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랑]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2-11-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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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

권석준> 일단 저는 과학을 얘기하겠고요. 그다음에 반도체, 패턴, 복잡도, 공학을 얘기하겠습니다.

백창은> 굉장히 학구적이시네요.

권석준> 대내외적인 이미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백창은> 혹시 연구를 안 하실 때의 권석준을 생각했을 때는 5가지가 다른가요?

권석준> 커리어를 떼어놓고 봤을 때는 글쎄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비슷할 것 같습니다.

백창은> 주로 연구 외적인 질문을 드리면 고장이 나시는.

권석준> 그렇습니다. 지금도 사고 회로에 마비가 오고 있습니다.

▶ 반도체의 체고(?) 매력은?

권석준> 저 같은 아싸를 섭외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리고 특히 <인싸랑>이라는 채널이 앞으로 더 많은, 큰 발전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 찾아주셨으니까 충분히 여러분께 많은 정보를 드리고 도움이 될 만한 부분들에 대해서 짚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백창은> 지금 연구소와 대학에서 신소재를 연구하고 계시는데 원래 반도체가 주요한 연구 주제이셨던 건가요?

권석준> 연구 업력으로 따지면 제가 반도체 공정에 들어오게 된 것은 벌써 20년이 넘습니다. 제가 석사 과정을 시작한 것이 약 20년 전인데 그 당시에 석사 연구 주제 중 하나가 반도체 공정에서 흔히 얘기하는 패터닝이라는 공정이 있습니다. 그 공정의 일부에 대해서 제가 석사 학위 주제를 잡았고요. 그 이후부터 어떻게 보면 패턴과 반도체라는 두 가지 물줄기가 짧지 않은 연구 인생에서는 큰 기둥이 된 것 같습니다.

백창은> 패터닝이라는 그 공정이 정확히 뭔가요?

권석준> 지금 말씀드린 이 패터닝이라는 공정은 실리콘 웨이퍼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 웨이퍼 위에 아주 작은 패턴들을 만드는 건데 여러분이 잘 아시는 밭고랑 같은 패턴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튀어나오고 들어가고 튀어나오고 들어가고 하는 패턴들을 아주 작게 만드는데, 얼마나 작게 만드냐면 100나노미터 이하로 만들게 됩니다. 나노미터라고 하면 잘 와닿지 않는 분들이 계실 텐데 머리카락 하나의 두께가 한 5마이크로미터에서 10마이크로미터 정도 되는데 그 1마이크로미터가 1,000나노미터입니다. 그럼 머리카락을 가로 방향으로 한 100등분 정도 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백창은> 그러면, 20년 동안 연구를 하게 한 반도체의 매력이 있다면 뭘까요?

권석준> 일단 기본적으로 반도체 산업 자체가 저 자신한테도 매력이 있지만 글로벌 경제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놓고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무어의 법칙이라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잘 알려진 법칙이 있는데 잘 알려졌다시피 1.5년이나 2년마다 트랜지스터의 집적 밀도가 2배씩 증가한다는 것이 무어의 법칙의 골자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1.5년이나 2년마다 트랜지스터의 집적 밀도는 2배가 되는데 원가는 거의 그대로입니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컴퓨터의 성능이 2배씩 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아마 몇 년 지나면 10년 전의 컴퓨터와 지금의 컴퓨터는 거의 계산기와 지금의 컴퓨터 수준의 성능 차이가 나게 될 텐데. 다시 말하면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가치와 정보의 규모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정보를 중심으로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그만큼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저뿐만 아니고 굉장히 많은 공학자들, 과학자들이 이 혁신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연구에 빠지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백창은> 지금 반도체에 빠지게 된 계기를 굉장히 자세하게 말씀해 주셨는데 혹시 그냥 간단하게 저희 요즘 유튜브 빨리빨리 좋아하니까 반도체로 3행시 가능하실까요?

권석준> 제가 반도체 3행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반도체에 대한 유머는 몇 개 갖고 있습니다.

백창은> 그러면 몇 개 들려주시고 만약에 웃기면 넘어가고 안 웃기면 3행시를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권석준> 일단 통편집을 각오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은 우리나라가 한반도이기 때문에 반도체죠.

