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그린 이코노미 ②] 미·중 반도체 싸움에 끼어버린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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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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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취재] 박로진, 안미연, 정혜련 기자



【 현장음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극한 날씨는 공급망을 방해하고, 소비자와 기업에 지연과 부족을 야기합니다. 기후 변화는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도 실존적 위협입니다. 이것은 비상사태입니다."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 눈앞에 닥쳤고, 과학자들은 이를 막아내기 위해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 대폭 절감,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 기술 활용을 통한 수요 맞춤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 현장음 】이회성 / IPCC 당시 의장 (2023년 4월 20일)
"이제껏 우리가 봐온 에너지 수요와 공급 패턴이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 우리는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겁니다. IPCC의 보고서는 우리가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 도구를 갖고 있음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로진 기자:
태양광, 전기 자동차, 풍력 발전은 오늘날 이용되고 있는 기후 기술의 일부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위한 것입니다.

청정에너지 로드맵에 따르면, 목표 달성을 위한 거의 절반에 가까운 배출량 감축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나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같은 국제기구는 각국 정부에 현재 가능한 해결책의 적극 활용과 기후위기에 맞설 새로운 혁신의 개발과 적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곧 더 많은 투자와, 더 많은 연구 개발, 더 많은 혁신이 더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신기술과 기존기술 모두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반도체는 근대 모든 전자 장치의 두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인터뷰 】크리스 밀러 / <칩 워> 저자
"오늘날의 거의 모든 공산품의 생산은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뿐만이 아니죠. 우리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물건 - 자동차에서 식기세척기, 군사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이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을 판매하는 기업에게 있어 최첨단 반도체 칩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박로진 기자:
이것이 바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를 두고 싸우는 이유입니다.

【 인터뷰 】트로이 스탠가론 /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
"챗GPT나 다른 형태의 인공지능에서 볼 수 있듯 컴퓨터 위력이 발전되어가는 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곧 미래의 전쟁이 어떤 모습일지, 국가 안보, 암호화의 미래,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는 다른 기술에 있어서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박로진 기자:
반도체 산업의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전 세계의 약 10%에 불과한데 비해 중국은 2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신 스마트폰, 자율주행 자동차, 양자 컴퓨팅, 딥러닝과 국방 인공지능 등에 쓰이는 최첨단 반도체의 경우, 미국이 설계와 장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미국 내 생산량은 전무한 실정인데요.


가장 작고 빠른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곳은 한국과 대만 두 곳뿐입니다.

【 인터뷰 】크리스 밀러 / <칩 워> 저자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아이폰 한대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칩 하나에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심어져 있습니다. 보통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의 경우, 10억, 15억, 20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심어지는데요. 각 트랜지스터의 크기는 대략 코로나 바이러스 정도의 크기입니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공급망은 해당 분야와 관련된 전문성을 가진 많은 기업과 많은 나라가 얽혀있는 구조입니다. 각 공급망 단계마다 많은 기업들이 얽혀있어 매우 복잡하지만 최첨단 도구, 소프트웨어나 재료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은 한 두 곳에 불과하죠."


박로진 기자:
반도체는 설계에서 생산까지 많은 과정이 국제적으로 분업화되어 있고 많은 비용이 드는 산업입니다. 반도체 생산설비 하나를 구축하는 데만 3~5년이 걸리고, 천5백에서 2천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가죠.

코로나19 봉쇄로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이 초래되자 공급망 확보와 동아시아, 특히 중국이 합병하려는 대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제조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는데요.


