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이드] 빨리 피는 꽃, 대재앙의 시그널!

김하은 기자

hani@tbs.seoul.kr

2022-04-0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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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을 만끽하는 계절! 봄이 왔습니다. 따뜻해진 날씨와 함께 봄의 시작을 알리는 건 서서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거리의 꽃들.

▶ 점점 빨라지는 개화

올해는 4월에 꽃을 볼 수 있었지만, 개화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서울·인천 등 6대 도시를 기준으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의 평균 벚꽃 개화일은 평년보다 7일 빨라졌습니다. 특히 지난해 서울의 벚꽃은 3월 24일에 폈습니다. 100년 만에 가장 빨리 핀 겁니다.

▶ 꽃이 빨리 피는 이유

개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꽃이 피기 전 2개월 동안의 평균 기온. 최근 3년 2월과 3월의 평균 기온은 평년과 비교해 각각 1.3도, 1.5도 올라갔습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09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계속 뜨거워진다면 21세기 후반기에는 산업화 이전보다 최대 5.7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면 꽃이 피는 날짜도 더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김정식 과장 /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미래 봄꽃 개화일은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고탄소 시나리오의 경우 현재와 비교했을 때 23-27일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르면 2081년부터는 2월에도 봄꽃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일찍 찾아온 봄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이른 개화는 수십억 마리 꿀벌 실종 사건과 연관돼 있다?!

때 이른 개화는 꿀벌의 활동을 방해합니다. 꽃이 제때 피고 제때 져야 꿀벌은 꿀을 잘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꿀벌이 가장 좋아하는 아카시아꽃이 빨리 피고 빨리 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최용수 연구관 /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정상적으로 기온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따뜻해져서 개화가 되는 형태가 아니라 갑자기 많이 따뜻해졌다가 외부 기온이 실제로 그렇게 높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에 꽃을 피웠지만, 이후 이상 저온을 겪으면서 꽃은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꿀벌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꿀벌들은 일시적으로 따뜻해진 날씨에 활짝 핀 꽃을 찾아 바깥으로 나왔지만,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제대로 된 꿀 채집을 하지 못합니다.

꿀을 먹지 못한 꿀벌은 면역이 약해지고 질병과 해충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꿀벌이 꿀을 얻지 못하면 ‘수십억 마리 꿀벌 실종 사건’은 또다시 반복될 수 있습니다.

▶ 꽃이 일찍 피면 국산 과일을 더는 못 먹을 수 있다?!

이른 개화는 과수에도 치명적입니다. 사과로 유명한 전북 진안에 있는 과수원. 몇 년 새 꽃이 얼어붙는 냉해가 늘었습니다.

송민우 / 전북 진안군 사과 농가
”아버지가 처음 (농사를) 지었을 당시에는 냉해가 별로 없었는데… 그런데 18년도 19년도 그때부터는 꾸준히 냉해가 있었어요.“

지난 2018년엔 전국의 약 3만 3,000㏊ 면적의 과수 농가가 냉해를 입었습니다. 서울의 절반이 얼어붙은 셈입니다. 냉해를 입은 꽃은 제대로 된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송민우 / 전북 진안군 사과 농가
”냉해를 입으면 꽃이 떨어지기도 하고, 만약에 열매가 열렸을 때 과일이 작거나, 안은 썩어버려서 못 따는 경우가 생깁니다.“

과수는 싹이 트고 꽃이 피는 과정에서 추위에 견디는 힘이 점점 약해집니다. 그래서 활짝 핀 꽃은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면역은 가장 약한 상태입니다.

이때 저온에 노출되면 냉해를 입습니다. 꽃이 빨리 피면 냉해에 노출되기 쉽고 과수에 맺힌 열매는 줄어듭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른 개화는 장기적으로 한반도에서 재배되는 과일의 멸종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꽃이 빨리 핀다는 것은 겨울이 따뜻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겨울 기온이 올라가면 사과와 포도는 아예 한반도에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한점화 연구관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과수의 경우에는 겨울철에 추위에 노출이 되어야만 잠에서 깨어나고 꽃이 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너무 더워지게 되면 그런 저온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남쪽에서는 재배하기 어렵고 북쪽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른 개화는 대재앙의 시그널이다!

수십억 마리의 꿀벌 실종, 차갑게 얼어붙은 꽃.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 생태계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갑니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기 시작하면 결국 바퀴는 부서지고 영원히 멈춰버립니다.

지구는 꽃을 빨리 피워 우리에게 달콤한 경고를 날리고 있습니다. 봄꽃과 먼저 만날수록 다른 것들에겐 영원한 안녕을 고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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