백창은> 반.

권석준> 반도체 강국.

백창은> 도.

권석준> 도전하는 한국.

백창은> 체.

권석준> 체고(시)다(?) 이 정도는 준비가 돼 있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반도체 공장 = 닭강정 공장?

백창은> 저희가 항상 이렇게 촬영하기 전에 우리 제작진들한테 오늘 나올 과학 인싸와 관련된 궁금증을 모으거든요. 그런데 오늘 가장 많은 질문들이 나왔어요. 그래서 그 질문들을 바탕으로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먼저 저희가 보여드리고 싶은 사진이 있어요. 이거 혹시 무슨 사진인지 알아보시겠어요?

권석준> 닭강정 공장 사진 같습니다.

백창은> 정확합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진 중에 진짜 반도체 공장이 이렇나요? 이렇게까지 꽁꽁 싸매야 하는 이유가 있냐고 질문을 하더라고요.

권석준> 저거의 한 1,000배쯤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통제 수준이.

백창은> 왜 그렇게 통제를 하나요?

권석준> 일단 기본적으로 반도체 공장에서 저렇게 사람의 몸을 꽁꽁 싸매고 눈만 내민다든지 그리고 굉장히 청정한 환경을 유지하는 까닭은 반도체 소자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나노미터 단위까지 내려가서 작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사람 몸에서 나오는 각종 유분, 수분, 털 아니면 먼지, 약간 더러운 말씀을 드리면 비듬 이런 게 있으면 이런 크기의 먼지들은 아주 큽니다. 생각보다. 그래서 수십 마이크로미터부터 시작해서 수 밀리미터까지 갈 수 있는데 문제는 특히 이런 유분이나 수분 같은 것들이 반도체 소자 위에 착륙했을 때 그 소자가 망가진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렇게 소자가 망가지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이 먼지들이 소자가 아니고 장비에 달라붙을 경우 문제가 됩니다. 장비에 달라붙게 되면 그 장비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모든 제품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반도체 공장을 만들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저렇게 청정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조 시설을 잘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공기 순환, 항온, 항습 그리고 항진. 그래서 진동에 대해서도 대비가 돼 있어야 하고요. 먼지들이 일정한 농도 이상이 되지 않게끔 끊임없이 에어 서큘레이션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항습. 습도가 너무 높으면 마찬가지로 장비와 소자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통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 반도체 얼마나 작을까?

백창은> 명쾌한 답변 아주 감사드립니다. 그다음 또 반도체가 굉장히 작고 아주 정밀한 공정을 거친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러면 제일 작은 게 지금 어느 정도 작은 건지 우리가 체감할 수 있게 설명을 해달라는 질문이 있었어요.

권석준> 앞서 말씀드린 머리카락 비율로 다시 설명을 드리면 머리카락을 대략 한 100등분 정도 하면 한 50나노미터 정도가 나오는데 그것이 요즘 흔히 얘기하는 구세대 반도체에 들어가는 패턴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고요. 그걸 5등분을 더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정말로 아주 얇은, 여기 지금 바닥에 있는 카펫의 줄무늬 같은 무늬들이 나올 텐데 이 정도까지는 지금 가는 것이 인간이 반도체 공정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소자들에 들어가는 패턴들의 크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 크기보다 더 작은 크기로 가고 싶다고 하면 그때부터 여기 시청자들께서 굉장히 좋아하시는 원자와 분자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수준까지 가는 것이죠. 그래서 이렇게 우리가 원자와 분자 수준이 되기 시작하면 그동안 우리가 이해했었던 대부분의 물리학을 벗어나서 양자 역학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양자 역학 세계까지 들어왔을 때 우리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이 반도체 공학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백창은> 그러면 그게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권석준>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 갔을 경우에는 예를 들어서 우리가 나노미터 수준을 얘기할 때 옹스트롬 레벨의 패터닝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옹스트롬이라는 것은 10옹스트롬이 1나노미터입니다. 그러니까 0.1나노미터가 옹스트롬이 되는 건데 옹스트롬을 다룰 수 있는 공정에 들어가는 것은 2020년대 후반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옹스트롬 단위에서 양산이 시작되는 것은 2030년대 초중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고 그 이후에도 옹스트롬 이하의 레벨, 예를 들어서 우리가 싱글 옹스트롬이라고 부르는 9옹스트롬, 7옹스트롬 이 정도 수준까지 가려면 아마 2030년대 후반 정도 가면 이 정도의 기술이 보다 본격적으로 현실적인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의 10~15년 정도의 시차가 남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백창은> 생각보다 빠른 미래네요.

