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후 변화는 식목일도 앞당길 수 있을까?

곽자연 기자

bodokwak@tbs.seoul.kr

2023-04-0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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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진행된 장성군 식목일 나무심기 행사 <사진=연합뉴스>

오늘은 4월 5일 식목일입니다.

식목일은 광복이 되던 해인 1945년에 제정돼 이듬해 식목일 행사를 시작해 올해로 78년째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역사 깊은 식목일의 날짜를 3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기후 변화는 식목일도 앞당긴다?

조선조 성종대왕은 양력으로 4월 5일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친히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여 백성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알렸습니다.

여기서 유래된 4월 5일 식목일은 계절적으로도 나무를 심기에 좋은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 변화로 꽃과 나무의 개엽,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식목일을 3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평균 온도가 상승하면서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은 2월 말, 3월 초에 나무를 심는 것이 더 적절하며, 전국적으로도 3월에 실질적인 식목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올해 대구광역시에서는 달서구를 제외한 8개 구·군에서 식목일 행사를 3월에 진행하는 등 남부지방 지자체들의 식목일 행사는 앞당겨지는 추세입니다.

■ 식목일 평균 기온, 2.7도 상승

기상청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100년 동안 서울의 식목일 평균 기온은 2.74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10년대 식목일의 평균 기온은 7.41도로 10도 밑이었지만, 2010년대 평균 기온은 10.15도로 10도를 웃돌았습니다.

전국 식목일 평균 기온은 1970년대 9.6도에서 2010년대 10.16도로 40년 동안 0.66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월 전에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는 상승하는 기온뿐만 아니라 벌 등 곤충의 활동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우수영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원예학과 교수는 "잎이 나고 꽃이 핀 뒤 식목을 하면 뿌리 활착이 힘들고, 곤충에 의한 수분활동도 어렵다"며 "나무가 심어진 상태에서 꽃이 펴야 수분 매개자들이 모이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산림청 "국민적 공감대 형성돼야"

산림청은 3월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며, 평균 기온 상승뿐만 아니라 최저 기온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나무를 심는 시기는 토양과 습도, 강수량 등 나무 생육과 관련된 전반적인 영향인자와 연관이 있어 단순히 기온 상승 하나만 보고 결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실제로 산에 나무를 심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식목일인 4월 5일까지 나무를 심는 비율은 연간 심어야 하는 면적의 약 30%에 불과하다고도 설명했습니다.

현행 4월 5일 식목일이 지난 후에 나무를 심는 비율이 70%에 달해 3월로 식목일을 옮기는 것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은 2000년대 들어 꾸준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유엔이 정한 '세계 삼림의 날'인 3월 21일을 식목일로 정하자는 등 식목일 관련 법안들이 계류 중입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식물의 생태에 맞춰 식목일을 앞당겨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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