 우리 동료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겠어요 ?”

 

인터뷰 > 김충식 / 법인택시 마카롱T 대표이사

대중교통에 가깝게 그동안 요금을 규제했다면 거기에 맞는 공공 지원책이 있어야 합니다 . 저희는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 운영 경비를 줄이고 거기에 따른 매출로 기사들에게 급여를 더 주게끔 만들기만 한다면 택시 사업은 성행이 됩니다 . 우리 법인 기사들이 공공성이 있으니까 밤 늦게 술 드신 분들 이동을 책임지고 있거든요 . 일부 그 책임을 진 만큼에 대한 대가 ( 보상 ) 가 있어야 합니다 .”

 

다만 , 어디까지나 민간 영역에 있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공공 차원에서 지원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

 

택시업계는 이에 더해 , 요금을 승객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일반 법인택시에도 자율성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


인터뷰> 송임봉 /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이사

기사가 돈 벌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주는 게 현 정책의 최우선인 것 같아요 . 그 다음 회사 경영의 두 번째로 경영의 자율화가 좀 돼야 할 것 같아요 . 왜냐면 택시가 운수사업법상 면허 사업이다보니 각종 규제로 어려움이 많은데요 . 우리 기사들을 최대한 돈 벌게 해 주는 것은 규제 자율화가 우선 급하게 택시 대란에 불을 끌 수 있는 요인이라고 봅니다 .”

 

업계에선 아이엠택시나 타다 택시 등을 의미 있는 모델로 언급하는데요 .

 

인터뷰 > 김충식 / 법인택시 마카롱T 대표이사

아이엠택시나 타다를 운영하는 택시업체 같은 경우 월급제 형태로 가고 있습니다 . 아이엠택시는 요금을 야간에 3 배 이상으로 올리는 탄력요금제나 중간에 손님이 없을 때는 적게 받아서 수익이 나는 구조가 되다 보니 월 1 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가질 수 있는 바탕이 됐던 거죠 . 수입이 되니까 월급을 줄 수가 있는 겁니다 . 바로 성과급을 맞출 수 있고요 . 지금 가장 롤모델입니다 .”


이런 상황에서도 택시업계 현실에 대한 사회적 논의 수준은 , 여전히 '사납금 논란'만 맴도는 현실 .

 

과연 이런 상황을 정부나 자치단체는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까요 ?

 

특단의 묘안을 찾을 수는 있을까요 ?


이상 기자강림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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