권석준> 그렇지만 이 미래가 오히려 더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는 게 지금 우리가 흔히 얘기하고 있는 3나노 공정, 2나노 공정도 원래는 한 5~6년 전만 하더라도 로드맵상으로 봤을 때는 1~2년 정도 지연된 상황입니다.

▶ 3나노 공정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백창은> 지금 3나노 공정을 얘기를 해 주셨으니까 그게 계속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권석준> 패터닝을 만들 때 예를 들어 고속도로를 만드는 공정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고속도로를 이렇게 쫙 깔면 얼마나 우리가 부드럽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가장자리가 얼마나 직선의 구조로 나오는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회로에서는. 가장자리가 직선으로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고 울퉁불퉁해지기 시작하면 운전하는데도 방해가 되겠지만 전자들이 그 울퉁불퉁한 곳으로 많이 빠져나갑니다. 놓치는 전자들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놓치는 전자들이 그냥 암전하게 없어지면 상관이 없는데 열로 바뀔 수도 있고요. 아니면 다른 전자와 상호 작용할 수도 있고 우리가 원치 않는 신호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 라인을, 패턴들을 작게 만드는 그 과정이 굉장히 어렵고요. 그리고 특히 이 패턴의 폭이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가장자리에서 울퉁불퉁한 영향이 더 증폭이 됩니다. 가장자리에서 울퉁불퉁한 영향이 증폭된다는 것은 우리가 결정론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론을 넘어서 확률론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그러다 보면 우리가 예상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더 많이 나온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개념인 수율. 수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 반도체 불황,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에 있다

백창은> 최근 반도체 불황이 아주 큰 이슈잖아요. 그래서 저희 질문 중에 한때 한국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반도체 산업에서 이렇게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뭐라고 생각을 하시는지 묻는 질문이 있었어요.

권석준> 지금의 불황 구조는 아무래도 지난 2020년부터 지속돼 왔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더불어 올해(2022년) 3월에 있었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최근에 더욱더 격화되고 있는 미중 간의 반도체 기술 패권 전쟁으로 인한 그런 불확실성들. 한마디로 말해서 정치, 경제적인 불확실성 요소와 전 지구적인 불확실성 요소. 여기에 더해서 반도체 업계가 굉장히 사실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업계입니다. 전기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반도체 대기업들이 어느 정도는 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산업용 전기를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인데 잘 아시다시피 이제는 탄소 중립이 전 지구적인 이슈가 되기 시작하고 앞으로는 2030년대 이후에는 이제 ESG 혹은 RE=100 혹은 탄소 중립 등의 다양한 규제들이 전 지구적인 무역 규제와 기술 규제하고 맞물려서 반도체 업계들도 결국은 신재생 에너지를 위주로 산업의 에너지 활용 시스템을 다 재편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반도체 업계에 종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까 불확실성이 서로 예상하지 못하게 증폭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미국의 중국 제재,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백창은> 미국과 중국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최근 미국의 중국 제재와 관련해서 그러면 대체 중국이 지금 반도체와 관련해서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 뭐냐 이런 걸 궁금해 하시는 분도 계셨거든요.

권석준> 그건 제 책(<반도체 삼국지>)을 보시면 잘 나와 있습니다.

백창은> <반도체 삼국지>.

