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내 주민번호는 정부 공용?…군인이 백신 맞고, 공무원이 보험 가입

채해원 기자

seawon@tbs.seoul.kr

2021-08-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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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내 주민등록번호로 군인이 백신을 맞고, 외교부 직원이 보험을 들었다'면 믿어지시나요?

모두 2개월 사이에 한 사람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해당 부처 관계자들마저도 취재 초기에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사실로 확인되자 모두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오랜 기간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던 만큼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채해원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기자 】
평범한 직장인인 강경구씨는 지난 6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확인증을 떼려다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자신이 이미 다른 백신을 맞았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백신을 맞은 곳은 군보건의료기관으로, 모르는 곳이었습니다.




군인이 자신의 주민번호로 백신을 접종한 기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 인터뷰 】 강경구 / 직장인
"그 이전에 인플루엔자 주사까지 맞았더라구요, 제 이름으로. 2019년도에."

알고보니 한 군인의 주민번호가 강 씨의 것으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군은 "2017년 이전에는 군번을 중심으로 의무기록이 관리됐고, 주민번호 뒷자리를 임의의 7자리 숫자로 등록하는 사례가 일부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강 씨가 이의를 제기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몰랐던 군은 부랴부랴 해당 군인의 개인정보를 수정했습니다.



황당한 일은 계속됐습니다.

모르는 생명보험이 있어 알아보니 계약자는 외교부, 가입자(피보험인)는 외교부 직원이었습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외교부 담당직원이 강씨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보험회사 쪽에서 발생한 일로 외교부 책임이 아니어서 민원에 답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외교부는 컨소시엄을 꾸려 계약한 보험사에 생년월일과 소속만 넘겼는데, 


일부 생명보험사의 경우 시스템 상 전체 주민번호가 필요하다보니 임의로 숫자를 적었고, 공교롭게도 강 씨의 주민번호와 겹쳤다는 것입니다.

강 씨 외에 다른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 인터뷰 】 강경구 / 직장인
"보험회사에 제가 알아본 바로는 생년월일은 외교부에서 불러주는데 (뒷자리는) 조합만 맞으면 들어간다고 하거든요. (임의 숫자로) 조합만 맞으면 보험계약이 되는 거에요."

2개월 사이 알게 된 3번의 개인정보 도용, 강 씨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습니다.

【 인터뷰 】강경구 / 직장인
"제 주민등록번호를 바꿀까도 생각했어요. 국방부 외교부가 끝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다른 정부기관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제) 개인정보를 정부에서 사용해 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다는 거거든요. 제가 특별한 게 아니라."

국방부는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고, 외교부는 개인정보 무단 사용 사실을 이번에야 알게 됐다며 생명보험사에 시스템 개선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TBS 채해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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