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월뉴공] 세계 MZ가 열광...‘조용한 사직’ 뭐길래?

월드뉴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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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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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취재] 최형주, Rosyn Park 기자




【 현장음 】
"오늘 안으로 추가업무를 마무리해 주세요."

"지금은 2022년입니다. 돈 받은 만큼만 일하는 시대라고요. 이런 추가업무는 사양합니다."

출근은 하되,
초과근무는 NO!

MZ세대의 '조용한 사직'을 아시나요?




【 최형주 기자 】
'조용한 사직 (Quiet Quitting)'.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업무만을 처리하는 태도를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최근 들어 미국 내 MZ세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지만, 이보다 앞서 중국에서 먼저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해(2021년)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는 탕핑(躺平) 주의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의욕을 잃고 드러눕는다는 의미의 해시태그인 탕핑(躺平)은 중국 내 장시간 근로 문화에 항의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에 중국 정부는 "탕핑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굳어지면 안정적인 사회 구조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탕핑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검색을 금지하는 등 검열에 나섰습니다.


중국에 이어 미국에 상륙한 '조용한 사직' 돌풍의 시작은 17초짜리 틱톡 영상이었습니다.

【 현장음 】자이드 칸
"'조용한 사직'이라는 용어를 알게 됐다. 일이 곧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의 성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뉴욕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드 칸이 SNS에 올린 이 짧은 분량의 영상이 가진 파급 효과는 정말 대단했는데요.

해당 영상은 불과 한 달 만에 480만 회 이상 조회됐고, 4,500여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현재 미국에선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조용한 사직'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들 중 한 명인 24살 페이지 웨스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 인터뷰 】페이지 웨스트 / '조용한 사직자' 유튜버 (워싱턴 DC 거주)
"원래 저는 의욕이 넘치고 열심히 일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불면증이 생기고, 배가 아프고 건강이 망가지기 시작했죠. 탈모까지 생기고 극도의 스트레스로 번아웃됐습니다."

2020년 대학을 졸업하고 교통 분석가로 취업에 성공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조용한 사직'을 시작했던 페이지는 결국 직장을 퇴사했습니다.

【 인터뷰 】페이지 웨스트 / '조용한 사직자' 유튜버 (워싱턴 DC 거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더 명확하게 상황을 보게 됐고, 더 빨리 퇴사를 결정하게 됐죠. 대유행 기간 많은 사람이 격리로 인해 재택근무를 했는데, 최고의 근무 환경이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이제 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싶어요."

페이지와 같이 대유행을 겪으며 정신적ㆍ신체적 안정에 대한 욕구가 커짐에 따라 일과 거리두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각종 밈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

【 현장음 】
"정시에 퇴근하고, 근무시간 외 이메일 확인, 개인 생활보다 업무를 중시하는 문화를 거절하는 거죠. 원래 일은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조용한 사직'의 유행은 지난해(2021년) 미국에서 매달 400만 명 가까이 자발적으로 사표를 던진 '대퇴직(Great Resignation)'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는데요.

'대퇴직'이란 코로나19 여파로 작년 초부터 본격화한 현상으로 미국에서 구직자보다 기업의 구인 건수가 더 많아지면서 이직이 쉬워지자 퇴직자들이 크게 증가한 현상입니다.

【 인터뷰 】마리아 콜도위츠 / 영국 노팅엄대 조직행동학 부교수
"대유행을 겪으면서 지속적인 정서적 영향과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셈입니다. 이 모든 상황은 우리의 가정은 물론 직장 참여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결국,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거죠. '조용한 사직'은 심리적인 대처 방법의 일환으로 볼 때 근무 시 자신의 정신건강을 돌보기 위한 의식적으로 시행하는 노력인 겁니다."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조용한 사직' 열풍이 고용주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겠죠.

주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회사의 실적을 해칠 수 있다며 일부 CEO, 억만장자들은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 현장음 】케빈 오리어리 / 오셔스 회장 (CNBC 인터뷰 중)
"'조용한 사직'은 경력을 쌓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저는 인사부에 '조용한 사직자'를 빨리 찾아서 경쟁사에 입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했죠. '조용한 사직자'는 루저입니다. '조용한 사직'은 코로나보다 더 나쁜 바이러스 같네요."


미국 내 '조용한 사직'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는 '나쁜 직원이 아닌 나쁜 상사에 관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경영진의 급여 인상 거부, 승진 기회 박탈 등으로 직원들이 회사에서 미래가 없다고 느껴 의욕을 잃고 스스로 떠나게 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해 근로자들의 번아웃이나 재택근무 확산과 같은 노동 환경의 변화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인터뷰 】브래드포드 벨 / 미국 코넬대 인사조직전략 교수
"지난 2년 동안의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많은 근로자는 대유행 기간 장시간 근무하면서 번아웃된 겁니다. 회사가 대유행의 혼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초과근무도 마다하지 않은 결과죠. 이제 더 이상 안 되겠다고 말하는 시점이 온 겁니다."

결국 '조용한 사직'은 팬데믹 시대 인적 관리 실패의 결과라는 분석인데요.

이에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달라진 근무 환경, 사회적 인식, 가치관에 맞는 인사관리가 핵심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주 4일 근무제, 일과 휴가를 결합한 워케이션(Work Vacation), 원격 근무 등 다양한 복지 카드를 꺼내 들고 있는 상황이죠.

【 인터뷰 】마리아 콜도위츠 / 영국 노팅엄대 조직행동학 부교수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정을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직원들을 위한다며 각종 온라인 세미나를 도입하고 생색을 내지만, 아직까지도 실질적으로 과도한 업무량을 부여하고 있죠. 좋거나 나쁜 상사와 직원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사실 '조용한 사직'이 신조어긴 해도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

【 현장음 】영화 'Office Space'(1999년)
"보통 15분 늦게 출근해요. 상사가 보지 못하도록 옆문으로 들어오죠. 1시간 정도는 넋을 놓고 있죠. 책상을 보고 있으면 일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 인터뷰 】브래드포드 벨 / 미국 코넬대 인사조직전략 교수
"'조용한 사직'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수년 동안 직원의 업무 몰입 저하에 대해 논의됐죠. 수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일부 노동자들은 특정 기간 이후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낮아지면서 온전하게 몰입하지 못하거나, 안 하게 되죠."


일을 삶의 최우선 순위에 두지 않겠다는 것은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어제오늘 일은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그리 새로울 것은 없어 보입니다.

지난해(2021년) 말 사람인(saramin)이 3천 명이 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만 봐도 응답자의 70%는 '회사에서는 딱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답했는데요.

특히 젊은 층인 20대와 30대에서는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답한 이들이 무려 78%에 달했습니다.

【 현장음 】
"여전히 저는 상냥하고 프로답게 행동하죠. 다만 주어진 일 외에는 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초과근무를 하면 번아웃될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이용이나 당할 테니까요."

【 현장음 】
"(조용한 사직 중인) 현재도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여전히 제 업무를 다 해내고 있죠.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나 자신을 고문하지 않으니 너무 좋습니다."

【 음악 】비욘세(Beyonce) 'Break My Soul' 가사 중 일부
"방금 직장을 때려치웠어. 새 원동력을 찾을거야. 회사는 날 정말 힘들게 해.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인터뷰]


△ 페이지 웨스트 (Paige West)
- '조용한 사직' 유튜버
- 디지털 크리에이터

△ 마리아 콜도위츠 (Maria Kordowicz)
-영국 노팅엄대 조직행동학 부교수
-심리학자

△ 브래드포드 벨 (Bradford Bell)
-미국 코넬대 인사조직전략 교수
-코넬 인적자원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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