권석준> 잘 아시다시피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한 10년 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그전까지는 대부분의 중국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초기에 들어갔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선두 업체들의 생산 기지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자국산 반도체의 자급률이 너무 낮다는 것이 중국 정부 입장에서 봤을 때 가장 최우선적인 정책적인 목표 중에 하나였고. 이 자급률을 적어도 70%까지 올리기 위해서 중국 내부의 다양한 반도체 업계들, 특히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반도체 생태계에 걸쳐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부터 시작해서 대기업까지 이런 반도체 업계들에 대해 많은 지원이 있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반도체 업계는 어떤 특정한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대부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 왔던 것이 사실이고요. 그래서 일부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는 거의 글로벌 수준에 도달한 분야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메모리 반도체. 한국이 그동안 강점을 가지고 있었던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대해서도 중국의 YMTC 같은 기업들은 충분히 선두권 업체들하고 기술 격차가 거의 반년 이내로 좁혀지는 수준까지 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백창은> 그러면 그런 미국의 중국 제재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이고 우리가 또 그걸 어떻게 돌파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권석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적 무역 제재가 계속 지속할 경우에는 중국이 지금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부터 수입을 해왔던 다양한 중간 가공제, 아니면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만든 제품의 수출이 규제되기 시작한다면 우리가 누려왔던 비용의 절감 효과가 많이 사라지게 될 겁니다.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 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다시 말하면 이것은 원가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요. 다시 말하면 이것은 한국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 봤을 경우에는 일정 부분 비용의 상승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단점이고 한 가지 장점을 얘기한다면 결국 중국이 국내용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 싶었던 바로 그 직전 단계에서 제재가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중국 업체에 따라잡히거나 혹은 중국 업체로부터 큰 위협을 당하는, 예를 들어서 합병이나 인수 이런 것들을 예상할 수 있었던 시점까지 가는 시간을 많이 벌었습니다.

권석준> 지금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글로벌 선두를 찍고 있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룩한 것이 사실이지만 늘 반도체 산업이라는 것은 내부적인 불안 요소와 외부적인 불확실 요소들이 합쳐져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 분야이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 보더라도 지금의 포지션을 더 확장하고 강화시키는 노력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양한 외생적인 요인들에 대해서 한국의 힘만으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협력할 수 있는 국가들과 연합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업체에서의 연합체를 만든다는 것은 일종의 동맹을 만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기술적인 제휴를 맺을 수 있고 산업의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는 저력을 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한국이 꼭 한국이라는 경계를 벗어나서 한국이라는 반도체 산업이 다른 외국의 반도체 업계들도 생태계의 그늘 속에 들어올 수 있게끔 조금 더 포용적이고 더 열린 생태계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년 걸린다는 신차, 받을 수는 있을까요?

백창은> 교수님 차 계약했는데 2년 걸린대요. 제 차 언제 받을 수 있나요? 이런 질문 있었습니다.

권석준> 사실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들이 직접 만드는 것보다 그런 반도체를 외주를 줍니다. 그것을 우리가 파운드리라고 하는데. 파운드리한테 외주를 주는데 파운드리 입장에서 봤을 때 차량용 반도체는 사실 그렇게 돈이 되는 칩은 아닙니다. 아주 생각보다 비싼 칩은 아니거든요. 차 전체 원가에서도 1%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없으면 굴러가지 않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차량용 반도체 자체가 가져다줄 수 있는 부가가치가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만약 차량용 반도체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칩을 주문하는 팹리스 업체가 있다고 하면 주문을 그 팹리스 업체한테 더 할당을 많이 하려고 하겠죠. 그 틈을 틈타서 그 팹리스 업체 중에 어떤 업체들이 들어왔냐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온라인 미팅, 온라인 학습, 온라인 회의 등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높아졌죠. 그러다 보니까 이런 대용량 서버에 대한 증설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서버용 CPU, 그리고 온라인 환경을 가속할 수 있는 각종 GPU 이런 부분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그쪽 분야가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그래서 파운드리 입장에서도 그쪽에 물량을 더 배분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차량용 반도체에서는 MCU라고 부르는 그런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물량이 많이 줄어들었던 것이 사실이죠. 그러다 보니까 대기 시간이 1년, 심지어 2년 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2년씩 기다리시는 분들은 지금 아주 좋은 핑계가 생겼습니다. 지금 주문을 취소하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지금 주문 넣으신 것들은 이미 구형 모델이 됐을 가능성이 크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핑계를 좋게 가져가시기 좋은 상황이 됐고.

