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한쪽에선 학교 신설 요구, 다른 데선 학교 폐교·통폐합

강경지 기자

bright0248@tbs.seoul.kr

2023-02-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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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새 아파트들이 들어선 서울 동작구 흑석동입니다.

이곳엔 2018년 말까지 5천여 가구가 유입됐고 2026년이면 만여 세대가 입주합니다.

하지만 고등학교가 없어 학생들이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 인터뷰 】서재연 / 학부모
"저희 아이가 고등학교 배정을 기다리는 상황인데요, 아무리 가까워도 40분이고 버스가 한 번에 가지 않는 경우도 있거든요. 엄마, 아빠가 등하교를 시켜주거나 같은 학교 아이들을 모집해서 봉고차 같은 것을 모집해 등하교를 해야 하거든요.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도 힘든데 등하교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에너지를 뺏긴다는 점, 엄마들도 애가 멀리서 왔다갔다하는 게 마음이 불편하고…"

【 인터뷰 】강민정 / 학부모
"저희 아이같은 경우 친구랑 흩어져야한 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섭섭해하는 상황이고 학부모 입장에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시간에 등하교에 잘 할수 있을지 굉장이 걱정이 많이 되고…"

【 인터뷰 】김은제 / 학부모
"아이가 곧 중학생이 되는데 고등학교가 없으니 차라리 중학교 전에 이사 가서 거기서 적응하고 친구 사귀어서 고등학교를 중학교 친구들과 같이 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죠."

10·29 참사 후로는 출퇴근 시간, 만원인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도 걱정됩니다.

【 인터뷰 】김경은 / 중대부중 2학년
"퇴근시간 사람들이 대중교통에 많이 몰려 내려야 할 역이 아닌데
사람들에 떠밀려 내릴뻔한 적도 있고 반대로 내려야 할 역을 그냥 지나친 적도 있어 많이 긴장되고 무서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흑석동 재개발 구역내 학교부지를 기부체납해 당초 2025년쯤 관악구 고등학교가 이전할 예정이었지만 관악구 주민들의 반대로 이전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학교 설립이 난항을 겪으면서 학교부지엔 철거안 된 빈집들만 남아 있습니다.

【 스탠딩 】저는 지금 흑석동에 고등학교가 들어설 학교부지에 나와있습니다. 당초 2025년 개교를 목표로 했지만 이렇게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의 바람은 하납니다.

【 인터뷰 】서재연 / 학부모
"(학교) 부지도 있고 의지도 있고 주민들이 원하고 있는데 왜 학교가 안들어 오는지 이해가 안되고 신설이든 이전이든 빨리 추진해줬으면 좋겠고…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요."

【 인터뷰 】김은제 / 학부모
"이전이든 신설이든 저희 아이가 입학하기 전까지 학교가 들어섰음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 인터뷰 】김경은 / 중대부중 2학년
"(저는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갈 예정이라) 당장 흑석동에 고등학교가 들어와도 진학하지 못하지만 후배들만이라도 쾌적한 교육환경에서 공부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친구들과 안전하게 학교에 다니길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바람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요?

▶ 리포트 영상과 관련된 내용, Q&A로 정리했습니다.

Q. 흑석동에 사는 학생들은 고등학교가 없어서 먼 거리에 있는 학교로 통학을 하고 있는 실정이네요.
학교 가는데 가까워도 40분 이상이 걸린다는데 언제부터 언제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한 건가요?

A. 흑석동의 경우 2008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직후부터 고교 부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뉴타운 지정 후 재개발, 재건축이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인구가 늘면서 학령인구도 늘어났지만 정작 고등학교가 없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1997년 흑석동에 있던 중대부고가 강남구 도곡동으로 이전한 후 흑석동에는 일반고도 단 한 곳도 없습니다.

18만 가구가 사는 동작구 내 고등학교는 특수고등학교를 포함해 7곳에 불과합니다. 인근 관악구(17곳)나 서초구(11곳)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일반고등학교의 경우 동작구는 6개인 반면 인근 관악구는 12개입니다. 동작구에는 흑석동 외 노량진동에도 재개발이 추진 중이라 향후에도 동작구내 학교 부족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Q. 영상을 보면 학교 부지는 마련돼 있지만 착공은 커녕 기존 건축물이 철거도 되지 않았는데요.
그동안 왜 진행이 되지 않았던 건가요?

A. 지난해 서울시교육청과 동작구청은 학교를 균형 있게 배치하기 위해 관악구의 한 고등학교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학부모들과 지역주민의 거센 반대로 협상이 중단됐습니다.

Q. 이사를 고민하는 주민도 보이는데요. 흑석동 주민들이 서울시교육청에 청원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어떤 입장입니까?

A. 서울시교육청은 흑석과 노량진 등 대규모 뉴타운 2개 지구가 진행 중인 동작구 일대에 고등학교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학교를 균형 있게 배치하기 위해 지난해 학교 이전을 추진했지만 관악구 지역사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관계 기관, 지역사회 등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Q. 흑석동처럼 학교가 부족하다며 더 지어달라는 지역도 있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학생이 없어서 학교가 없어지기도 하지 않습니까?

A. 네, 맞습니다. 흑석동 같은 재개발 지역이나 신도시에서는 학교 신설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문을 닫거나 통폐합을 추진하는 현상도 전국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도 예외가 아닙니다.

Q. 이러한 학교 부족 현상의 배경에는 저출산 여파로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요. 서울의 다른 지역들 상황은 어떻습니까?

A. 서울의 경우 도봉구의 도봉고가 내년에 폐교를 앞두고 있어 작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았고요. 서울 염강초, 화양초등학교도 폐교됐습니다.
지방교육재정알리미를 보면, 전국 초·중·고교의 경우 지난 1976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총 3천8백여 개 학교가 문을 닫거나 통폐합됐습니다.

학령인구가 급감했기 때문인데, 서울 초등학교 신입생 수를 보면 2019년부터 4년간 7만 명대였다가 올해는 6만 명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정부는 교사 임용도 축소하고 있는데요. 올해 서울 공립 초등교사 합격자는 지난해 절반 수준인 110여 명으로 1년새 합격자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지역별 편차도 커 보입니다.
2021년 서울시내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보니까 송파구 버들초는 34.6명인데 비해
강서구 개화초는 8.4명이었습니다.
통폐합되거나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는 학교들도 있지만 어떤 곳에서는 학교를 세워달라는 요구가 거셉니다.

Q.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해야 하는 교육당국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대안들이 더 논의될 수 있을까요?

A. 신도시에서는 학교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런 곳에는 학교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고 초등학교라면 작은 규모로 지을 필요가 있겠지만, 중고등학교는 조금은 먼 거리로 등학교를 하는 것이 일부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 통합운영학교인 ‘이음학교’도 대안이 될 수 있는데요. 이음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처럼 급이 다른 학교를 통합하는 학교를 말합니다.

Q. 저출산 여파로 학생이 줄고 빈 교실이 늘어나는 위기는 서울도 피해갈 순 없는 상황인데요.
신도시의 과밀학교든 인구소멸 지역인 소규모 학교든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받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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