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ON 세계] "페스트냐 콜레라냐? 비호감 대선"…프랑스 뿔났다

최형주 기자

hjchoi20@tbs.seoul.kr

2022-04-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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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프랑스에서는 대선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시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르펜도, 마크롱도 싫다"며 수천만 명의 시위대가 프랑스 전역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데요.

지난 10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 결과, 1, 2위를 차지한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현 대통령과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가 결선에 진출하게 됐는데요.

이를 두고 "페스트와 콜레라 사이에서의 선택"이라며 시민들이 거부하고 있는 겁니다.

【 인서트 】길 파시 / 시위 참가자
"우리나라는 모두가 파시스트가 아닙니다. 우리는 마크롱도, 르펜도 뽑지 않을 겁니다."



"르펜도, 마크롱도 싫다"는 팻말을 들고 있는 프랑스  시위대

<사진=뉴시스/AP>

세 번째 대권에 도전한 르펜 후보는 "프랑스를 다시 정상화하자"며 유권자들에게 호소해왔는데요.

'세금 삭감' 등의 공약을 바탕으로 한 친서민, 친노동자 정책으로 좌파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며, 물가 급등에 따른 생활고는 마크롱 대통령 때문이라는 유권자들의 분노를 잘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은 이민과 이슬람 종교 관습을 줄이고 치안을 강화하겠다는 르펜을 위험한 인물로 보고 있죠.

이번 시위에서도 극우 성향의 르펜 후보를 뽑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습니다.

【 인서트 】샤를 / 시위 참가자
"저는 공화국 전선을 지지합니다. 마린 르펜은 공화국의 적입니다."

다른 서방국들도 르펜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과거 공개적으로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했던 르펜이 당선되면 미국과 서유럽이 주도하는 서방 세계의 질서에 지각 변동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르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말하거나, 그와 악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선거 전단으로 활용한 전례가 있을 정도로 과거 친러 성향을 보여왔는데요.

최근에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프랑스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 인서트 】마린 르펜 / 프랑스 대선 후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평화 조약이 설정되면 바로 나토와 러시아 간 전략적 관계 회복을 요구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전세계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르펜의 친러 행보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 인서트 】장-피에르 프로보스트 / 시위 참가자
"우리는 마크롱에게 투표해야 합니다. 지금은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죠. 저는 프랑스에 파시즘을 원하지 않습니다."

전쟁 발발까지는 막지 못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연합의 자율성과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국민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는데요.

하지만 금융권 고위직 출신으로 반대 진영으로부터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비판받아온 마크롱 대통령, 현재 불안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쇄신의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표심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요.

【 인서트 】에마뉘엘 마크롱 / 프랑스 대통령
"저는 5년을 더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아니요,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완전히 새롭게 만들 겁니다. 완전히 개선된 5년을 희망합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마크롱은 5년 전 중도 개혁의 기수로 떠오른 그를 지지했던 젊은 층에조차 외면받고 있습니다.

마크롱의 모교인 파리 정치대를 비롯한 파리 시내 대학들에서는 '뽑을 사람이 없다'며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를 비판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 인서트 】 시위 참가자
"민주주의가 결과만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만족할 권리가 있습니다."

청년들의 사회, 생태, 진보적 열망을 빼앗고 있다며 젊은 층이 투표권을 대거 포기할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프랑스 싱크탱크 몽테뉴 연구소에 따르면, 18~24세 8,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4%는 "정치인이 국민의 뜻을 고려하지 않기에 투표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51%, 르펜은 49%로 오차 범위 내 팽팽한 접전을 펼치는 가운데 오는 24일 두 후보는 다시 승부를 겨루게 됩니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할지, 사상 처음으로 극우 성향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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