2022년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ct)에 서명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을 다시 자국으로 가져오려는 리쇼어링을 위한 52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포함해 기술혁신을 위한 2800억 달러 규모의 법을 제정했습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이기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AI 모델, 슈퍼 컴퓨터, 극초음속 미사일은 물론, 반도체 설계 및 제조 장비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추가적인 수출 통제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사용하는 전 세계 모든 기업의 수출에도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 인터뷰 】다니엘 카멘 / 미국 UC버클리대 에너지학 교수
"반도체 및 과학법의 경우, 과학에 재투자토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취지이죠. 저는 물리학자로서 이 법에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하지만 이 법은 전문성과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 오려는 것입니다. 정치적 문제가 복잡하지 않은 나라들로 다시 가져오려는 것이기도 하죠. 그렇다 보니
인도 반도체 제조에 대한 투자가 있었고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서 태양광 패널을 사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논리적이지 않은 여러 문제가 존재하지만 이는 분명 중국에 상당한 타격이 되는 것이기도 하죠."

박로진 기자:
중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문제삼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데 이어 LCD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 등에 쓰이는 갈륨과 초고속 컴퓨터 반도체와 인터넷 연결을 위한 광케이블에 쓰이는 게르마늄 등 두 개의 주요 금속 수출을 제한하는 보복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 인터뷰 】존 리 / 이스트웨스트 퓨처스 컨설팅 국장
"현실은 미국 정계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서 커지는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기술전략 경쟁자로서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에서 명확했던 일반적인 정책 방향을 통합하고 체계화하고 있을 뿐입니다. 수출 통제를 예로 들어 보자면 세계는 이미 지난 2019년 (미국의) 화웨이 제재를 봤습니다."

【 인터뷰 】크리스 밀러 / <칩 워> 저자
"한국, 유럽, 일본, 미국 등 모두 이런 요인을 고려해야할 겁니다. 세계 모든 반도체 회사는 이제 중국과 그 외 미국, 일본 등의 나라로 나뉜 현실과 타협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비중국 공급망으로 나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거죠."


박로진 기자:
심화하는 미중 경쟁은 양국 간의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험성으로 이어지며 이는 전 세계 모든 나라와 세계 경제의 미래, 더 심각하게는 탄소중립 노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박로진 기자:
중국은 반도체 경쟁에서는 뒤처졌지만 리튬과 코발트 등 주요 광물을 포함하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제조 공급망의 75% 이상을 장악하는 청정에너지 기술의 강국입니다.

【 인터뷰 】존 리 / 이스트웨스트 퓨처스 컨설팅 국장
"중국은 자국 정책에서 반도체와 녹색 성장의 필요성을 더 언급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조치로 세계 산업과 단절된 상황에서 중국의 과제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과 더불어 대체 자원을 선점해 반도체 산업을 선점하는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녹색 경제에 대한 우려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겠죠."

박로진 기자:
불과 10년 전, 중국과 미국은 또 다른 주요 안보 이슈인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양국의 노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는 국제적인 기후 행동을 위한 발판이 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양국의 협력은 사라져 버렸고 그 대신 생겨난 기술과 무역전쟁으로 녹색 전환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 인터뷰 】다니엘 카멘 / 미국 UC버클리대 에너지학 교수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이 관계의 의미는 양국이 가진 차이점 보다 더 크죠. 정치 지도자들은 이러한 차이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양국이 협력할 때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녹색 성장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죠. 그렇게 해서 미국과 중국이 제대로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자원에 접근해야죠."

[인터뷰]


△ 크리스 밀러 (Chris Miller)

-<칩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저자
-미국 터프츠대 국제정치학 교수
-진 커크패트릭 방문 연구원
-외교정책연구소(FPRI) 선임연구원

△ 트로이 스탠가론 (Troy Stangarone)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
-조지메이슨대 소속 한국 대통령 자문위원
-미 외교협회(CFR) 연구원
-로버트 토리첼리 전 상원의원 입법보좌관

△ 다니엘 카멘 (Daniel Kammen)
-미국 UC버클리대 에너지학 교수
-신재생·적정에너지연구소(RAEL) 창립, 소장
-미 국제개발처(USAID) 수석 고문
-2007 노벨 평화상 공동수상, 기후변화위원회(IPCC)

△ 존 리 (John Lee)
-이스트웨스트 퓨처스 국장
-네덜란드 라이덴 아시아센터 연구원
-前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 선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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