▶ 공학자와 과학자의 차이

백창은> 지금 교수님 말씀해 주시는 거 쭉 들으니까 저는 사실 자연대를 나왔는데 정말 전형적인 공대생 같으시다는 생각이…. 약간 말하는 컴퓨터 같은.

권석준> 체크무늬도 입고 왔습니다.

백창은> 그런데 이렇게 전형적인 패턴은 싫어하신다면서요. 이거 굉장히 전형적인 패턴인데요.

권석준> 그런데 오늘 또 최초의 공대생이라고 하셔서 공대생에 대한 프로토타입을 심어 드려야 하기 때문에.

백창은> 이렇게 공학자로서의 여러 면모를 보여주셨는데 과학자와 공학자의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권석준> 그 부분은 제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아주 일반론적인, 듣고 싶어 하시는 얘기부터 한번 해보겠습니다. 과학자는 그야말로 자연의 현상에 대해서 기초 과학적인 관점에서, 정말 호기심의 차원에서 왜 그럴까. 도대체 이것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탐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고요. 공학은 그렇게 해서 과학에서 탐구된 다양한 방법론과 지식들을 이용해서 인간이 살 수 있고, 인간이 이용할 수 있고, 인간이 의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고 보수하고 더 안전하게 만들고 더 개선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바로 공학입니다.

백창은> 여기까지가 일반론적인 얘기였고요.

권석준> 과학은 한마디로 말해서 덕질이고요. 공학은 그야말로 돈 버는 거죠.

권석준> 특히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너무 공학에만 매몰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워낙 바쁘고 과제에 치이고 시험 준비를 해야 하고 자격증을 따야 하기 때문에 학창 시절, 특히 대학에 있는 학생들은 4년이 금방 지나가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는데 공학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공학과 연관된 다양한 학문, 특히 기초 과학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라고 그 와중에도 기본적인 교양에 대한 공부도 많이 쌓아두시기를 바랍니다.

백창은> 10년 뒤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권석준> 일단 제가 평생의 화두로 삼고 있는 몇 가지 연구 주제들이 있는데 그 연구 주제들을 끝까지 놓지 말고 잘 붙들고 있기를 바란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고요. 그리고 10년 후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아이들하고 잘 놀아주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백창은> 자녀분들이 몇 살이에요?

권석준> 지금 10살, 7살입니다.

백창은> 그러면 이 자리를 빌려서 앞으로 자녀분들과 잘 놀아주겠다는 그런 다짐을 한번 자녀분들께 한 말씀해 주시죠.

권석준> 이런 부분은 굉장히 제가 어색해하기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컴퓨터가 고장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망가진 컴퓨터가, 해킹당한 컴퓨터가 될 것 같은데 기술적인 얘기만 하면 참 좋겠습니다마는 제 자녀 이름이 태욱이, 성욱입니다. 태욱이, 성욱이 그동안 아빠가 많이 못 놀아줘서 미안하고 대신 앞으로 아빠가 열심히 잘 재밌게 놀아주고. 그리고 아빠한테 많은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 대신 아빠가 너무 투머치토커여서 미안하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라고 나중에 어른이 돼서 너희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될 때도 아빠가 늘 최후의 백업이 되어줄 테니까 열심히 잘해주길 바란다는 말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백창은> 최후의 백업 너무 든든하다 진짜.

권석준> 반도체를 통해서 학문을 시작하게 됐고 또 공학의 재미에 빠졌고 반도체의 작동 원리나 반도체 소자들의 원리에 대해서 과학적인 탐구를 했던 것이 어떻게 보면 학자로서의 지금까지 저의 커리어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의 반도체는 국가 산업의 하나로서 제가 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 기여하고자 하고. 특히 앞으로 반도체들이 맞닥뜨리게 될 다양한 기술적인 장애물, 그리고 과학적인 간극을 메꾸는 부분에 대해서 더 많은 기여하고자 합니다. 그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 반도체는 저에게 평생의 연구 주제 중 하나이고 하나의 화두가 되고 또 인생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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